인도 남부를 '한달음에'… 관광객 늘어 탑승률 증가세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대한항공이 지난 3월 스리랑카 콜롬보와 몰디브의 주3회 취항을 기념해 선보이고 있는 TV CF의 한 문구다.

대한항공은 이 광고에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스리랑카의 시기리야 바위산과 ‘실론티’의 고향 누와라 엘리야의 풍경을 담았다. 그리고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해변도시 ‘갈레’와 이국적인 ‘스틸드 피싱’(장대 낚시)을 소개하기도 한다. <몰디브> 편에서는 ‘지상 최고 낙원’으로 꼽히는 몰디브 해변의 연인들을 카메라로 잡았다.


인도양을 테마로 한 해당 광고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의 작품. 촬영에서부터 편집까지 광고작업 전 과정을 직접 지휘했다. ‘콜롬보-몰디브’ 노선에 대한항공이 얼마나 열정을 쏟아붓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부 인도 100% 커버…인도양 교착지 부상

지난 9월27일 인도 취재를 마치고 콜롬보 공항에 도착한 기자 역시 대한항공이 왜 이 노선 개설에 주력했는지 현장의 분위기로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우선 남부 인도를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하는 곳이 콜롬보 공항이다. 직항이 개설되기 전만 해도 대한항공을 통해 한국에서 인도 상업도시 첸나이를 가려면 인도 서부인 뭄바이 직항노선을 이용한 후, 인도 국내선을 한번 더 갈아타야 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역순으로 인도국내선을 통해 첸나이-뭄바이 행, 그리고 대한항공편을 이용해 뭄바이-인천으로 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첸나이를 포함한 인도 남부지역은 콜롬보 공항에서 모두 비행 가능하다. 


갈레해변

비행시간 역시 대한항공을 통해 첸나이를 왕래할 때는 뭄바이에서 첸나이간 2시간 소요되는 인도 국내선을 이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콜롬보와 첸나이로 1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을 비행하면 된다. 

콜롬보 공항에서 만난 한욱환 대한항공 콜롬보지점장은 “인도양 직항 노선 개설로 첸나이 등 인도 남부지역으로 빠르고 편리한 이동이 가능해져 관광객뿐만 아니라 물적 교류도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첸나이에 현대차 공장은 물론 현대차 협력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비즈니스 투어 이용사례가 잦아졌다”고 전했다.

또 하나 인도양 노선이 주목받는 데에는 최근 신혼여행지로 급부상한 몰디브로의 여행객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배우 이병헌-이민정 부부가 몰디브로 허니문을 떠나면서 신혼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인도양의 파라다이스' 몰디브로 많이 쏠렸다.

실제 대한항공에 따르면 몰디브 직항노선 취항 이후 지속적으로 탑승률이 상승하고 있다. 허니문 비수기인 올 7~8월에도 70~80%에 달하는 높은 탑승률을 유지했다. 

인도 이동을 위한 교착지, 몰디브행 신혼여행객 확보 외에도 인도양 노선은 스리랑카 관광수요에 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30년 내전 '종결'에 몰디브 수요도 '쑥쑥'

인도 남쪽에 위치한 인도양의 국가 스리랑카는 뛰어난 경관과 풍부한 문화유산, 이색적인 축제와 전통음식, 광활한 차 재배지 등을 갖춘 천혜의 관광지로 꼽힌다. 특히 유럽인들에게는 예전부터 인기 관광지로 정평이 나 있다. 유독 한국인 관광객들은 연간 수백명에 불과할 정도로 ‘관광 불모지’라는 오명을 받았던 곳이 바로 스리랑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009년 5월 약 30년 동안 지속된 정부군과 타밀반군(LTTE)간 내전이 끝나면서 스리랑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리랑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00만명을 넘었고 이는 전년 대비 17.5% 급증한 수준이다. 올해만 해도 지난 8월 관광객 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1%%나 증가했다.

한욱환 지점장은 “아직도 콜롬보 시내 곳곳에는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다”면서도 “그러나 정치가 안정돼 있고 불교유적지도 여전히 건재해 문화와 휴양이 어우러진 최적의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고 소개했다. 

사실 대한항공의 콜롬보 직항노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78년부터 1984년까지 서울과 콜롬보를 거쳐 중동으로 향하는 노선을 운항했었다. 당시 수요부족으로 해당 노선이 폐쇄됐을 뿐이다. 하지만 29년이 지난 지금 스리랑카의 콜롬보 공항에는 대한항공의 ‘태극기’ 문양 로고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기존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를 경유했던 몰디브와 남인도 관광객들까지 몰리면서 대한항공 탑승률이 확실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의 ‘29년 한(恨)’이 조금씩 풀리는 징조일까. 


한욱환 대한항공 콜롬보지점장
"한국·중동 수요많아 곧 증편할 것"
 한욱환 대한항공 콜롬보지점장

- 올 3월 콜롬보(몰디브) 노선 취항 이후 성과는.

▶ 3월 9일 취항 당시 월 30~40명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9월말 현재 월 150명 이상으로 탑승객이 3~4배 증가했다. 취항 이후 누적 이용객만 약 1000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주3회에서 증편하게 되면 남인도 수요는 스케줄 편이성이 더해져서 이용객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 스리랑카 국적기나 인도 저가항공기 등 콜롬보-몰디브 노선에서 항공업체간 승객유치전이 치열하다. 대한항공만의 전략이 있다면.

▶ 스리랑카항공은 거의 국영기업이다. 아무리 적자가 나도 스리랑카 정부가 국민에게 세금거둔 돈으로 다 메워준다. 이 때문에 저가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어 대한항공을 비롯한 각 나라 국적기들로부터 스리랑카항공은 ‘공공의 적’에 가깝다. 가격경쟁력에서 스리랑카항공에 크게 뒤질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 대한항공은 가격 부분보다 서비스의 품질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내 서비스는 물론 몰디브, 인도로의 ‘환승 서비스’에 있어 타 항공사보다 더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펼쳐 나갈 방침이다.

- 현재 주3회 운영되고 있다. 추후 증편 계획은.

▶ 현재의 수요라면 머지않은 시점에 항공편을 주 4회로 늘릴 생각이다. 이는 스리랑카 국민의 ‘한국행 노무수요’가 많은 것에 자신감을 얻은 게 크다. 매년 한국으로 일하러 가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은 2만5000명에서 3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한국과 스리랑카를 오가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어 증편에 따른 수익성 확보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콜롬보를 경유해 중동으로 가는 여행객 수요도 10만명은 될 것으로 분석돼 증편의 명분은 충분하다.

-콜롬보로의 관광수요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스리랑카라는 나라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나.

▶ 스리랑카의 예전 이름이 ‘세렌디브’(Serendib)다. 이 말은 ‘우연히 발견한 행운’이란 뜻이다. 처음 도착해서는 잘 못 느끼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에 빠지는 곳이 바로 스리랑카다. 외관이 세련되지 않고 허름해 보이는 건물이지만 실내에 들어가면 그 말끔한 시설들에 관광객들은 매료된다. 사람들도 허술해 보이지만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 보면 서구적인 사고방식과 예의를 가진 민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