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서는 몇년째 지속되며 만성화돼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도 산적하다. 내년에도, 그 후에도 오랜 기간 우리 곁에 남을 것 같아 보이는 숙제들을 살펴봤다.
◆ 헤어나올 수 없는 빚의 늪
가계부채가 심화된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 지난 2011년 한국은행의 고위관계자로부터 나왔지만 불경기와 저금리 추세가 겹치며 부채는 줄어들 줄 모른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 9월말 기준으로 992조원을 기록, 12월까지 무난히(?)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008년 말 149.7%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며 9월 말 기준으로 169.2%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가계의 빚 상환능력은 떨어지고 부담은 더 커진 것이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 말기(2017년)쯤 가면 국내 가계부채가 120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채무의 건전성도 많이 훼손된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현재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동시에 받고 있는 다중채무자는 32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0년 6월부터 올 6월까지 신용도가 낮은 저신용 다중채무자는 9만명 정도 줄어든 대신 대출액이 많은 중신용·고신용 다중채무자는 37만명가량 늘어났다.
◆ 잃어버린 '도덕'
각종 신문지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다.
특히 올해 지적된 것이 방만한 공기업의 행태다. 부채가 나라빚(443조원)보다 많은 566조원에 달하는데도 과도한 직원복지와 상여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개혁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독기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의 경우 최근 퇴직 고위간부들이 감독 대상의 금융사에 무더기로 재취업한 부분이 논란을 낳았다.
사기업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올해 수많은 기업어음(CP)과 회사채 투자자들을 울린 동양그룹 법정관리 사태의 경우 계열사 대표들이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에 지분을 매각하고, 오너 일가들이 개인 대여금고에서 거액을 인출하는 등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
지난 3월 홍콩의 '정치경제 리스크 컨설턴시'(PERC)는 아시아 각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아시아 17개국 부패 정도'를 평가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6.98점을 얻어 아시아 선진국 중 최악의 부패 국가로 선정됐다.
◆ '내 것' 아닌 내 정보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고가 개인정보 유출이다. 특히 올해는 금융회사들의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랐다.
가장 먼저 한화손해보험이 지난 2011년 5월 고객 11만9322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차량번호 등이 유출된 것을 파악하고도 2년여나 질질 끌다 금감원에 뒤늦게 보고해 물의를 빚었다.
여기에 메리츠화재의 직원이 지난 2월과 5월, 2차례에 걸쳐 고객의 신용정보 16만4009건을 이메일, USB 등을 통해 에셋인슈 보험대리점과 인슈젠 보험대리점에 유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에셋인슈 보험대리점은 이 자료를 받아 고객정보를 보험영업에 이용했다. 인슈젠 보험대리점 또한 지난 5월 고객정보 16만4000여건이 포함된 고객 자료를 USB로 빼내 열람했다.
12월에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10만건)과 씨티은행(3만건)에서 고객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대출규모 등의 주요한 개인정보가 유출돼 대출모집인들에게 팔려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은행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 중 최대 규모다.
◆ 늙어가는 한국, 변동 없는 노인복지
세계사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가 화두다.
유엔(UN)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비중은 올해 12.2%를 기록했다. UN은 65세 이상의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로 분류한다.
이에 따라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유엔인구기금(UNFPA)과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인터내셔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복지는 100점 만점에 39.9점으로 세계 67위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터키(70위) 뿐이며 한국과 비슷한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가나 등이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2014년 보건복지부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노인복지예산은 올해보다 47.8% 증가한 6조3267억원이다. 일견 늘어난 듯 보이나 예산 증가는 정부의 기초연금 확대에 따른 것일 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노인 관련 기관지원 예산은 64.7%, 노인요양시설 확충은 35.6%, 장사시설 확충 부문은 34.2% 감소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발표한 노인돌봄 예산 확대와 관련해 "(정부는) 노인인구가 자연 증가하는 데 따른 증가분만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노인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 답 없는 청년실업
지난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고용사정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고용률과 실업률 등의 주요 고용지표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한 모습이다. 이처럼 전반적인 고용사정의 개선 흐름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의 고용개선은 여전히 부진하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4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실업급여 지급현황' (2013년 4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직장을 잃고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108만286명으로 총 3조3338억원이 지급됐다. 이 가운데 20대 실업급여 수급자는 16만5658명에 달했다. 취업하기도 어려운 데다 단기계약직인 경우가 많아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는 상태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청년 실업률은 7~8% 수준으로 높지 않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4주간 지속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자발적 실업자로 분류되는 등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렇게 취업난이 심화되다보니 지방대를 중심으로 '졸업유예'가 급격히 확산되며 대학 6학년생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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