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매운맛 유전자, 가지과식물, 거대 유전체'
▲청양고추(사진=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고추(Capsicum annuum)는 전 세계적으로 400만ha에 재배되며 총생산액이 약 144억 불, 교역량이 30억 불에 달하는 세계적인 채소작물이다.
즉 우리만 즐기는 것이 아닌 세계인의 고추인 것이다. 이렇게 널리 유통되는 고추에 있어 국제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전체 정보 확보가 필수적인 선결조건.

그런데 최근 고추의 매운맛 유전자를 포함한 고추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이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에서 주관하는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차세대유전체연구사업단(단장 박범석)의 최도일 교수(서울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완성됐다.

순수 우리나라 기술로 완성한 첫 번째 식물 유전체 표준 염기 서열인 이 연구결과가 생명과학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Nature Genetics (IF 35.2)의 1월 19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된 것.

연구진은 이를 통해 고추와 토마토가 매운 맛 생합성 경로 관련 유전자를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고추에서 토마토와의 종 분화 이후에 매운 맛 생합성 경로의 마지막 단계에서 캅사이신 합성 유전자가 고추에서만 새롭게 출현함으로써 독특한 매운 맛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밝혔다.

한편 고추는 사람보다 더 많은 염기서열을 가지는 거대 유전체(3,500Mb)를 가지고 있으며 근연 관계인 토마토와 감자에 비해서도 3∼4배 크기의 유전체를 가지고 있어 거대 유전체 생성 및 기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이번 고추의 표준 유전체 정보 완성은 우리나라에서도 독자적으로 거대 유전체 연구를 수행하고 후속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추의 표준 유전체 염기서열은 앞으로 고추뿐만 아니라 고추와 같은 가지과식물 내의 토마토, 감자, 담배 및 가지 등과 같은 주요 근연종 작물들과 연계해 더욱 깊은 연구가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 허건양 국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분자육종기술 등에 도입되면 우수한 형질을 지닌 개체를 매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본 연구에서 축적된 고추의 유전체 정보는 이제까지 축적된 토마토, 감자 등 타 가지과식물의 유전체 정보와 더불어 앞으로 내병충성 및 고품질 신품종 고추를 저비용 고효율로 육성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