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그 일식집에서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 문의를 한 사람은 50대 후반의 오너 셰프였다. 전에 꽤 유명한 일식당의 셰프 경력이 있었다. 타고난 성실성으로 현재 자신의 일식당을 경영하면서 외식업에서 나름 성과를 거둔 사람이었다.
현재 운영하는 일식집은 강남구 대로변에 있고 약 330.58㎡(100평) 정도의 규모다. 그리고 임대가 아닌 자가 소유 건물이다.
마침 점심때 상담을 한지라 초밥을 먹었다. 우리 일행이 주문한 초밥은 2만5000원 짜리 점심 특선이었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주방 인원을 줄여서 오너 셰프가 직접 초밥을 만들어 줬다. 자연산 광어와 방어로 만든 초밥은 상품력이 상당히 괜찮았다.
▲ 일식당 업종전환은..(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요즘 트렌드인 오마카세 스타일(셰프가 맞춤형으로 메뉴를 구성하는 것)의 초밥은 아니지만 투박하면서 섬세한 옛날식 초밥은 만족도가 높았다.
곁들여 나오는 미소시루도 리필할 정도로 구수했고 함께 제공한 생선구이와 생선탕수육, 덴푸라 등도 2만5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필자가 상품력을 점검할 때 준거하는 기준이 있다. 손님 입장에서 이 가격대에 이 정도의 상품력이면 다시 방문할지 스스로 자문하는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 충분히 재방문할 요소가 있었다. 가끔 방문하는 도곡동의 한 스시 집보다 이곳의 스시 가성비가 더 뛰어났다.
그러나 손님은 거의 없었다. 토요일 점심인 것을 감안해도 최근 소비자들의 회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아무리 외적인 문제가 있어도 이 정도 수준의 스시라면 홍보를 통해 최악의 상황은 다소 탈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홍보 활동은 전무한 상태였다.
상담할 때 오너 셰프의 후배와도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후배도 강남 소재 중대형 규모의 일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스시와 사시미를 판매하는 일식집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일식이라도 스시집보다 일식당이 더 직격탄이다.
일식은 좀 더 사시미(회)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 과거 광우병(BES) 파동 때는 몇 개월 정도로 끝났지만 이번 상황은 좀 더 근원적이고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자가제면형 국수집·시래기 콘셉트의 세미 한정식집 해볼 만
필자는 전체적인 상담을 진행한 후 일식집 대표에게 몇 가지 안을 제안했다.
첫 번째, 국수와 만두 메인으로 한 자가제면형 국수집이다.
◇ 자가제면형 국수집·시래기 콘셉트의 세미 한정식집 해볼 만
필자는 전체적인 상담을 진행한 후 일식집 대표에게 몇 가지 안을 제안했다.
첫 번째, 국수와 만두 메인으로 한 자가제면형 국수집이다.
이 상권에는 나름 칼국수집이 많다. 필자가 제안한 것은 면발을 중시하는 자가제면(自家製麵)형 국수집이다. 현재 외식 시장에서 칼국수 전문점은 많지만 면발이 뛰어난 칼국수 전문점은 드물다. <소호정>같은 럭셔리 국수집이 잘 되는 이유는 육수도 준수하지만 하늘하늘하면서 부드러운 면발의 역할이 크다.
명동의 대박 국수집 <명동교자>도 면발에 강점이 있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면발에 경쟁력을 갖춘 면 전문점을 추구해야 한다. 국수는 분명 수익성이 좋은 아이템이다.
또한 만두는 최소한 매장에서 만두소는 직접 만드는 수제만두여야 한다. 이 콘셉트는 일식당의 원천적 한계점인 회전율을 극복할 수 있다. 수제만두를 비교적 저렴하게 가격 책정해 먹고 난 후 국수를 주문하는 선만후면(先饅後麵)형 국수집은 객단가와 회전율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다.
인천 <청실홍실>, 분당 <그집>, 수원 <보영만두>가 대표적인 선만후면형 국수집이다. 이 콘셉트의 최고 강점은 상당히 회전율과 의외로 높은 객단가다.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테이크 아웃 판매도 상당 부분 기대할 수 있다. 또 수제 만두는 주부들에게도 의외로 어필하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가격 책정이다. 부담 없는 가격이어야 대부분의 손님이 만두를 주문하게 된다.
그리고 하절기를 염두에 둬 메밀 소바도 도입하는 것이 좋다. 메밀 소바는 서민층, 중산층이 모두 선호하는 메뉴다. 역시 소바도 자가제면형으로 강력한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 웰빙 식재료 시래기를 활용한 세미한정식집이다
<사월에 보리밥>이나 <청국장과 보리밥> 등 현재 비교적 영업이 잘되고 있는 웰빙형 음식점의 공통점은 다소 세미한정식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요즘 시래기에 주목하고 있다.
충남 홍성 변두리 한우 식당 <일미옥 불고기>는 시래기와 불고기로 콘셉트로 전환하고 상호까지 변경한 뒤 단 수개월 만에 홍성에서 나름 유명한 식당으로 성장했다. 그 성장의 동력에는 시래기밥이 주요한 구실을 했다. 그 식당에게 시래기국밥도 자문했었다. 현재 한우시래기국밥을 개발, 고객에게 테스트했더니 상당한 반응이라고 전해왔다. 시래기국밥은 <일미옥불고기>의 시그니처 메뉴로 부상할 것이다.
필자는 푸드 조선에 ‘한국인의 맛, 한국인의 영혼 시래기국밥’이라는 제목으로 시래기국밥에 대한 기사를 기고한 바 있다. 현재 곤드레밥 집은 시중에 많은 상태라 오히려 시래기가 틈새시장이다.
몇 달 전 필자가 대구 고산골의 한 시래기국밥집을 블로그 포스팅했는데 최근 공중파 방송에 방영되었다. 방송국 담당자들이 그 집을 선정했을 때 필자의 블로그 내용이 주요한 구실을 했다고 추측한다. 의외로 전국적으로 시래기를 활용한 식당이 드물다.
시래기는 입소문의 근원지인 주부 고객층이 매우 선호하는 식재료다. 그것도 중산층 이상의 고객 사이에서 그렇다. 시래기를 콘셉트로 한 음식점이 송파구, 서초구, 판교 등에서 지속적으로 오픈하고 있는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시래기 콘셉트 음식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된장과 간장 등 양질의 장류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원도 양구와 홍천 등 시래기 주 산지에서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다. 이런 요소를 스토리텔링과 연관 지어 일관성 있게 홍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역시 남는 문제는 저녁 매출이다. 저녁에 손님을 끌어당길 수 있는 적절한 아이템 구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 강력한 숯불 돼지 갈빗집, 강남권에서 분명한 틈새 아이템
세 번째, 수제 돼지 갈비 전문점이다.
필자의 사무실 인근 일식집이 얼마 전 한우전문식당으로 업종을 바꿨다. 필자의 예감이 안 좋았다. 이 상권 자체가 구매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권에서 한우전문점으로 무작정 업종을 변경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불행히도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 한우식당은 현재 상당히 고전 중이다.
강남 상권이라도 메인 콘셉트는 한우보다는 한돈 등 돼지고기 전문점이 훨씬 유리하다. 장기간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고객의 구매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현재 상담 문의를 한 일식집 상권은 패밀리 상권의 요소가 강하다. 강남의 중산층 고객도 가족 외식에서는 한우보다 돼지고기를 선택하는 빈도가 훨씬 높다.
얼마 전 단기간 내 급속하게 성장한 한 돼지 갈빗집이 송파구에 입점한지 한 달도 안 돼 큰 성공을 거뒀다. 기존 돼지 갈빗집에 비해 상품력이 현저하게 뛰어났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에서는 생각보다 상품력이 양호한 돼지 갈비 전문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송파에 론칭한 그 돼지 갈빗집은 기존의 어중간한 돼지 갈빗집을 압도하는 박력이 있었다. 현재 한국 외식시장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인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돼지 갈빗집도 상품력이 중간 정도임에도 현재 매출은 상당하다. 요체는 인근에 먹을 만한 돼지 갈빗집이 없기 때문에 강남 상권의 고급 소비자도 이 업소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돼지 갈비를 메인으로 하더라도 아직 한국에서는 생고기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삼겹살, 목살 등 생고기를 직화로 함께 구성하고 한우도 일부 품목은 판매해야 한다. 한우는 돼지 갈비의 단가를 높일 수 있는 미끼 메뉴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이 콘셉트로 전환할 경우 시설 개선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다.
점심 영업 시 고객 모객에 대한 고민도 꼭 필요하다. 고깃집 점심매출은 업주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갈비탕 중심의 고깃집 점심 구성도 꼭 극복해야 할 과제다.
업종 전환은 상권의 특성과 상권 내 손님의 구매 수준, 구매 패턴 등을 감안해 ‘분석적’이되 ‘직관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업소의 존속에 영향을 주는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