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8만 시간을 값지게 보내려면'. 은퇴 후 20년의 여유 시간이 대략 8만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이 시간을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맞이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경제적 준비도 그 중 하나. 지난해 통계청에 의하면 60세 이상 노인들이 건강문제(35.5%)보다
우려하는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38.6%)이었다. 최근 재무적 은퇴준비의 화두는 은퇴 후 월급 만들기. 은퇴시기에 목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연금을 통해 매월 끊이지 않는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기본 3층 보장 외에도
주택연금 등을 통해 든든한 은퇴 후 월급을 준비하는 법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 한 중견기업의 영업담당 최모(43) 부장은 노후준비에 있어 문외한이다. 아내가 자신 명의로 가입한 예금과 적금을 제외하고는 노후준비를 위해 준비한 것이 없다. 그는 최근 입사선배가 노후준비를 해놓지 않고 갑작스레 은퇴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지금이라도 은퇴준비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노후준비에 관심이 없던 그는 남들이 많이 가입한다는 '연금저축'에 가입하려고 하는데 아는 것이 없어 당혹스럽다.
최씨처럼 노후준비를 위해 개인연금에 가입하려는 생각은 있지만 지식이 없어 고민에 빠진 사람이 적지 않다.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부터 시작해 세금문제 등 가입하기 전에 알아야 할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다.
뿐만 아니라 '가입 후에도 본인의 연금계좌를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는 한 블로거의 글을 보고 보험료만 잘 내면 되지 뭘 확인하라는 것인지 걱정인 사람도 많다. 이에 연금관련 상품에 가입하기 전부터 가입 후, 세금문제 등 노후준비 문외한들이 꼭 알아야할 체크포인트를 짚어봤다.
Q. 개인연금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던데.
A. 연금보험, 변액연금, 연금저축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일정기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거치기간을 거쳐 연금을 개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상품별로 특징이 있으므로 잘 따져본 후 가입해야 한다. 연금보험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대신 10년 이상 유지하면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이 면제된다. 연금저축은 반대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나중에 세금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변액연금은 연금보험과 많은 공통점이 있지만 보험료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점이 다르다.
Q. 실제 지불한 보험료보다 적립금이 적은 경우가 있는데 왜 그런가.
A. 수수료 때문이다.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사들은 고객이 지불한 금액에서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적립금이 적게 쌓인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판매하는 연금신탁이나 펀드는 적립금에 대해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보험은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에 대해 수수료가 부과된다.
Q. 연금저축 선택 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나.
A. 기본적으로 연금저축은 손해보험사보다 생명보험사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평균 연령이 늘어나 100세 시대로 불리는 만큼 종신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종신형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제격인데 이는 생보사만 판매하고 있어서다. 또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연금저축의 평균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생보사가 손보사보다 평균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후 체크 포인트
Q. 변액연금은 가입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 왜 그런가.
A. 변액연금의 경우 수익률에 따라 연금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꼭 확인해야 한다. 높은 수익을 내는 금융사나 상품에 가입할수록 연금 수령액이 올라간다. 따라서 본인이 가입한 상품의 수익률을 체크하는 것이 필수다.
Q. 만약 가입한 변액연금의 수익률이 나쁘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식비중과 채권비중 등을 조정해 현재 시장상황에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포트폴리오를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감액 등 보험료를 줄여 리스크를 적게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향후 주식시장 등의 상황이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면 여유자금을 추가로 납입해 더 큰 수익률을 올리는 전략도 고려할만 하다.
Q. 더 좋은 상품을 발견했는데 연금도 갈아타기가 가능한가.
A. 개인연금 중 연금보험과 변액연금은 각 금융사별로 상품의 조건 등이 달라 소위 '갈아타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연금저축은 신탁에서 보험으로, 보험에서 펀드로 '이전'이 가능하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보험에서 신탁이나 펀드로 갈아탈 경우 해지환급금만 돌려주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계좌이체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세금 관련 체크 포인트
Q. 개인연금은 '세테크'에 좋은 상품이라고 하던데, 세금구조가 어떻게 되나.
A. 연금보험은 매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중도에 해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변액연금의 경우에는 총 연금액에서 적립금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 역시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연금저축의 경우에는 매년 세액공제 혜택이 제공되지만 연금수령 시 세금을 내야 한다.
Q. 연금저축은 수령시기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고 하던데.
A. 연금저축 중 확정형연금의 경우 만 55세 이상 70세 미만은 5.5%의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만 70세 이상 80세 미만은 4.4%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또한 만 80세 이상부터 연금을 받는다면 3.3%로 줄어든다. 여유자금이 있다면 최대한 늦게 연금을 개시하는 것도 세테크의 한 방법이다.
Q. 노후준비를 한다며 매월 100만원씩 연금보험료를 내는 친구가 있는데, 많이 낼수록 좋은가.
A. 연금보험에는 '연금수령한도'라는 것이 있다. 연금수령한도는 연금개시일 당시 연금계좌의 평가금액과 기대수명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가입자가 연금수령한도를 초과해 연금을 지급받으면 이자소득세 15.4%를 감면받지 못한다. 올해부터는 종신형연금에 대해서도 연금수령한도가 적용된다.
'노후대비 문외한' 최 부장은 얼마나 받을 수 있나
노후대비 문외한인 최 부장이 지금 연금상품에 가입한다면 노후에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최 부장은 A생명의 대표 연금보험에 가입해 매월 20만원을 10년간 납입했다. 58세에 연금을 개시할 계획이다(현재 3.9% 공시이율 가정).
최 부장이 이 상품의 종신연금형에 가입하면 매년 224만원을 받을 수 있다. 확정기간연금플러스형의 5년형에 가입하면 매년 930만원이 나온다. 10년형은 509만원을 지급받는다.
전년도에 비해 10% 연금액이 체증되는 체증연금형에 가입하면 10년 보증 초년도에는 112만원이 나오고 10년차 연도에는 264만원을 받는다. 보험사 관계자는 "비교적 돈이 적게 필요한 은퇴 초기에는 연금을 덜 받고 나이가 들면 더 많은 연금을 지급받도록 설계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연금형에 가입하면 생존 시 매년 161만원이 지급되고 해지 또는 사망 시에는 일시금 4173만원을 받을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