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부침선(破釜沈船)의 비장한 정신으로 일하자."

올해 신년사에서 강원 우리카드 사장이 밝힌 비장한 각오다. 파부침선은 진나라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킨 항우가 거록과의 싸움을 앞두고 타고 온 배를 가라앉힌 후 쓰고 있던 솥을 깨부쉈다는 일화에서 나온 고사성어다.


비록 전업계 카드사 중 막내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올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강원 사장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강 사장의 의지가 그저 바람으로만 끝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분사 이후 1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8.1%까지 끌어올리는 등 경영성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

우리카드의 최근 성과가 눈에 띈다며 비법을 묻자 강 사장은 "열심히 하면 된다"고 호기롭게 답했다. 강 사장이 고속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카드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카드업계 '막내'의 고속성장


최근 신용카드업계에서 우리카드의 동향이 심상찮다. 카드업계에 불어닥친 가맹점수수료 인하, 고객정보 유출사태 등 거센 폭풍에도 불구, 후발주자로 입성한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우리카드는 분사 이후 1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0.8%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은 분사시점인 지난해 1분기 말 7.3%에서 시작해 2분기 7.5%, 3분기 7.9%, 4분기 7.8%로 빠른 확장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현재 시장점유율은 8.1%다.

통상 카드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 1%를 끌어올리기 위해 약 10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이 소요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매각을 앞두고 있는 우리카드의 경우 그만큼의 비용을 지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카드로선 더욱 감격스런 성과기도 하다.

아울러 카드사용액도 지난해 1분기 10조9000억원에서 4분기 말 47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올 들어서도 1분기 12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16.5%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분사이후 지난해 기준 당초 목표했던 467억원을 초과한 480억원을 달성했다.

올 3월 말 기준 총 회원수는 1142만명으로 지난해 3월 말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기준월 직전 3개월 이내에 사용실적이 있는 유효회원수는 610만명으로 분사 후 처음 6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40만명가량 늘어난 규모다.

 
◆"좋은 상품이 성공핵심"… 단순·명확한 경영철학

이처럼 성공적인 경영실적의 비결은 무엇일까. 강 사장은 사실 우리카드 부임 전부터 영업마케팅의 달인으로 통했다. 그는 우리은행 재직시절 영업본부장만 네차례 역임했다. 이때 쌓은 경험이 우리카드에서도 한몫 했다.

그 단적인 예가 우리카드가 지난해 7월 출시한 다모아카드다. 다모아카드는 출시 직후에는 시장에서 큰 반응을 불러오지 못했다. 신규출시 카드 임에도 불구 출시이후 두달간 판매좌수가 5000좌에 불과했다. 그러나 강 사장 부임 후 판매좌수는 급격히 늘어나 5개월 만에 50만좌 판매를 달성했다.

여기에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지난해 9월 부임한 강 사장이 실적이 부진한 다모아카드를 두고 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임원들에게 "이 신용카드가 좋은 상품입니까?"라고 물었다. 임원들이 고개를 숙인 채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강 사장은 단 한마디를 던졌다. "좋은 상품이라면 열심히 팔면 되는 겁니다."

이처럼 강 사장의 경영철학은 명확하고 단순하다. 고객과 카드사, 은행 모두가 윈윈하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팔면 반드시 성과를 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략상품이 바로 지난달 1일 우리카드가 출시한 '가나다카드'다. 가나다카드는 강 사장이 상품명부터 혜택과 라인업까지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사장은 가나다카드의 출시배경에 대해 "고객 편의를 우선하고 판매자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강 사장은 상품기획 단계부터 고객중심에서 편리한 상품을 개발하도록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상품명 또한 마찬가지다. 평소 우리말 사용을 엄격히 하던 강 사장이 누구나 알기 쉬운 한글 상품명을 먼저 제안했다.

우리카드는 올해 당기순익 800억원, 유효회원수 690만명, 신용판매매출 36조원 및 체크카드매출 15조5000억원의 경영목표를 설정했다. 올해 시장점유율 목표도 지금보다 0.5%포인트 오른 8.6%로 정했다.

이에 대해 강 사장은 "지난해 법인카드부문에서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우리카드의 최대 장점인 법인카드 선두자리를 확고히 하고 전략상품인 가나다카드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면 올해 경영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내부조직과 전업계 카드사로서 정체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강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카드는 아직도 전업계 카드사라기보다는 우리은행 카드영업본부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출신과 외부 경력직 출신이 2대 1의 비율로 꾸려진 내부조직이 아직 한 목소리를 내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간 전략상품 부재로 법인카드에 치우친 실적 비중도 전업계카드사로서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따라서 강원 사장이 내부조직을 하나로 융합하고 전업계 카드사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 원 사장 프로필

▲1956년 강원 고성 출생 ▲성균관대학교 무역학과 석사 졸업 ▲1978년 3월 상업은행 입행 ▲우리은행 경수기업영업본부장 ▲우리은행 경기동부영업본부장 ▲우리은행 트윈타워 기업영업본부장 ▲우리은행 여의도 기업영업본부장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장 ▲우리은행 중소기업고객본부 집행부행장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집행부행장 ▲우리기업 대표이사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