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A씨는 요즘 악플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악성댓글로 인해 컴퓨터 모니터조차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는데 지금은 뉴스검색은 물론 게임도 즐겨한다.
악플러와의 한판 대결이 그의 생활을 바꿨다. 3년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한 악플러가 근거 없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가 누구와 바람을 피고 임신까지 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겼다. 문제의 글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A씨는 개인정보 침해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받았다. 그리고 그동안 악플러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전략을 바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소속사를 통해 '사실과 무관한 내용'이라며 문제의 글을 올린 네티즌을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글이 올라온 커뮤니티 게시판에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근거 없는 설을 외부에 퍼뜨리면 그 당사자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는 더 큰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며칠 후 인터넷주소(IP)를 추적, 범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했다. 소속사는 "IP를 추적한 결과 서울에 사는 OO대학교 1학년, 김△△로 파악됐다. 24시간 내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리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피해보상도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자 1시간 만에 원본 글이 삭제됐고 2시간도 채 안돼 장문의 사과문이 해당 게시판에 게재됐다. 결국 고소를 취하했고 그의 팬층은 더 두터워졌다. 3주 간의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발 빠른 대응으로 A씨는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었다.
인터넷 등 대중매체가 빠르게 발달하면서 부작용도 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근거 없는 소문으로 점철된 악성댓글에 의한 피해자도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문제는 피해자가 계속 생겨남에도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근거 없는 소문은 만 하루도 안돼 빠르게 확산되는데 수습하기까지는 수십일이 소요되는 것이다.
악성댓글의 피해자는 연예인, 정치인 등 공인만이 아니다. 인터넷에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올렸다가는 누구든 순식간에 악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한두개의 악플인 경우 포털사의 신고요령을 이용해보자.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국내 대형 포털들은 댓글이나 블로그 게시물에 허위사실 유포 및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글을 발견할 경우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다음의 경우 홈페이지 하단에 위치한 고객센터를 통해 '신고하기→권리침해 신고→명예훼손 신고'를 누르고 내용 인증을 거치면 된다. 네이버는 홈페이지 하단에서 '네이버 도움말→신고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네이트의 신고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블로그에 사진이나 영상 등이 게재돼 개인의 명예와 권리가 훼손 또는 침해된 경우 홈페이지 고객센터에서 '고객정보'란을 통해 게시중단(임시조치)을 요청해야 한다. 이는 회원가입 절차 없이도 이용이 가능하다.
댓글 삭제 여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적법한 자격을 갖춘 관련기관을 통해 결정된다. 따라서 댓글이나 게시글이 최종 삭제되기까지는 2~4주 정도 소요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약 어디까지 개인정보 침해로 봐야 할지 등이 논의될 경우 처리과정은 더 지연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인정보'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부호·문자·음성·음향·영상 등의 정보를 의미한다. 개인의 휴대폰 번호, 통장 계좌번호, 주민번호, 주소, 학교 등 특정 개인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2개 이상 조합해 포털 등에 게재하면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특정인물이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인터넷에 공개될 경우 과연 신체의 어디까지를 개인정보 침해로 봐야 하는지 아직 뚜렷한 규정이 없다"면서 "이는 게시글이나 댓글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문제의 게시글을 차단할 수 있지만 임의대로 삭제할 수는 없다"면서 "최종 삭제까지의 기간을 우리가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 정부의 정책기구와 협조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일개 기업에서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악플러를 고소할 때에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우선 관할 경찰서나 경찰청 사이버범죄신고시스템(www.ctrc.go.kr)을 이용하면 된다. 온라인으로 신고하는 경우에도 본인확인 및 피해 진술, 증빙자료 제출을 위해 경찰서에 출석해야 할 수 있으므로 참고하는 것이 좋다.
악성댓글을 신고하기 위해서는 악성댓글 및 글쓴이의 아이디나 IP를 캡처한 사진이 필요하다. 또 악성댓글이 게시된 사이트 혹은 게시판이 어디인지도 알아야 한다. 악성댓글에 대한 처벌수위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최근에는 형이 무거워져 실형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악성댓글과 관련해 법적소송까지 한다는 것은 이미 사안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법적조치를 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판결이 나오기까지 수개월 이상 걸리는데 그 사이 근거 없는 설이 퍼지면 승소한다 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어서다.
중요한 것은 A씨처럼 악플러들이 쓴 댓글과 게시물, 혹은 이를 확산시키는 행위가 불법이며 사안에 따라 실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대처요령으로 '신고→신고내용 통보→IP추적→엄포' 등 4가지 단계를 추천했다. 악성댓글 발견 시 곧바로 사이버경찰서에 신고하고, 신고내용을 다른 네티즌들이 알 수 있도록 통보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 큰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또 IP추적을 통해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군지 파악했다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며 수사과정에서 당신이 범인으로 지목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온라인에 가해자의 실명이나 특정인이 누군지 알아볼 수 있는 글을 쓰면 안된다. 또 다른 개인정보 침해가 될 수 있어서다.
이재만 법무법인 청파 대표변호사는 "악성댓글을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오히려 나중에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최근 악성댓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당사자 스스로 적극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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