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통사고 관련 인터넷 게시판이나 카페의 핫 이슈는 단연 '마디모'(MADYMO)다. "교통사고를 빌미로 한몫 잡아보려는 나이롱 환자를 마디모 분석으로 통쾌하게 한방 먹였다"는 사연부터 역으로 "선량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피해보상은커녕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는 하소연까지 넘쳐난다.
도대체 마디모가 무엇이길래 이렇듯 시끄러울까. 마디모 프로그램이 인정하지 않으면 정말 가짜 환자일까. 마디모 분석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국과수 최지훈 박사가 마디모프로그램으로 사고시 충격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머니위크DB
◆마디모는 교통사고 가해자편(?)
마디모는 네덜란드의 응용과학연구소(TNO)에서 만든 수리적 역학모델이다.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나 차량 파손상태, 도로 흔적 등을 토대로 3D영상으로 사고 상황을 재연해내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사고 충격이 가해졌을 때 인체가 부상을 입는 정도를 유추할 수 있다. 지난 2009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교통사고 분석에 이 프로그램을 활용, 사고로 인한 상해의 인과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빙자한 보험사기 등에 주로 활용된다. 경찰이 교통사고를 조사할 때 가해자와 피해자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할 경우 마디모 분석을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도입 초기인 2010년에는 마디모 분석 건수가 32건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배 이상 의뢰가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50건, 올 1분기에는 1500건을 기록한 데 이어 8월12일 기준 올해 누적 건수가 이미 5000건에 달한다. 최지훈 국과수 교통분석과 박사는 "올 연말까지 7000건이 넘는 마디모 분석 의뢰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마디모 분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마디모 결과에 대한 논란도 잇따른다. 현재 교통사고 분석 건 중 70~80%는 "상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식의 판정이 나오는 추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교통사고 피해자보다 가해자와 보험사를 웃게(?) 하는 이상한 프로그램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국과수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마디모 분석은 실제 사고 시보다 더 큰 충격이 가해졌다고 가정하고 피해자의 부상정도를 추정한다. 그럼에도 상해 가능성이 낮게 나오는 것은 마디모 분석이 주로 경미한 교통사고 분쟁에 활용되고 있어서다.
최 박사는 "누가 봐도 부상 가능성이 높은 교통사고는 시비가 붙기 어려워 마디모 분석을 잘 의뢰하지 않는다"며 "반면 사고 정도가 미미한 경우 주로 마디모 분석을 의뢰하다보니 상해 가능성이 낮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건물 벽에 살짝 충돌했는데 멀리 떨어진 방에서 자고 있던 가족이 다쳤다고 주장하거나 사이드 미러가 살짝 접힐 정도의 접촉사고인데 입원 치료를 요구하는 등 충격이 거의 없음에도 과도한 피해를 주장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설명한다.
마디모는 시신 수백구를 활용한 수천번의 교통사고 실험을 통해 신체 충격을 측정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인체의 부상을 유발하는 최소한의 충격량을 측정해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죽은 사람과 산 사람에 가해지는 충격이 분명 다를 것이라는 점. 이와 관련 최 박사는 "같은 충격량이라도 시신의 상해가능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마디모 분석을 의뢰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2~3개월이 걸린다. 하루 평균 40건씩 신청이 밀려들지만 이를 분석하는 국과수의 담당연구사는 5명뿐이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마디모로 정밀분석을 하려면 사고 시 서류 검토부터 속도 측정, 충격부위 조사, 블랙박스 영상을 통한 3D 재연까지 분석에 1건당 5일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의뢰받은 5000건 중 100건 정도만 실제 마디모 분석이 이뤄지고 나머지는 유사사고 분석 등을 통해 판정한다.
만일 블랙박스 영상 등 분석 자료가 미비할 경우에는 판정이 불가할 수도 있다. 경찰조사 과정을 통해 피해자의 신체정보나 연령, 사고당시 자세 등은 반영할 수 있지만, 과거 병력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는다. 최 박사는 "마디모 분석에 기왕증을 반영하려면 신청 시 병원치료 기록 등을 첨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디모 프로그램을 통한 충격실험 장면. /사진=머니위크DB
◆마디모 결과 인정 못하면… 소송해야
교통사고 분쟁에서 마디모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은 분석 결과가 사법·행정적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마디모에서 "상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식의 판정이 나오면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치료비 지급 거부나 반환 요청을 한다. 일부 사례의 경우 보험사기로 고소당하기도 한다.
현재 법조계 및 금융당국은 이러한 마디모 분석이 과도하게 확대 해석되는 것을 우려한다. 한문철 변호사는 "실제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치료를 요한다고 했음에도 마디모 분석 결과에 의해 '꾀병 환자'(?)가 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마디모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면 법적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이영희 법무법인 미담의 손해사정사는 "실제 몸이 아픈데도 마디모 분석에선 상해 가능성이 낮다고 나왔다며 억울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럴 때는 법정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최소 200만~300만원 이상의 소송비용이 들다보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마디모 분석을 근거로 교통사고 피해자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보험조사국 관계자는 "마디모 분석을 참고하되 이를 보상을 안 해줘도 되는 면죄부로 삼는 행태는 개선돼야 할 것"이라며 "교통사고 피해자가 오히려 억울한 입장이 되지 않도록 보험사가 적정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최지훈 국과수 박사 역시 "마디모 분석의 상해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가 왜곡 전달되는 것을 경계했다. 상해 가능성이 낮다는 판정이 나오는 경미한 사고일지라도 사고 후 수일간 '뻐끈함' 등의 통증은 유발될 수 있다. 이는 분석 결과에도 명시되는 대목이다. 최 박사는 "마디모 분석은 사고 충격에 비해 지나친 장기 입원 등 과도한 치료를 막자는 것"이라며 "기본 치료지원조차 중단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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