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관광객 수는 총 1200만명. 이 가운데 중국인은 430만명으로 전체의 35%나 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중국인관광객 수가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인관광객은 한번에 물건을 대량구매하고 고가의 물품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국내 유통가가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매장까지 뜯어고칠 정도로 양팔 벌려 환영하는 이유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1월 중국 춘절(春節) 연휴를 맞아 중국관광객 경품행사 당첨자에게 100돈 황금룡 경품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동원 기자
◆백화점: 요우커 '큰손' 모시기
중국인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1년간 지출한 비용은 1명당 평균 250만원이다. 외국인관광객 평균인 168만원보다 1.3배 많은 수준이다. 중국인관광객 1명당 소비 규모와 500만명을 단순 계산하면 12조5000만원에 달한다. 이제 중국인관광객은 한국경제에 없어선 안될 존재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큰손' 중국인관광객을 모시기 위해 유통업계가 팔을 걷어붙였다. 백화점의 경우 중국인 대상 신용카드 할인은 물론 매장 한층의 절반을 중국인만을 위해 꾸민 곳도 있다. 본격적으로 요우커 모시기에 돌입한 백화점업계의 풍경이다.
백화점업계 중 중국인관광객을 잡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선 곳은 갤러리아백화점이다. 이 백화점은 지난 3월부터 업계 최초로 멤버십을 통해 중국인고객을 관리한다. 또 갤러리아 명품관을 재오픈하고 웨스트 5층에 글로벌 VIP라운지를 선보였다. 갤러리아백화점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명품관에서 나온 중국인 매출비중이 전체 외국인의 90%로 치솟았다.
신세계백화점도 중국인관광객을 정조준했다. 이 백화점은 지난 5월부터 글로벌마케팅 전담직원 2명을 추가 배치했다. 기존 1명의 직원이 담당하던 해외마케팅 업무에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중국 현지인을 채용한 것. 앞서 지난 2012년과 2013년 중국인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본점 기준 매출이 각각 177%, 87% 증가함에 따라 꺼낸 요우커 공략카드다.
롯데백화점 역시 중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VIP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담업무팀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마케팅부문에 중국인고객을 전담으로 관리하는 글로벌마케팅 담당부서를 신설했다. 그동안 직원 1명이 맡았던 중국인 대상 마케팅 업무를 직원 3명과 매니저급 1명으로 확대했다. 이들 전담직원은 중국인관광객을 위한 카드사 및 관광 관련업종 제휴마케팅, 멤버십제도 등을 통해 요우커 별도관리업무를 수행한다.
◆대형마트: 저렴한 생필품 할인혜택
중국인관광객 모시기 열풍은 대형마트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이 업계는 고가의 상품보단 저렴한 생활필수품을 찾는 중국인고객을 겨냥했다. 외국인관광객 중에서도 알짜배기로 꼽히는 중국인고객을 잡기 위해 저마다 큼지막한 중국어 안내문을 입구에 걸었다. 또 김이나 고추장 등의 상품을 별도의 진열대에 올려놓는 등 대형마트의 요우커 특수마케팅이 한층 치열해졌다.
이마트는 매장을 방문한 중국인관광객의 쇼핑을 돕기 위해 중국어로 표기된 안내문을 곳곳에 배치했다. 중국인관광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리플릿도 별도 제작해 배포했다. 또한 중국인 매출이 가장 높은 제주점과 왕십리점 등 10개점에서는 다양한 생필품 할인혜택을 제공했던 아시안게임 이벤트를 오는 10월15일까지 연장, 요우커 특수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10월 한달간 서울역과 잠실역을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를 비롯해 중국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김·고추장 등 인기상품 13가지를 최대 30%까지 할인해주는 쿠폰북을 증정한다. 또한 일정금액 이상 구매 시 한국 전통문양 손거울을 사은품으로 선물한다.
홈플러스도 중국어 안내를 통해 장보기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상품의 할인행사를 준비해 중국인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오는 10월15일까지 중국 은련카드로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곧바로 5000원을 할인해준다.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요우커 특수를 중국 국경절 연휴기간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호텔: 의료 연계서비스 제공
요우커 모시기 마케팅이 뜨거운 곳은 또 있다. 바로 호텔이다. 호텔업계는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 숙박을 예약하는 중국인관광객이 전년 대비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인관광객 대상 마케팅을 펼치는 호텔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호텔이다. 국경절 연휴를 맞아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관광객이 타깃이다. 따라서 병원과 연계된 호텔들은 중국인고객에게 맞는 차별화된 의료 및 특화서비스로 요우커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자양동에 위치한 더 클래식 500 펜타즈호텔이 대표적이다. 이 호텔은 의료서비스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중국인관광객에게 한강이 보이는 객실을 우선적으로 배정한다. 객실에는 대형병원 특실에서나 볼 수 있는 의료형 전동식 침대가 구비돼 있다. 또한 자체 법인 내의 건국대병원뿐만 아니라 아산병원 및 삼성병원, 보바스병원, 성모병원 등과 전략적 제휴관계(MOU)를 맺고 정상요금의 50%를 할인해준다.
다른 호텔들도 중국인관광객을 잡기 위해 특별한 서비스를 준비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리츠칼튼 서울은 중국인관광객이 쉽고 편리하게 관광할 수 있도록 중국어판 서울 명소지도를 제작, 벨데스크에서 무료로 증정한다.
서울 발산동에 위치한 메이필드호텔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 계정을 개설해 중국인고객과 소통한다. 서울 장충동의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은 프론트데스크에서 위안화 환전서비스를 제공하고 은련카드로 요금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인관광객 중 상당수가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마트 등에서 쇼핑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외에도 미용·성형을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아 일부 호텔들이 병원과 연계한 혜택을 제공하며 요우커 특수잡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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