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찾아오는 은퇴, 그리고 노년. 사람마다 꿈꾸는 노년생활은 제각각이겠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각박한 도시에서 벗어나 푸른 산과 들에 지어진 그림 같은 집에서 사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치 이곳에서 살면 자신도 TV에 나오는 전원생활 성공담처럼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환상에 젖어 섣불리 전원생활을 시작했다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성공적인 귀농을 꿈꾼다면 무엇보다 환상에서 깨어나 '진짜' 자신부터 알아야 한다.

사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는 자신의 생활 습관과 전원생활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전원생활은 기본적으로 집수리며 풀 뽑기 등의 육체노동과 부지런함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게으르고 육체노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전원생활은 고통의 나날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가족과 함께 전원생활을 영위해 나가고자 하는 이라면 자신만이 아닌 가족 구성원의 성격과 여건 등을 고려해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전원생활의 여건이 맞아 떨어지는 이들이라면 전원생활을 위한 다음 단계를 준비해도 될 듯싶다.



 


◆ 내가 살 ‘터전’ 알아보기

전원생활을 할 결심이 섰다면 이제 터전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나한테 딱 맞는 땅을 만만한 마음으로 찾기는 쉽지 않다.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생각을 바꿀 필요도 있다. 현재는 마음에 덜 차고 불편하고 좀 멀더라도 앞으로 내가 만들 수 있는 땅, 향후 좋아질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땅을 찾는 사람들은 현재의 모습만 보고 선택하려고 한다. 하지만 땅의 현재 모양만 보고 선택하면 후회할 수 있다. 모양은 그럴듯하지만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는 땅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전원주택용으로 땅을 구입할 때는 먼저 집을 곧바로 지을 수 있는 지목인지 살펴봐야 한다. 대지나 전원주택단지로 조성해놔야 집을 지을 수 있다.


대지의 경우 수질보전대책권역이나 그린벨트 등 특별한 규제가 없다면 바로 집을 짓는 게 가능하다. 다만 농지, 임야라도 전용허가를 통해 전원주택단지로 변경할 수 있다. 관리지역 내 토지도 전용이 가능하다. 이런 땅은 대체로 대지, 전원주택부지에 비해 저렴하지만 토목공사, 지하수와 오폐수 처리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자신의 땅이 관리지역인지 여부를 알아보려면 지자체 시·군청에서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떼어보면 된다.

좋은 땅은 애초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전원주택지는 더욱 그렇다.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은 땅값이 비싸 마땅한 부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자금의 여력이 문제라면 강원도 홍천이나 충청도 충주, 진천 등 서울·수도권에서 자동차로 2시간 이내에 포진한 곳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 전원주택 욕심은 금물

땅이 마련됐다면 이제 문제는 주택이다. 아무리 농촌이라도 땅을 사서 집을 지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때문에 전원주택은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노후를 즐긴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주택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 때문에 신중히, 그리고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짓는 것이 좋다.

시공은 본인이 공사를 진행하는 직접 시공과 전문가를 동원한 직영시공, 시공업체에 전면 위탁하는 3가지 방법이 있다. 가급적 직접 시공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얕은 시공 지식으로 인해 대부분이 입주 후 곳곳에서 불편함을 겪기 때문이다. 공사는 우선 본인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설계를 마치고 그에 따라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에 들어가면 된다.

집이 완성됐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전원주택은 유지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넓은 집을 늘 쓸고 닦으며 관리해야 하고, 집을 나무로 지었을 경우 나무가 썩지 않도록 1년에 몇 번씩 정기적으로 손을 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림 같은 아름다운 집에서 살려면 몸이 피곤하다.



◆ 행복한 전원생활은 사람이 중요

행복한 전원생활을 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특히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부부사이의 관계는 더 그렇다. 대체로 귀농을 꿈꾸는 나이대인 50~60대는 남편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여성호르몬이 증가해 예민해지고 아내에게 의지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반면, 아내는 남성호르몬의 증가로 무덤덤해지면서 아이처럼 보채는 남편에게서 벗어나려고 한다. 때문에 서로 돕고 이해하며 서로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아울러 전원생활을 하는 곳은 대부분 산골이나 농촌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와 달리 타지 사람의 방문이 적은 산골이나 농촌의 경우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매우 심하다. 특히 귀농을 하겠다며 마을을 찾아와 마을 분위기를 흐리거나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많아 귀농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환영을 해준다 하더라도 마을 주민의 90%가 70대 노인들이기 때문에 귀농한 사람들은 그 마을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 돼, 함께 어울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농촌 생활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의논하고 싶어도 또래의 젊은층이 없어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마을에 적응하고 어르신들과 친해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이웃의 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먼저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면 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이웃과의 정은 자연스레 뒤따라온다. 힘들 때 농촌의 전통인 품앗이를 하며 서로 도와주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마을회관이나 정자에 모여 수다를 떠는 등 '진짜' 사람 사는 행복한 전원생활이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