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10월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유럽과 글로벌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미국까지 도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뉴욕증시는 10월 들어 15일(이하 현지시간)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사상최고 행진'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3년 만에 최대하락', '패닉'이라는 단어가 새로 등장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세계의 중앙은행이 아니다'며 미국경제만을 위해 일하겠다고 큰소리치던 연준도 최근 예상치 못한 달러강세와 해외경제 둔화에 대해 우려감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연준의 조기 기준금리 인상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오히려 글로벌경제 둔화우려와 유가급락 등으로 연준의 금리인상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는 상황이다.
◆ 글로벌경제 둔화 우려, 미국경제마저 삼키나
지난 15일 발표된 미국의 소비와 물가, 제조업지표들이 일제히 부진을 나타내면서 유럽경제와 글로벌경제 부진이 미국경기마저 둔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3% 하락했다. 이는 시장전망치인 0.1% 감소보다 낮은 수준이며 전월의 0.6% 증가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자동차와 휘발유가 판매부진을 보이며 소매판매를 8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끌었다. 자동차, 휘발유, 건축자재, 식품 등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는 0.2%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미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부문의 활력을 점검할 수 있는 지표여서 4분기 이후 소비에 적신호가 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물가(PPI)는 전월대비 0.1% 하락했다. 생산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는 시장전망치인 0.1% 상승을 밑도는 것이다. 9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로도 1.6% 상승하는 데 그쳐 시장전망치와 지난 8월의 1.8% 상승보다 낮았다.
미국 뉴욕주의 제조업지수와 기업재고도 부진했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10월의 엠파이어스테이트(뉴욕주) 제조업지수가 6.2로 6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전망치인 20.80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8월 기업재고도 전월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쳐 전월(0.4% 증가)보다 낮은 것은 물론 시장 전망치(0.3% 증가)를 밑돌았다.
시장전문가들은 유럽과 다른 경제권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미국까지 도달한 것이 소매판매와 생산자물가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브루스 비틀스 RW 베어드 앤 컴퍼니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국경제가 투자자들의 생각처럼 그리 강하지 못하다"며 "유로존과 아시아의 부진이 미국으로 파급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연준, 글로벌경제 둔화 우려… 美 경제, 아직까진 성장 지속
연준은 글로벌경제 둔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미국경제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또 최근 달러강세 영향에 대해 아직까지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연준이 지난 8일 공개한 '9월 FOMC 의사록'과 15일 발표한 '베이지북'을 보면 연준의 판단을 이같이 유추할 수 있다. 9월 FOMC(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은 유럽과 중국, 일본의 경제부진이 미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또 달러강세가 수입산 제품과 서비스비용을 낮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 밑에서 유지되게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연준은 베이지북에서 미국경기에 대한 평가는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 미국경제가 보통에서 완만한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본 것이다. 베이지북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보고받은 자료를 토대로 만든 것으로, 10월28일과 29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이에 따라 연준이 10월 FOMC회의에서는 150억달러가 남은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금리인상 늦어져… 연준 통화완화, 증시 다시 살릴까
연준이 이달 말 자산매입을 종료하더라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시기는 당초 시장의 전망인 내년 6월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지난 11일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연설에서 글로벌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할 경우 미국의 금리인상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글로벌경제 둔화우려, 유가급락 등을 고려해 연준이 금리인상시기를 가능한 늦추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최근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연준의 FOMC 위원들이 '비둘기파'(온건파)가 더 많아지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경우 금리인상시기가 시장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으며 인상속도도 느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준의 통화완화정책 기조유지가 최근 급락한 증시를 다시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월가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지금이 매수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브라이언 제이콥슨 웰스파고펀드운용 수석 포트폴리오전략가는 "연준이 앞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글로벌경제지표가 부진을 보이는 상황에서 연준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킴 포레스트 포트핏캐피털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시조정은 투자자들에게 좋아하는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장기투자자라면 현 상황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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