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재계에 따르면 여수와 울산 산단은 외부 컨설팅을 통해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합작법인을 설립해 GS칼텍스 설비로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LG화학의 에틸렌 생산 가능 물량은 208만톤, GS칼텍스가 90만톤이어서 두 회사 간 격차가 크다.
여수 산단 관계자는 "컨설팅을 통해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연말이 다가오며 석화 재편을 서두를 것을 요구하고 나서 각 기업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각 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구조조정 비용과 시설 폐쇄 이후 재가동에 들어가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대산 산단 소재 기업들과 여천NCC는 정부의 재편안 요구 전부터 논의가 공개됐지만 여수와 울산은 사실상 전무했다.
현재까지 이뤄진 157만톤 감산을 고려하면 석화업계는 추가로 113만톤~213만톤을 줄여야 한다. 에틸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가 요구한 감산량 최대치인 213만까지 줄여야 한다.
여수 소재 GS칼텍스와 LG화학의 생산 가능 물량은 298만톤, 울산은 대한유화·S-OIL(에쓰오일)·SK지오센트릭이 각각 90만톤·198만톤(샤힌 프로젝트 180만톤 포함)·66만톤으로 총 354만톤에 달한다. 양 산단에서 최소 100만톤 이상을 줄여야 정부 목표치를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울산 산단 관계자는 "오는 17~18일께 몇 가지 재편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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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산단, 대산·여수와 다르다…"샤힌 프로젝트 들어오며 복잡해져"━
내년 6월 완공을 앞둔 샤힌 프로젝트 에틸렌 생산 물량은 180만톤에 달한다. 공장 가동 이후 TC2C 기술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을지, 상업 생산이 안정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샤힌 프로젝트 가동을 전제로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의 감산을 유도하면 샤힌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도 대안이 없어 현지 기업들에 미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S-OIL이 정부의 석화 재편 방향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울산 산단 관계자는 "S-OIL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이미 10조원 가까이 투자한 샤힌 프로젝트 가동을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샤힌 가동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이 선뜻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S-OIL이 내세우는 '가격 경쟁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에 막대한 차입금이 투입됐는데 이를 원가에 얼마나 반영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S-OIL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석화업계 구조개편,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 정책 토론회에서도 샤힌 프로젝트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석화 구조개편안을 성공적으로 확정하기 위해선 S-OIL이 전향적인 태도로 정부 요구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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