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에 성공할 경우 지난해부터 격화된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인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지분율은 44.2%,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율은 19.41%다. 최 회장 우호 지분을 포함해도 32% 수준이다. 그러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은 44.24%에서 40% 이하로 낮아지고 최 회장 우호 지분율도 29%으로 회석된다. 하지만 미국 측 지분이 최 회장을 지지할 경우 우호 지분은 39%대로 확대될 수 있다.
영풍·MBK 측은 신주인수권 발행 가처분을 통해 미국 측의 지분 확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고 회사에 현저한 손해를 발생시키는 위법 행위"라며 "법적 조치를 통해 이번 결정을 반드시 시정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제련소 설립은 한미 안보 협력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고려아연의 중장기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기에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고려아연의 미국 내 대규모 제련소 건설 발표에 대해 "미국의 큰 승리"라고 환영한 바 있다.
제련소 건설은 내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 및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연간 약 110만 톤의 원료를 처리해 54만 톤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품목은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초금속을 포함해 총 13개로 이 중 11종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미 내무부의 '2025년 최종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돼 있다.
영풍·MBK 측이 신주인수권 발행 가처분을 받아 미국 제련소 건설에 차질을 빚을 경우 한미 관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만큼 고려아연 투자를 계기로 안보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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