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사진=류승희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과다한 매매를 통해 투자자들에 거래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형 공모 펀드상품 중 매매회전율이 1000%를 넘는 것은 10개에 달했다. 500%를 넘는 것도 44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매회전율이란 펀드 내 보유자산의 매매빈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예컨대 100억원을 운용하는 펀드의 매매회전율이 1000%라는 것은 이 펀드가 1년간 자산의 10배에 달하는 1000억원어치를 매매했다는 것과 같다. 이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펀드가 지불하는 수수료 등 펀드 자산에서 빠져나가는 비용이 커진다.
문제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매매회전율이 여전히 전반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 올해 2분기 공시자료에 따르면 일부 운용사들의 전체펀드 매매회전율은 500~1000%에 육박했다. 전체 자산운용사들의 매매회전율 평균도 232.95%에 달했다.
이러한 경향은 국제적으로 봐도 매우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서 공시하는 각국의 매매회전율 공시자료를 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의 매매회전율은 108.3%다. 이는 공시된 54개국 거래소 중 7번째로 높은 수치다.
주요국 중에는 중국 선전거래소가 417.7%, 중국 상하이거래소가 243.1%, 일본 도쿄거래소가 112.8%로 우리보다 높았을 뿐 독일(73.1%), 호주(60.9%), 미국(53.0%), 유로넥스트(50.6%), 홍콩(48.6%) 등 세계의 주요 증권거래소들의 회전율은 우리보다 크게 낮았다.
하지만 매매회전율이 높을수록 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올해 상반기 매매회전율이 0보다 큰 882개 주식형 펀드들을 분석한 결과, 매매회전율이 50~150% 정도일 때 누적수익률이 가장 좋았으며 매매회전율이 그보다 커질수록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강 의원은 “펀드 매매는 수익을 위해 펀드매니저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나 과도한 매매는 결코 수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운용자의 수익이 매매 그 자체보다는 최종 운용 성과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투자자들이 각 펀드와 운용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펀드 관련 공시 내용을 세밀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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