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석 모뉴엘 대표 /사진=머니투데이DB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인 종합가전기업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 20일 농협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채권은행에 수출채권을 갚지 못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농협은 해당 채권을 부도처리했고, 산업은행 등 다른 채권은행도 모뉴엘 채권을 만기 전 일시 회수하는 기한이익상실로 처리했다.


모뉴엘의 금융권 여신규모는 총 5000억원 수준. 2008년 263억원에서 2012년 1394억원, 2013년 2057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부품 등을 납품한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모뉴엘은 또 코스닥 상장사인 잘만테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잘만테크 투자자들의 손실도 우려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 1조를 넘어선 기업인데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할 정도인 줄 몰랐다"며 "그 배경을 두고 회계 조작 등의 의혹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2004년 아하닉스라는 간판을 달고 출범한 모뉴엘은 로봇청소기 클링클링과 아트 PC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업체다. 2007년 열린 CES 기조연설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모뉴엘 같은 회사를 주목하라"고 언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모뉴엘은 2008년 삼성전자 출신 박홍석 대표를 영입한 후 사세가 확장됐다.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고성장세를 보였고, 수출 비중이 80%를 넘어서면서 강소기업으로 주목받았다. 



박 대표의 행적은 묘연한 상황. 업계 관계자들은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가용 현금을 늘리면서 대부분 외화로 보유한 점도 의심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모뉴엘의 지난해말 현금 및 현금서자산의 93%가 외화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