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의 주가가 지난 9월 한 때 최고 4만5000원을 상회했다. 지난해 종가는 2만3200원. 불과 9개월 만에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현재(10월29일 기준) 주가는 4만1600원으로 지난해 말 1조7000억원이던 시가총액이 3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지난 5월 이후 두드러졌다. 지난 5월말까지 2만8600원으로 완만히 상승하던 주가가 불과 4개월 동안 60% 가까이 상승했다. 정몽규 회장이 '무보수경영'을 선언한 직후 일어난 기적(?)이었다.

변화는 주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현산은 지난해 미착공 PF 충당금으로 인한 잠정손실을 반영하면서 14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 적자전환은 지난 1988년 이후 25년만이었다.


하지만 올 1분기 227억원을 시작으로 2분기에는 70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어 지난 10월27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560억원으로 2014년 누적영업이익 1490억원, 누적순이익은 61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흑자기로의 실적개선 흐름이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같은 극적인 변화의 중심에는 정 회장의 ‘무보수경영’ 결단이 자리한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직원들에게 실적회복 의지와 격려를 담은 이메일을 보내면서 ‘무보수경영’을 선언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지난해 실적악화에 대한 엄중한 책임과 나부터 변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수를 회사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15억6200만원.


그는 '경쟁력과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코스트 혁신'을 강조하며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밸류 엔지니어링(Value Engineering)을 실현하기 위해 원가혁신 프로세스를 창조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아울러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기능별 조직의 한계 등을 개선해 책임과 권한이 분명한 조직체계와 역동적인 기업으로 거듭나자고 강조했다.



◆정몽규식 '고강도 혁신'이 일군 성과

이후 현대산업개발의 혁신강도가 달라졌다. 주택 및 오피스 건설부문에서 10% 원가절감 방안이 추진되며 수주경쟁력이 강화됐다. 이는 강남 상아3차 재건축, 구미원평1구역 재개발 수주 등 잇따른 수주성과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토목플랜트사업본부에서도 CM(Construction Management·건설사업관리)팀을 신설하며 토목부문 원가혁신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1999년 취임 당시에도 과거 현대자동차를 경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식경영시스템(KPS),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등 경영혁신 시스템을 도입하며 건설업계 원가혁신을 선도한 바 있다.

정 회장의 선제적인 판단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현산의 적자 대부분은 장기미착공 상태에 있던 PF 사업지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정 회장은 이를 사업화해 대부분의 사업지에서 ‘100% 분양완료’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유동성을 기반으로 현산은 신규사업용지를 매입하고 우수한 사업을 수주하는 등 우량자산에 재투자할 수 있었다.

부동산 시장의 온기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정 회장과 현대산업개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상반기 광주 무등산 아이파크에서 3일 만에 분양계약을 마감했고, 지난 9월 수원 권선동에서 수원 아이파크 시티 4차 1596가구를 분양해 70% 이상의 높은 계약률을 끌어내고 있다.

현산은 총 매출액의 평균 50% 이상이 국내 주택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자체개발사업은 현산이 전통적인 우위에 있는 사업부문으로, 차별화된 디자인을 강점으로 향후에도 매출과 수익이 기대된다.

정 회장은 해외사업 재개를 통한 시장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볼리비아에서 ‘바네가스 교량건설사업’, 같은 달 인도 뭄바이에서 ‘RNA 메트로폴리스 아파트 신축공사’를 착공했다. 바네가스 교량건설사업은 공사대금 지급이 안정적인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이며, RNA 메트로폴리스 아파트 신축공사는 가격변동이 큰 철근, 레미콘, 타워크레인 등 주요 자재와 장비를 발주처로부터 지급 받는 등 해외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축구 발전 위해 '동분서주'

한편 정 회장은 기업경영 업무와는 별개로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과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비록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성적이 부진했지만 이어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축구가 28년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축구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선전했다. 이에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 챔피언십에서도 한국은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외교력을 높이기 위한 정 회장의 행보도 본격화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9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 축구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며 “집행위원이 되면 한국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209개 FIFA 회원국 중 집행위원이 있는 25개 국가는 영향력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 지난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이 부회장 겸 집행위원으로 활동했으나 2011년 부회장 재선 실패 이후 외교력 공백이 컸던 게 사실. 집행위원 선거는 내년 4월말 AFC 총회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