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만 매도한 이유는 뭘까. 이는 올 2월부터 꾸준히 오르던 주식시장이 지난 9월17일부터 10월17일까지 한달 동안 급락하면서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다. 올 2월부터 9월까지 7개월 동안 올라간 것을 불과 한달 동안 완전히 다 까먹고 8개월 전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다. 7개월 공든 탑이 한달 만에 무너진 셈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단기폭락이 온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대세하락이 진행 중인 시기가 아니라도 매년 벌어지는 연례행사라 할 수 있다. 인터넷 버블, 밀레니엄 버블이 꺼지고 후유증이 이어지던 지난 2002~2003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2007~2008년에는 연간 3~4차례의 단기급락이 있었다.
반면 대세상승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04~2006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주식시장이 거의 동시에 회복 중이던 지난 2009~2012년에는 연간 두차례의 급락장세가 있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단기폭락… 투자기회로
단기폭락이 지나간 다음에는 단기폭락 직전의 고점 근처까지 회복되거나 그 고점을 뛰어넘는 상승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던 시기처럼 외국인이 계속 팔거나 대세하락이 강력하게 진행되는 구간이 아니라면 단기폭락은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10월17일 이후 지금까지 외국인은 누적으로 파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많았고 주봉과 월봉차트로 봤을 때 코스피가 완만하게 상승패턴을 유지해 대세하락 구간으로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지난 10월17일 직전 기록했던 고점 근처까지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표>에 보이듯 단기하락률이 10%를 초과하는 폭락이 해마다 있었지만 올해에는 없었다.
올해 단기폭락 구간에서 하락률은 8.43%로 10%를 넘지 않았다. 증시격언에 "반락이 얕으면 큰 시세가 온다"는 말이 있다. 이는 하락조정 국면에서 반락이 얕을수록 대기매수세가 강하다는 증거이므로 반등할 때 크게 오른다는 뜻이다. 일반투자자로서 시장을 자주 들여다보고 흐름을 쫓아가며 투자하기 힘들다면 단기폭락이 나타나는 시기에만 투자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이후 주식시장이 돌아서서 오를 때 크게 욕심 내지 않고 금리를 충분히 초과하는 수준의 수익률에 만족하며 이익실현을 해도 된다. 아주 높지 않은 수익률이라도 꾸준히 반복되면 장기적으로는 복리효과가 나타난다.
이 같은 투자는 주식투자를 하는 기간보다 하지 않는 기간이 더 길어진다. 평소에는 금융상품 중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에 돈을 넣어두면 연간 이자율의 상당부분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다가 매년 한두차례 이상 나타나는 단기폭락시기에만 증권계좌로 돈을 옮겼다가 이익실현 후 다시 원래의 금융상품으로 되돌려놓는 방법을 취하면 된다. 단기금융상품 이자와 주식투자 수익을 합하면 금리를 더욱 초과하게 된다.
다만 단기폭락시기와 관련 최대 하락률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려우므로 분할매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달 이내 또는 한달을 전후로 하는 기간에 코스피 하락률이 10%에 근접하는 폭락이 나타나면 투자자금의 절반 정도 넣었다가 추가하락이 깊어질 때 나머지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는 평균매입 단가를 낮추는 방법이다. 만약 하락률이 10% 전후인 수준에서 멈춘다면 절반가량 들어간 자금에서만 수익을 얻어도 괜찮다. 물론 외국인이나 기관의 적극적 매수가 수반되고 해외시장도 좋아서 바닥권이라는 조짐을 확신할 수 있다면 코스피가 되돌아서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추가매수해도 된다. 이는 평균매입 단가를 높이는 방법이다.
◆반등의 기회… 어떤 종목에 투자할까
단기폭락이 심할 때는 업종·테마·종목 구분 없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후 반등 장세에서는 업종과 종목 등에 따라 상승률이 크게 달라진다. 낙폭과다 종목 중 실적이 둔화된 것을 충분히 반영했음에도 더 하락한 종목은 반등 장세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현재 실적은 좋지 않지만 실적이 바닥까지 내려가 더 이상 크게 나빠지기 힘들다면 매도세의 약화와 더불어 새로운 매수세 유입만으로도 주가반등이 이뤄질 수 있다.
이때 기업이익의 감소폭보다 주가의 하락폭이 훨씬 더 커 주가순이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과거에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낮아졌다면 가치주로서 접근해도 된다.
지수는 올라도 하락하는 종목들이 여전히 많은 경우도 있다. ▲실적둔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는 종목 ▲기업 내부에 본질적인 악재가 있는 종목 ▲지나친 거품으로 하락했음에도 상당히 고평가인 종목 중에서 반등이 미약하거나 하락하는 종목이 흔히 나타난다.
업황 자체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과 테마에 속하는 종목도 상승확률이 떨어진다. 다만 기관도 경제상황에 대한 장기전망을 정확히 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기업의 주변 환경변화에 따라 미래의 실적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과거 자료 분석을 통해 현재의 주가수준을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단기폭락을 겨냥하는 투자는 어차피 장기보유 목적이 아니므로 반등장에서 상승확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좋다.
지난 10월17일부터 12월9일까지 코스피는 3.7% 올랐지만 거래소의 중·소형주 및 코스닥지수는 각각 2.0%, 2.8%, 0.2% 하락했다. 대형주만 5.4% 상승해 시장 전체 상승률을 초과했다.
같은 기간에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에서도 상승종목은 90개(45%), 하락 종목은 110개(55%)로 상승한 종목의 숫자가 하락한 종목보다 더 적었다. 종목별 수급을 보면 같은 기간 동안 외국인이나 기관의 순매수가 많았던 종목에서 상승확률이 높았다.
코스피200 종목 중 상승률이 48.9%로 가장 컸던 삼성전기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82만7562주, 176만3939주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365만6145주 순매도했다. 상승률이 44.4%인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5만7765주, 74만1342주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107만1794주 순매도했다.
그외 상승률 최상위권 중 후성(+45.8%), LG상사(+30.0%), 롯데케미칼(+29.6%), 쌍용차(25.6%)는 기관이 순매수했고 대한항공(+33.3%), 엔씨소프트(+27.6%), 한국단자(+25.1%), 삼성전자(+23.9%)는 외국인이 순매수했다. 반면 이들 모든 종목에서 개인은 순매도했다. 즉 외국인과 기관 중 최소한 어느 한 투자주체자는 적극적으로 매수할 때 반등장에서 상승확률이 높아진다.
◆외국인과 거꾸로 가는 개인들… 현명한 투자전략 필요
기관 중 큰손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보유금액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상태다. 연기금은 중장기 목표 비중을 정해놓고 투자를 진행한다.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20.0%로 금액은 96조원인데 3분기 말 실제 보유비중은 19.1%(88조원)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이후 약 2300억원 순매수한 탓에 연말까지 약 7조~8조원어치를 순매수할 수 있다. 연기금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순매수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주가하락기엔 대차잔고가 늘어나는데 연말로 이어지면서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대차거래를 통해 팔았던 주식을 되사들이는 것 또한 수급상황 개선에 도움이 된다. 2005년 이후 11월부터 연말까지 대차잔고 평균 추이와 올해 대차잔고 추이를 비교해봤다. <그림 참조>
12월 초에는 배당부까지 시간이 남아있고 쿼드러플 위칭데이(두번째 목요일)를 앞두고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대차잔고 감소세가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쿼드러플 위칭데이 전후로 대차잔고가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진다. 대개는 선물옵션 만기 이후 선물 베이시스가 확대되면서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오고 숏커버성 매매가 가세하기 때문이다. 연말 배당부가 다가오면서 대차잔고는 급격히 감소한다.
외국의 큰손들이 한국에만 투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국가별로 투자자금을 분배하기 때문에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도 주식을 사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 좋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11월26일까지 아시아 주요 7개국(한국·인도·대만·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에서 총 424억8400만달러(약 47조29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가별로는 한국(78억달러)보다 인도(157억2700만달러), 대만(140억6200만달러)의 주식을 더 많이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올해 한국증시에서 순매수한 8조7000억원이 넘는 금액은 지난해에 비해 56% 늘어난 규모다.
외국인이 매수하는 동안 매도를 지속하는 개인들은 과연 현명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장기투자가 부담스럽다면 단기폭락이 나타나는 시기만이라도 투자해 수익을 얻는 것이 자산증식에 유리하지 않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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