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안정화·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금을 장기적으로 유입 시킬 수 있는 정부의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진은 사상 첫 코스피 4000 시대를 열었던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의 코스피와 코스닥 시황 전광판. /사진=뉴시스


"코스닥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10일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코스닥시장 발전을 위한 전략 마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더딘 만큼 시장 경쟁력을 키워 투자자의 신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5000 정조준 vs 900도 힘겨운 코스닥

코스닥은 미국의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1996년 7월1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출범한 성장주 시장이다. 코스닥은 기술력이 있음에도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성장의 무대라는 기대감을 안고 출범했지만 출범 30주년을 앞둔 현재까지도 발전이 더딘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2021년 1월 처음 3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4년10개월 만인 지난 27일엔 사상 첫 장중 4000선을 돌파하며 이 대통령이 공언한 5000포인트 달성 기대감이 커졌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각각 10만·53만원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주도한 영향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HD현대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자동차, 기아 등 분야별 블루칩이 즐비해 이르면 연내 5000포인트 달성이 기대된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자본이 몰리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인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투자자 관심은 일부 대형주에만 쏠려 있다. 코스피 상장 주식의 시가총액(10월28일 기준)은 3302조원이 넘지만 코스닥은 약 7분의1 수준인 476조원에 머물러 있다.


코스닥에는 코스피(847개) 보다 2배 많은 1798개 기업이 상장(10월28일 기준)돼 있지만 기업 규모 차이가 큰 데다 코스피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은 전체 시총 대비 34%(약 1125조원)이지만 코스닥은 11%(약 50조원)에 불과해 여러모로 관심 밖이란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국내외 정치·경제·사회적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지만 대기업이 즐비한 코스피에는 투자금이 오래 머물고 지속해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 상장된 코스닥에는 단기 수익 추구를 위한 개인 투자자의 매매 위주 거래만 굳어져 발전을 저해한다. 코스피의 개인 투자자 비중이 36.6%인 반면 코스닥은 65% 수준이다.

"큰물에서 놀래"… 코스닥은 대장주도 외면

코스닥지수는 벤처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 한 때 2900선을 넘었지만 기업과 기관이 외면하고 개인투자자만 몰린 단타 위주의 '투기판' 인식을 지우지 못한 채 대장주마저 1부 리그인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며 외면받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 업체들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코스피는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돈의 규모와 투자 지속성이 코스닥과 큰 차이가 있어 기업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승세를 탄 코스피시장과 달리 코스닥시장은 상대적으로 침체돼 있어 대규모 투자금을 장기적으로 유입 시킬 수 있는 정부의 안정화·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스닥 시총 1·2위인 알테오젠(약 25조2000억원)과 에코프로비엠(약 17조2200억원)은 코스피 이전 상장을 노리는 대표 기업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지난 8월 "코스피 이전 상장은 내부 체계 준비와 더불어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추진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주들이 기대하는 이전 상장 시기와 다소 이견이 있어도 보다 완벽하고 준비된 이전 상장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대 주주인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 역시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코스닥에서는 더 이상 알테오젠과 실적을 비교할 만한 비교 대상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코스피 이전 상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코스닥 시총 2위인 에코프로비엠도 연내 코스피 이전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해 지난해 말 예비 심사를 청구했지만 올해 2월 심사를 철회한 바 있다.

두 회사의 코스피 이전 상장은 주주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3000명이 넘는 알테오젠 주주들은 지난 8월 코스피 이전 상장을 촉구하기 위한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347만2669주(지분율 6.5%, 1조5210억원)의 지분을 모았다. 에코프로비엠 주주들은 회사가 코스피 이전 상장 계획을 철회하자 "주자가치 제고"를 앞세워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코스닥 시총 7262억원 규모(114위)의 코스메카코리아도 지난 6월 말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청구서를 접수한 바 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부부 경영'이라는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발목이 잡혀 결과적으로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이전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큰물에 발을 담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언제든지 이전 상장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들은 2018년 2월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셀트리온의 성공 사례를 주목한다. 코스닥 시총 1위였던 셀트리온은 현재 코스피 시총 13위(약 41조600억원)다. 한때 40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현재 크게 떨어져 17만원 선을 오가지만 코스피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더 크고 지속성 있는 자본 유입을 기대하며 코스피로 이전했던 셀트리온처럼 이들도 2부 리그를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코스닥 대장주의 코스피 이전 상장은 코스닥의 경쟁력을 꺾는 우려 요소로 지목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스피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벤처·기술기업 위주로 상장된 코스닥은 결국 투자금 유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코스닥에 장기적으로 대규모 투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정책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코스닥에 대규모 투자금이 장기적으로 유치되면 상장 기업은 부족한 자금을 수혈할 수 있고 개인 투자자에게는 '안전한 투자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코스닥 안정화·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