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배달의 시대다. 배달의 범위는 음식에서 멈추지 않는다. 매주 싱싱한 생화가 한아름 집에 도착하고 매달 선물박스에 화장품이 가득 담겨 배송된다. 단순물품 배달에서 더 진화한 형태도 있다. 사람을 실어나르는 것인데 택시와는 사뭇 다르다. 수험생이나 스케줄이 바쁜 연예인을 원하는 장소에 빠른 속도로 데려다 주는 '사람 퀵서비스'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 외에도 보다 전문적인 픽업서비스가 등장했다. '헬리콥터 맘'이라는 용어가 유행할 정도로 요즘 엄마들은 아이 주변을 맴돌면서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아이를 실어 나르기 바쁘다. 이런 엄마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를 안전하게 등·하교, 등·하원시켜주는 '델따주'와 같은 픽업서비스도 자리를 잡았다.
◆배달문화의 선두주자, 대한민국
한국은 배달문화의 선두주자이자 종주국이다. 세계적으로 배달서비스가 전무했던 시절에도 국내에는 배달서비스가 존재했다. '중국음식점=배달'이란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모든 중국음식점에서는 배달서비스가 기본이었다. 중국음식점에서 시작된 배달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피자, 치킨, 족발 등으로 번졌고 중국음식점을 중심으로 배달이 가능한 음식점을 모아놓은 전단지가 유행했다. 따라서 쿠폰북 전단지 등의 비즈니스가 성행하기도 했다.
이젠 각종 배달애플리케이션(앱)이 모바일전단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 배달앱은 지난 2010년 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현재 '요기요', '배달의 민족', '배달통' 등이 빅3를 형성하며 시장의 약 90%를 점유했다. 최근에는 티켓몬스터, LG유플러스(철가방과 제휴) 등도 배달사업에 진출하면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배달앱의 기본개념은 소비자에게 원하는 업소의 정보를 쉽게 알려주고 주문까지 일사천리로 도와주는 것이다. 소비자는 배달앱을 통해 모바일로 미리 결제하거나 통화 없이 모바일 클릭으로만 주문을 완료할 수 있다. 게다가 축적된 피드백을 통해 소비자가 리뷰를 확인할 수 있어 믿고 주문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대형 스포츠이벤트가 많았던 만큼 배달앱업계로서는 한단계 도약하는 해였다. 지난 2010년 국내 최초로 배달앱서비스를 시작한 배달통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258%나 상승했고 지난해 기준 연평균 성장률(CAGR)은 183%를 기록했다.
또 다른 배달앱 배달의 민족은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을 넘었고 현재 1500만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해외진출도 본격화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요기요의 경우 TV광고를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업계 2위로 1위인 배달의 민족을 바짝 뒤쫓고 있으며 최근 네이버와 손을 잡아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무서운 성장세 때문인지 배달앱업계는 현재 성장통을 겪고 있다. 업체에 따라 8~20%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골목상권에서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쏟아진 것. 수수료 논란으로 술렁이자 배달앱업계에는 수수료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배달통은 모바일결제수수료를 6%로 낮췄다. 이에 따라 카드결제나 휴대폰 소액결제 등의 외부결제수수료(3.5%)를 제외한 실질수수료는 2.5%다. 요기요는 가맹점별로 달랐던 수수료를 12.5%로 단일화했으며 배달의 민족은 지난 4월 바로결제수수료를 기존 9%에서 최저 5.5%로 인하했다. 업체별로 수수료를 매기는 기준과 요건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가 쉽지 않지만 배달앱업체들이 상생경영을 펼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추정한 배달앱 시장규모는 연 1조원이다. 전체 배달시장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현재 배달앱의 수수료율을 감안하면 주요 3사의 올해 매출액 합계는 15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특히 배달서비스의 경우 웹 사용자에 비해 모바일사용자가 2~3배 이상 많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앱이 향후 5년 내에 전체 배달시장의 3분의 1을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주요 3사의 5년 뒤 매출액 합계는 4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연 평균 21.7%의 놀라운 성장률이다.
◆새로운 배달문화, 서브스크립션 '뜬다'
이제는 단순히 내가 주문한 물건을 배달해주는 서비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형태도 뜨고 있다. 마치 신문을 구독하듯 구독료를 내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내가 나에게 선물한다고 해서 '셀프기프팅'(Self-gifting)이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글로시박스'나 '미미박스' 등이 화장품 서브스크립션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들은 매달 일정금액을 내면 화장품을 선물박스에 푸짐하게 담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플라워 서브스크립션도 각광받는데 '꾸까'의 경우 2만1900원을 내면 2주에 한번씩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꽃을 선물한다.
광활한 영토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달서비스 발달이 더뎠던 미국에서도 최근에는 각종 배달서비스가 활약하고 있다. 바쁜 직장인과 젊은 부부를 겨냥해 마트에서 장을 대신 봐주는 서비스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012년 설립돼 미국 15개 도시에 진출한 '인스타카트'(Instacart)는 소비자가 원하는 식료품을 대신 사서 한두시간 내에 총알 배송해준다. 특정 마트에 얽매이지 않고 자체 물건 없이 순수하게 장만 대신 봐주는데 '쇼핑업계의 우버'라는 별명도 따라붙었다.
M&A(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음식배달서비스를 시작한 캐비어(Caviar)의 경우 모바일결제서비스인 스퀘어(Square)에 무려 1000억원에 팔렸다. 트위터 창업자 출신 잭 도시가 만든 스퀘어에도 '스퀘어주문'(Square Order)이라는 음식 테이크아웃서비스가 있지만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이었다. 음식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주문 후 소비자가 음식점을 방문해 직접 픽업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던 것. 스퀘어는 캐비어 인수를 통해 음식배달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자사의 모바일결제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미국 내 배달서비스업체들이 한국의 배달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사업아이템을 구상 중인 독자라면 현재 존재하는 서비스일지라도 집까지 편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로의 발상전환을 꾀하기를 추천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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