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성형수술은 수능 후 필수코스가 된 지 오래다. 학부모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는 수험생이 매년 늘고 있다. 그러나 성형수술로 인한 피해 역시 증가 추세다. 이른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설까지 나돈다. 성형수술을 결정하기까지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1월7일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성형외과의 광고가 수험생과 학부모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한다.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부작용 부추기는 성형수술 '가격경쟁'
성형광고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수험생을 위한 이벤트가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다. ‘수험표’를 갖고 병원을 방문하면 파격적인 가격에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한 성형외과는 홈페이지에 ‘수험생 이벤트’ 팝업창을 띄우고 쌍꺼풀 성형수술을 할인된 가격에 내놨다.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의 경우 70만원인 매몰법을 45만원에, 130만원인 앞트임·매몰법을 79만원에 할 수 있다. 더구나 수험생이 학부모와 같이 방문한다는 점을 이용해 직계가족 20% 할인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또 친구들과 같이 병원을 방문할 경우에는 2명 10%, 3명 15%, 4명 20% 등 추가로 할인하는 행사도 준비했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다른 성형외과는 코 성형수술 이벤트를 마련해 수험생 사로잡기에 나섰다. 이 성형외과는 수험표를 갖고 온 수험생을 대상으로 콧대수술(99만원), 콧대·지방이식술(139만원)을 내걸었다. 이들 성형수술 가격은 평소의 절반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이외에도 성형외과들은 필러와 보톡스, 각종 미용주사까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할인 기회를 약속했다.
이러한 수험생 이벤트는 수능이 끝난 후 대학 입학까지 남은 3개월 동안 수술 자리가 자연스럽게 자리잡는 점에 착안한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입시를 위한 노력의 대가로 자녀들에게 성형수술을 제안하는 경우도 늘었다. 여기에 성형외과의 광고마케팅은 병원 홈페이지는 물론 SNS, 블로그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며 수험생과 학부모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한다.
성형외과의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은 병원 간의 경쟁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러한 성형외과간의 경쟁은 자칫 부작용과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단순히 가격을 보고 성형외과를 방문할 경우 부작용이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또한 성형 전후 사진 등 과도한 성형수술광고가 필요 이상의 수술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그럼에도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같은 현실에서 수능이라는 대목은 병원으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위법·편법' 알면서도 강행
몇년 전부터는 성형수술 비용과 행사 쿠폰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뷰티소셜커머스가 등장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기존 SNS와 블로그를 통한 성형수술광고보다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성형외과는 인터넷 키워드 의료광고를 포털에 내고 소비자가 한번 클릭할 때마다 많게는 2만~3만원을 포털에 지급한다. 이 경우 실제 수술과 관련한 문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성형외과 입장에서는 광고비만 고스란히 낭비하는 셈이다. 이에 반해 뷰티소셜커머스는 병원 측이 정보 등록만 해도 자동으로 의료광고가 소셜커머스를 통해 노출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특성으로 A뷰티소셜커머스는 지난 6월 네이버 기준 월간 검색 조회수가 3만7000여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성장한 수준이다. 한 뷰티소셜커머스 관계자는 “뷰티소셜커머스는 ‘모이면 싸진다’는 기존 공동구매 구조에서 벗어났다”며 “소비자가 직접 병원을 방문해 상담받고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뷰티소셜커머스에 등록된 성형외과들은 여전히 절반 수준의 할인된 수술비를 내세우며 가격 경쟁을 벌인다. 병원을 방문해 최종적으로 수술을 결정하는 시스템이지만 그 이전에 수술비용을 먼저 체크하기 때문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뷰티소셜커머스가 법에 어긋나는 시스템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의 주장 근거는 의료법에서 찾을 수 있다. 의료법 27조3항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거나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도 지난 2011년 소셜커머스를 통한 진료비 할인 행위는 환자 유인 및 알선 행위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일부 성형외과는 이를 모른척하고 소셜커머스를 이용, 소비자들의 성형수술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의료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트렌드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라며 “병원들은 워낙 장사가 안되니까 모른척하고 소셜커머스를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성형 부작용으로 가슴이 사라진 한 여성(KBS 2TV ‘추적 60분’ 방송 장면). /사진=뉴시스 DB
◆목숨 담보한 성형수술 가격 할인
일부 성형외과는 과도하게 예쁜 얼굴을 강조하고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낮추면서 경쟁을 심화시켜 사회적 비난을 키우고 있다. 이들 병원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 성형외과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 살을 갉아 먹으면서까지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린다.
심지어 성형수술은 전문의가 아니어도 의사 자격을 갖추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성형외과뿐만 아니라 여러 병원들도 수험생 성형수술 할인 이벤트를 내걸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결국 고객들은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일부 성형외과들이 의료기기를 갖추지 않아 논란이 일었던 부분은 병원들이 성형수술 비용을 낮추는 경쟁으로 인해 드러난 병폐다. 당시 전국 성형외과 10곳 중 8곳이 심폐소생을 위한 심장제세동기를 보유하지 않고 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나 세간의 비난이 쏟아졌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성형외과가 설치된 전국 병·의원 1118곳 중 80%인 897곳에 심장제세동기가 없었다. 서울의 심장제세동기 미보유율은 90.3%로 가장 높았다. 이어 광주(83.9%), 부산·대구(82.9%), 대전(80.6%) 등이 뒤를 이었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제47조의2)에서는 국가나 지자체가 설립·운영하는 공공보건의료기관, 다중이용시설, 구급차 등에 심폐소생 응급장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성형외과가 이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심장제세동기를 보유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강기윤 의원은 “성형외과는 성형수술로 인한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심장제세동기를 보유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정부나 각 지자체가 재정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국내 성형문화가 별질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불법 성형수술광고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하고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사전 광고 심의대상을 확대하도록 관계 부처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며 “특히 성장기에 있는 10대 청소년의 성형수술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감안해 보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학병원 관계자도 “성형수술은 미용보다는 선천성 기형이나 사고로 인한 재건수술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하지만 많은 성형외과가 노골적인 광고문구나 수술 전후 사진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성형수술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형수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TV프로그램들이 생기면서 많은 소비자가 성형수술에 대한 터무니없는 환상을 갖고 있다”며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 소식이 끊이지 않는 현실은 우리나라의 성형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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