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았다. 결국 모든 것을 잃고 회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슈퍼 땅콩 갑(甲)질'이 적절치 못한 여론 대응으로 나타난 결과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2일 직접 사과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조사도 받았다. 지난 5일 '땅콩 회항' 이후 7일 만이다. 사건이 지난 8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조 전 부사장은 일명 '땅콩 부사장'으로 회자되며 대중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다.


사태는 사과문 발표, 직책사임, 사표제출, 계열사 모든 대표이사 사임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사건이 알려진 첫날 대한항공은 "조 부사장의 행동은 지나친 행동"이지만 "기내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진 임원으로서 문제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역효과가 났다. 대중들은 사과문이 아닌 변명문으로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여론은 '재벌가의 횡포'라고 비판했고 대한항공 조종사를 비롯한 노조원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잘못은 뉘우치지 않은 채 상대적 약자인 승무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승무원들에게 '입단속' 이메일을 보내고 휴대전화를 걷어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검열했다는 내부제보가 잇따라 나오면서 '땅콩 회항' 사건은 사원 인권침해 사태로 커졌다.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다음날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나섰다. 조 회장은 출장에서 복귀하자마자 머리를 조아리며 조 전 부사장의 행동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에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계열사 대표직은 계속 유지된다는 점에서 큰 반향은 없었다. 대한항공 등기이사직과 칼호텔네트워크 등 계열사 대표직은 계속 유지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임시방편이라며 여론은 더 들끓었다.

이러는 사이 참여연대도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과 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강요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바로 움직였다. 고발이 접수된 다음날 검찰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여객서비스지점을 압수수색했다.

급기야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 회장은 딸을 대신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자식교육을 잘못 시켰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조 전 부회장 역시 국토부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사건 당사자인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모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만약 사건이 알려진 초기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이 직접적인 사과와 일정부분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아니 최소한 사과문을 통해 자기변명이나 기장에 대한 책임전가로 일관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더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을까. 대한항공의 사과 아닌 사과는 결국 '조현아 감싸기'에 실패하고 조 전 부사장을 낭떠러지로 밀어 떨어뜨리는 결과만 낳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