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로봇 장난감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시리즈 150세트 한정판매에 나서자 개점 전부터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사진제공=서울 뉴스1 한재호 기자


#.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모씨(38)는 요즘 애간장이 탄다. 5살 아들에게 TV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편에 나오는 공룡 로봇 ‘파라사건’과 ‘작토르’를 크리스마스 때까지 사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공룡 로봇을 사기 위해 지난 12일 월차를 내고 일산 롯데 빅마트와 홈플러스부터 용산 이마트, 고덕동 이마트와 홈플러스까지 서울을 가로지르며 완구코너를 샅샅이 뒤졌지만 구하지 못했다. 같은 날 일산 홈플러스에 로봇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 2시부터 추위에 떨며 줄을 서 소위 득템했다는 친구가 부러웠다. 더구나 파라사건과 작토르가 있어야 합체를 해서 완전체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이번에는 아들이 하루 이틀 우는 정도로 끝낼 것 같지 않다. 다행히 박씨는 다음 주에 로봇이 한번 더 입고될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다. 이번에는 박씨도 친구처럼 대형마트 앞에서 새벽부터 줄을 설 작정이다.
TV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다이노포스편에 등장하는 '다이노포스 DX 티라노킹'. /사진제공=롯데마트
지난 7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일본 TV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편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부모들의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이노포스편은 <파워레인저>의 37번째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지난 2월 종영되고 현재 38번째 작품인 열차전대 토큐쟈편이 방영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끝난 애니메이션이고 반다이사가 제작한 제품을 수입하다보니 해당 완구 물량이 많지 않아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지난 12일 일산 홈플러스 앞에서는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다이노포스 공룡 로봇을 구하기 위해 부모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몇주 전 한 대형마트에서는 어른이 아이를 밀쳐 사고가 나거나 부모들끼리 싸움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이후부터 대형마트들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입장 인원에 제한을 두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지점별로 ‘1인당 1개만 구매해 달라’는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다이노포스 공룡 로봇을 구하려는 부모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TV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다이노포스편에 등장하는 '다이노포스 DX 티라노킹'. /사진제공=뉴스1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되지 않을까? 롯데마트는 지난달 27일 오전 9시부터 자사 완구 판매 사이트인 토이저러스몰을 통해 다이노포스 DX 티라노킹 250개를 한정 판매한 결과 4만여명이 몰려서 4분 만에 매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돼 토이저러스몰은 20여분간 접속이 불가능해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마트도 지난 16일 정오 이마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티라노킹을 500개 한정 판매했지만 이 또한 순식간에 모두 팔렸다.
다이노포스 공룡 로봇을 오픈마켓 등에서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입고되자마자 품절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중고카페도 만만치 않다. 정상가 7만5000원인 티라노킹과 6만5000원인 다이노포스 DX 프테라킹은 현재 인터넷에서 15만~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상가 2만8000원인 파라사건과 작토르 등도 7만원 안팎에 올라와 있다. 오죽하면 ‘다이노포스 테크’라는 신종 재테크법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한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형마트들이 다이노포스 공룡 완구를 재입고해 부모들은 각오가 비장하다. 롯데마트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25일 크리스마스까지 일주일간 전점에서 티라노킹을 비롯한 프테라킹, 가브리볼버 등 다이노포스 시리즈 3만점을 포함한 총 10만점의 로봇 완구를 판매한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지난 18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물량이 풀렸지만 대형마트들 모두 조기 품절을 우려해 관련 제품을 1인 1개 구매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