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좋다. 이 차 이름은 뭐야?” 자동차에 관심이 없던 아내가 웬일인지 물었다. 무뚝뚝하게 “알티마”라고 대답하자, 아내는 질문을 이어갔다. “이 차도 수입차지? 비싸겠다.” 기자는 “3000만원대”라고 대답했고, 납득이 안가는지 아내는 되물었다. “정말? 차도 크고 좋은데?”

아내의 물음처럼 닛산자동차의 알티마는 가격 대비 사양이나 성능이 우수했다. 때문에 실용성을 따지는 미국시장에서 알티마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좋다. 지난 1993년 데뷔하자마자 미국의 중형 세그먼트시장에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고, 지금도 그 인기는 식지 않았다.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닛산의 중형 세단 알티마의 5세대 모델인 ‘뉴 알티마’. 최고 출력 273마력, 배기량 3500cc의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3.5SL. 매끄럽게 질주하면서도 순간적인 가속 능력은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풀 체인지된 뉴 알티마는 지난 1993년 6월 미국에서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진화를 거듭했다. 이전 4세대 모델에 비해 더욱 고급스러워졌고 새 엔진에 외관도 넓어졌다. 차체는 전장 4860㎜, 전폭 1830㎜, 전고 1470㎜로 이전 모델보다 전장은 15㎜, 전폭은 30㎜ 길어졌다.


◆ 고급스런 스포츠 세단 디자인

처음 뉴 알티마를 보고 느낀 점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인피니티 G시리즈의 감성인 스포츠 세단의 멋을 풍긴다는 것이었다. 볼륨감이 살아있는 프론트 후드 디자인과 크롬 프론트 그릴은 고급스럽고, 날렵한 헤드램프와 부드러운 루프라인은 부분부분 세밀하게 포인트를 줘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차량 내부 역시 3000만원 가격대가 의심될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는 저중력 시트는 고급가죽으로 마무리돼 주행 시 편안한 소파에 앉아있는 듯했다. 또 실내 좌석 공간은 크롬 악센트를 넣은 피아노 블랙 인테리어 트림으로 정교하게 꾸며 고급스러우면서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다.



 


◆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가솔린의 힘
성능과 승차감을 알아보기 위해 차를 움직였다. 이번 시승코스는 안면도. 오랜만에 나들이를 겸해 아내와 함께 나섰다. 서울 종로에서 출발해 서해안고속도로를 거쳐 왕복 360㎞를 달렸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가벼운 엔진음 덕분에 정숙함이 느껴졌다. 저속 시내주행 때에도 저음과 함께 부드러운 주행이 이어졌다. 라디오 볼륨을 낮춰도 엔진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창문을 내려 봤지만 역시나 조용했다. 제동력 또한 미끄러짐 없이 깔끔했다.

반면 고속 주행에서는 남성스러운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서부간선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에 접어들면서 속도를 높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를 넘는데 걸린 시간이 6~7초에 불과했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상체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폭발적인 힘을 느꼈다. 그동안 계속해서 디젤엔진 차량을 시승했던 기자가 오랜만에 느끼는 가솔린엔진의 힘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 놀라운 성능, 고속주행 소음은…

다만 140㎞ 이상의 고속주행에서는 다소 큰 풍절음과 소음이 발생했다. 나즈막히 음악을 틀면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소음이지만 저속 주행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편안한 승차감과 코너링에서 안정감은 압권이었다. 닛산이 자랑하는 서스펜션이 차량의 진행방향에 따라 무게 배분을 달리하며 안정감을 찾아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AUC)이라 불리는 시스템은 회전 구간에서 안쪽 앞바퀴에만 제동을 걸어 시속 60~80㎞로 급커브를 돌아도 쏠림 현상을 막아줬다. 특히 무거운 핸들링과 달릴수록 느껴지는 차량의 묵직함은 운전자가 피로감을 느낄 틈을 주지 않았다.

실주행 연비 또한 발군이었다. 고속 주행 시 시속 130~160㎞의 가속이 잦았고 시내와 국도 주행에서는 70~100㎞ 속도로 달렸다. 다소 거친 주행으로 엔진회전수(rpm)의 피로도가 높았다. 그럼에도 평균 연비 수치는 ℓ당 11.4㎞가 나왔다. 스티커 연비(13.3㎞/ℓ)와 편차가 적다.

물론 연비경쟁에서 디젤세단에 비해 다소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가격대를 감안한다면 만족스러운 성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