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가치가 약화되고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혼자 사는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1인 가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해외선진국보다 늦게 1인 가구 시대를 맞았다. 이웃나라인 일본을 비롯해 유럽, 북미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1인 가구 시대를 열었다. 다만 선진국들과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이 같은 변화가 급속하게, 압축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가족이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는 문화가 옛 기록으로만 남을 날도 머지않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전체 가구의 15.5%를 차지했던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로 늘었고 지난해 말 25%를 넘었다. 4가구 중 1가구가 혼자서 아침을 맞고 잠자리에 든다는 얘기다. 1인 가구의 증가로 가족공동체문화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김치가 대표적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김장을 담그기보다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인터넷쇼핑 등을 통해 김치를 사는 게 더 자연스러워졌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나 홀로 살아가는 풍경이다.

이렇게 핵가족마저 해체되고 있다. 학계는 전통적 대가족과 핵가족에 이어 1인 가구의 시대가 시작됐다며 가족 단위의 ‘혁명’이라고 정의한다. 이 혁명은 인구 고령화나 사별에 따른 독거노인의 증가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고용불안, 경제여건 악화,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 비혼(非婚) 증대, 출산·양육 기피, 이혼 증가, 기러기아빠의 등장까지 다양한 사연이 복합되면서 1인 가구 시대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그늘은 심각하다. 무엇보다 우울증, 고독사 등 병리현상은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목숨을 끊은 1인 가구의 소식도 잊을 만하면 들린다. 독거노인, 이혼가정 등 외로움과 빈곤을 이기지 못해 내린 참담한 선택이다.


하지만 무조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1인 가구의 삶에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타인에게 구속 받지 않는 환경을 원하거나 현재의 여유로운 시간을 활용해 자기계발을 하려는 이들에게 1인 가구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더구나 1인 가구가 보편화되면서 이들의 생활패턴에 맞춰 바뀌는 편의환경 덕분에 행복지수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과거 핵가족시대에는 가족 등 ‘남’에게 초점을 맞춘 삶이었다면 1인 가구 시대에는 ‘나를 위해 어디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즐길 것이냐’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올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