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현대자동차그룹 2025년 신년회에서 그룹 임직원들에게 새해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흔들리지 않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 후 구축한 전동화 3축 '전기차(BEV), 하이브리드(HEV), 수소전기차(FCEV)' 전략이 실질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은 7위, 중국을 제외하면 테슬라·폭스바겐에 이어 3위다. 수소전기차 부문에서는 넥쏘를 앞세워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차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 3위를 기록했다. 세 파워트레인 모두 상위권에 자리한 건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친환경차 판매량은 2019년 37만대에서 2024년 141만대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판매 대비 비중도 5.1%에서 19.4%로 상승했다. 올 상반기 누적 친환경차 판매는 700만대를 넘겼다. '전동화 체질'이 그룹 전반에 뿌리내린 결과다.


성과의 배경에는 과감한 투자와 플랫폼 전략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24종이던 친환경차 라인업을 현재 45종까지 확대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아이오닉5, EV6, EV9 등 대표 모델을 내놓았고 '세계 올해의 차' 수상을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확보했다.

생산 인프라도 글로벌로 확장됐다. 광명 EVO 플랜트, 인도네시아 배터리셀-전기차 일관공장에 이어 미국 조지아주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이 완공됐다.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위한 혼류 시스템도 도입돼 전기차 수요 변동에도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수소차 부문은 정 회장이 직접 비전을 제시한 영역이다. 그는 "수소는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라고 강조하며 2019년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았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초의 수소 브랜드 'HTWO'를 출범시켜 생산-저장-활용 전 과정을 포괄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올해 출시된 '디 올 뉴 넥쏘'는 720km 주행거리로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강화도 돋보인다. 주행 성능·연비·정숙성을 개선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주요 공장에 혼류 생산체계를 도입했다. 싼타페·코나·니로 하이브리드 모델은 유럽 주요 자동차 전문지 비교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친환경차 563만대 판매, 하이브리드 28종 확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울산 EV 전용공장과 기아 화성 PBV 전용공장을 축으로 한 '한국 내 전동화 거점' 전략도 병행된다.

정 회장의 전략은 한 방향에 쏠리지 않는 '포트폴리오 분산형 전동화'로 요약된다. 덕분에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현대차그룹은 BEV·HEV·FCEV의 다층 구조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퍼펙트 스톰'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지 비관에 빠져 혁신을 멀리하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체질을 바꾸며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온 우리는 어떤 시험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