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7일부터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시행된 후강퉁. 뜨거운 열기를 증명하듯 상하이종합지수는 후강퉁 시행 이후 30% 넘게 급등했다. 국내에서도 점차 중국주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17일까지 국내 중국주식 누적거래대금은 1조1665억원으로 집계됐다. 흐름을 읽은 증권사들도 앞다퉈 후강퉁 관련 자료와 상품 제공에 나섰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에 찬물을 붓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 1월16일 중국증권감독위원회(CSRC)가 일부 증권사의 신용거래와 주식대출계좌 개설을 3개월간 중단시킨 것. 이에 따라 전체 중국시장 시가총액의 34%가량을 차지하던 중국 증권주의 주가는 10% 가까이 폭락했다.
 
그 여파로 상하이종합지수가 7.7%(1월19일 기준) 하락했고 투자자들의 심장도 같이 떨어졌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중국증시. 후강퉁 시행 2개월차 성적표와 앞날을 전망해봤다.


◆ 중국증시 ‘반짝’ 후 내리막?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후강퉁 시행 후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1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가 3.3% 하락하고 일본 니케이225 지수가 5.8%, 코스피지수도 5.2%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강세를 보인 것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증시의 강세 원인은 본토 투자자의 리스크 회피심리가 약화되며 투자심리가 호전된 것과 중국정부의 경기부양 의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여기에 후강퉁의 시행도 주가상승 강도를 더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특히 상하이A주 전체 매매액의 1.4%에 불과한 후구퉁(홍콩과 외국인의 상하이 A주 투자)은 표면적으로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상하이증시에 미친 실질적 영향은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초부터 후강퉁 시행 이전까지 상하이A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025억위안이었지만 시행 후 4125억위안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직 외국인투자자에게 공개 안된 선전A주 일 평균거래액은 1141억위안에서 2729억위안으로 약 2.4배 늘었다. 이 둘을 비교하면 후구퉁을 통해 유입된 외국계 자금이 상하이증권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음을 알 수 있다.

김경환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후강퉁을 포함한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정책은 대형주 선호도가 높은 외국인 자금의 유입 기대감을 키워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본토 투자자의 매매심리도 자극해 거래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강퉁 이후 중국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다만 시행 초기보다 외국인의 순매수규모가 줄고 당국의 규제리스크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후구퉁을 통한 외국인 매도규모는 일평균 23억~24억위안을 유지한 반면 매수규모는 지난달 들어 27억위안으로 전월 대비 25.3% 감소했다”며 “이는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과 경계성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정부의 입김이 증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정책을 바꾸면 ‘1등도 하루아침에 꼴찌가 되는 나라’라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한다. 최근 증권주들에 떨어진 중국당국의 규제철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시작…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후강퉁으로 인한 중국증시의 상승 여력이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본다. 최근 중국정부는 후강퉁제도를 실시하며 중국A증시의 MSCI EM(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Emerging Market)지수 편입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중국B증시, 홍콩의 H증시·레드칩(Red-Chips)·P칩(P-Chips)은 MSCI차이나지수에 포함됐으나 외국인투자를 제한했던 중국A증시는 지수에 편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후강퉁 시행으로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에 편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동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MSCI지수 편입기준에 시장 접근성 평가가 있는데 규제와 제도에 대한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편입 여부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다만 후강퉁제도 시행으로 중국의 규제완화에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에 중국A증시는 장기적으로 MSCI지수에 편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의 하락도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인 중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린보창 샤먼대 중국에너지경제연구센터 주임은 다보스세계경제포럼(WEF)에서 “현 수준의 유가가 유지된다면 중국은 6개월간 1000억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중국당국의 정책 리스크도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말 2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또한 은행 예대율 기준과 부동산 완화정책, 7조위안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증시에 힘을 실어줬다. 시장에서는 일련의 정책들이 일관성을 이루며 증시의 변동성을 줄였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중국증권감독위원회가 일부 증권사를 제재한 소식에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일시적인 현상이며 장기적으로 중국 증시의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재의 근본적 취지는 중국 주식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다”며 “증권주의 단기적 조정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중장기적 투자 매력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위기가 곧 기회이자 또다시 기회가 위기로 바뀌는 중국증시에서 살아남으려면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한정숙 현대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정부정책의 영향력이 큰 국가에서는 기업 가치만을 보고 투자한다면 높은 수익을 얻기 힘들 것”이라며 “저평가된 종목을 사놓고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중국에서 통하지 않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투자자의 경우 단기투자는 수수료 문제 등으로 수익을 보기 힘들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업종별로는 중국정책에 영향을 받는 테마주와 신실크로드 관련주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