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정보로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지면서 ‘햄릿증후군’, 즉 결정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렇게 불필요한 정보가 넘쳐나면서 고객에게 좀더 효율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기업들이 고객의 기본정보, 소비이력 등을 기반으로 필요한 정보만을 걸러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필요 없는 정보 전달을 최소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큐레이션 서비스는 유통, 패션, 도서,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면서 차세대 필수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줌인터넷(ZUM)은 2015년 주목할만한 포털 4대 트렌드로 빅데이터, O2O, 핀테크와 함께 큐레이션을 꼽기도 했다.

최근에는 단순추천에 그치지 않고 추천된 상품을 배송까지 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를 통해 큐레이션 관련 산업이 급격히 성장할 전망이다.


▶광고도 뉴스도 보고 싶은 것만… 콘텐츠 큐레이션
NBT파트너스의 스마트폰 첫 화면 플랫폼 캐시슬라이드는 콘텐츠 큐레이션을 통해 광고주와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캐시슬라이드는 잠금화면에 광고, 뉴스 등 콘텐츠를 노출시키고 이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리워드 해주는 모바일 서비스다. 사용자의 성별, 연령 등 기본적인 데이터와 과거 콘텐츠 소비이력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큐레이션해 잠금화면에서 노출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20대 여성 사용자에게는 패션유통관련 콘텐츠를, 10대 남성에게는 게임 콘텐츠를 주로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이에 원하는 대상에 타겟팅하여 광고 노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높게 나타나 광고주들에게도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캐시슬라이드는 가입자 1천만명, 광고주 250여 곳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토픽은 시사, 연예, 스포츠, 유머 등 총 13가지의 카테고리를 한데 모아놓은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 앱이다. 사용자가 관심 카테고리를 미리 설정해 놓으면 카카오토픽이 콘텐츠를 큐레이션 및 정렬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온라인 상에 떠 다니는 수 많은 정보 중에서 내가 관심 있는 정보만 골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별도의 가입 없이 기존 카카오톡 아이디로 연동할 수 있어 간편하다. 최근 카카오토픽에는 이용자 참여를 위한 ‘의견’ 코너가 신설됐다. 모든 콘텐츠 하단에 위치한 의견코너에서는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댓글로 남길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꼭 필요한 제품을 추천… 큐레이션 쇼핑

오픈마켓에서는 큐레이션 쇼핑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SK플래닛 11번가는 기존 쇼킹딜에서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한 쇼킹딜 십일시를 출시했다. 기존 상품 수를 4천만개에서 7천 개로 대폭 줄여 노출 상품 집중도를 강화했고, MD 등 전문가들이 제품을 직접 골라 선보이며 소비자의 쇼핑 피로도를 낮췄다. 또한, 목적성이 뚜렷한 소비 패턴을 고려해 상품군 별로 카테고리를 배열하고 있다. 그 결과 쇼킹딜 십일시의 지난해 10월 거래액은 1월 대비 3.3배가량 성장했다.

G마켓도 큐레이션 쇼핑사이트 G9를 운영하고 있다. G9는 카테고리별 상품담당자들이 엄선한 제품들을 매일 오전 9시와 저녁 5시에 선보인다. 오픈 당시에는 평일에만 새로운 상품을 판매했지만 지금은 주말에도 새 상품을 선보이는 ‘주말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주말딜의 경우 야외활동이 많은 시간인 점을 고려해 즉석에서 사용 가능한 e쿠폰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있다. e쿠폰은 결제완료 후 10분 이내에 자동으로 모바일 쿠폰형태 발급받을 수 있다. G9는 작년 9~11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64% 성장했으며, 특히 작년 10월 기준 모바일 쇼핑 비중이 55%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베스트셀러 추종형 도서 선택 이제 그만… 북큐레이션

도서산업은 베스트셀러의 영향력이 큰 분야다. 그만큼 책을 고를 때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 나에게 맞춤형 책을 골라주는 북큐레이션이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온라인서점 알라딘은 북큐레이션 서비스 북플을 출시했다. 북플은 SNS와 도서 추천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개별 사용자에게 책을 자동으로 추천해주고, 사용자들끼리 서평, 별점, 관심도서 등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은 가입 시 ‘경제경영’, ‘인문사회’ 등 관심분야를 선택할 수 있고, 북플은 이를 바탕으로 책을 추천한다. 이후에는 사용자의 활동 및 관심도서를 분석해 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할수록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어 책 추천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스타네이션의 북맥도 알라딘의 북플과 비슷한 북큐레이션 서비스로 작년 3월에 출시되어 현재 5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북플 사용자들은 가입 시 설정한 관심분야 별 인기도서를 추천 받을 수 있으며, 같은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쉽게 커뮤니티를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책의 바코드를 앱으로 스캔하면 바로 책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이 있어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도 유용하다. 스타네이션은 올 상반기부터 독자의 연령, 성별, 거주지역, 성향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출판사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뭘 먹을지 고민 끝!… 푸드 큐레이션

애피타이저는 국내 최초로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음식점을 추천하는 앱 포크를 출시했다. 포크 사용자는 자신이 직접 가본 음식점을 평가할 수 있는데, 포크는 이 정보를 활용, 학습형 엔진분석을 통해 사용자가 만족할만한 음식점을 추천해준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전국 40여만개 음식점에 대한 공정한 순위도 제공하므로 제한적 맛집 추천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껴왔던 사용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오마이비어는 수 많은 수입맥주 중 내 입맛에 꼭 맞는 맥주를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앱이다. 앱을 내려 받은 후 마셔본 맥주나 취향을 평가하고 나면, 250개가 넘는 맥주 중 사용자 입맛에 최적화된 맥주를 순위 별로 추천해준다. 추천된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이나 판매처, 어울리는 안주도 함께 추천하기 때문에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오마이비어 앱에는 ‘맥주 맛집’ 메뉴가 있다. 이 메뉴를 이용하면 지역별, 위치기반으로 맥주 맛집을 검색할 수 있으며, 각 매장을 클릭해 가게 사진은 물론 판매되는 맥주 메뉴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오마이비어는 앱을 통해 맥주를 구매하고 가까운 편의점에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추천에서 그치지 않고 상품 배달까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큐레이션 커머스는 상품추천을 넘어 정기적으로 배달까지 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로 확장되고 있다. 뷰티 큐레이션커머스 업체인 미미박스는 뷰티 전문가들이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뷰티 제품을 골라 소비자에게 추천해주고 있다. 특히 미미박스는 사용자들에게 구독가입 시 작성한 프로필과 테마를 기반으로 상품박스를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현재 미미박스는 국내 500여개에 달하는 뷰티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있으며, 거래액은 2013년 기준 400% 성장했다.

패션 큐레이션 바이박스는 전문 큐레이터가 직접 선택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처음에는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모델들이 큐레이터로 참가했지만, 최근 리빙, 키즈, 아웃도어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요리연구가, 화가, 홍석천과 같은 방송인도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바이박스는 큐레이터가 특정 주제에 맞게 구성한 ‘스페셜 세트 박스’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주기도 하는데, 클러치, 액세서리, 스카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 소품들로 구성된 박스들은 출시될 때마다 매진사례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헤이브레드는 동네 인기 빵집의 빵들을 소비자들에게 배달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다. 인공 첨가제를 쓰지 않는 곳, 셰프의 경력이 검증된 곳, 개성 있는 빵을 생산하는 곳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 빵집의 제품들을 회원들에게 매일 아침 배달해준다.

헤이브레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입소문 마케팅 효과가 커지면서 작년 매출이 월 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9월 창업 이후 현재까지 판매한 빵만 30만 개, 20억 원어치에 이른다. 홈페이지 방문자는 일일 3천~4천 건이며, 이 가운데 200~300건이 주문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