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가 올해 1월1일부터 갑당 2000원씩(평균 80%) 올라 흡연자들의 지갑이 홀쭉해졌다. 게다가 정부가 올해부터 식당과 카페의 경우 면적과 관계없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도 조만간 흡연금지 구역으로 추진할 예정이어서 흡연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지자체가 흡연자를 위한 흡연부스를 설치해 눈길을 끈다. 정부의 금연정책 강화로 흡연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흡연권 지키기'에 나선 것. 흡연부스는 소비자 권리를 보장하면서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를 최소화 할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각 지자체로 담뱃세 유입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일정부분 흡연자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흡연부스 설치가 타 지자체로 확산될지 관심이 쏠린다.

 
광진구 타이소.

◆흡연부스, 흡연·비흡연자 갈등 해소 기대

10조원.

흡연자들이 담배를 구입하면서 한 해 동안 내는 세금규모다. 그런데 정작 흡연자들은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면서도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어 이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담뱃세가 2000원이나 오른 마당에 금연공간마저 무차별적으로 확대돼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


비흡연자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흡연자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각종 냄새와 연기에 고통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흡연공간을 두고 사회적 갈등마저 증폭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정부의 대책없는 금연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서울 광진구와 경북 영주시가 자발적으로 흡연부스를 설치해 관심을 끌고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흡연부스가 꼽혔기 때문.

광진구는 지난해 12월 말 서울지역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 흡연부스를 설치했다. 관광정보 안내센터를 연상케 하는 모양이지만 이곳은 담배를 피우는 전용공간이다. 광진구는 타인을 배려하고 이롭게 한다는 뜻을 담아 ‘타이소’(TAISO)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였다.

부스 안에는 재떨이를 놓았고 여름에 대비해 에어컨도 설치했다. 광진구는 동서울터미널역 앞에도 흡연부스를 운영 중이다. 구청 관계자는 “많게는 하루 3000명이 이곳을 찾는다”며 “자체 설문조사 결과 비흡연자의 99%(88명)가 부스 덕에 간접흡연 피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광진구는 여기에 더해 지하철 5·7호선 군자역과 세종대 인근에도 흡연부스 추가 설치를 검토 중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주시도 지난 1월2일 흡연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비흡연자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야외 흡연실’을 설치했다. 기존 흡연실과는 별도로 17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시청사 신관 서편(파고라 옆) 및 시청사 동편(무기고 옆)에 3~4평 규모의 야외 흡연실 2개소를 추가 설치했다.

흡연자들은 눈치 안보고 담배 피울 수 있는 공간을 반기는 분위기다. 소비자로서 최소한의 권리 존중과 함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으로 지자체의 흡연부스 설치가 좋은 실험대가 되고 있다.

일본 길거리 흡연구역.

◆세계 각국, 흡연공간 마련… 규제일변도 한국과 대조적

흡연부스 정책은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음식점에 설치비용을 지원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호주, 일본 등 금연 선진국으로 알려진 국가에서는 거리 곳곳에 흡연공간을 따로 만들어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 흡연권은 보장해주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시행 중이다.

일본의 경우 2011년부터 음식점이나 숙박시설에 별도 흡연실을 만들 경우 후생노동성에서 설치비용의 4분의1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호주는 실외공간에서는 대부분 흡연이 가능하며 곳곳에 재떨이가 구비돼 있다.

정부 규제가 엄격한 것으로 잘 알려진 싱가포르도 길거리 곳곳에서 흡연공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규제일변도인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담배에 붙는 세금은 선진국 못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흡연자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정책은 밑바닥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대해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나는 지방세 수의 일부라도 흡연실을 설치하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담배업계 관계자도 "정부는 금연정책이 국가 재정은 물론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강경 일변도로 성급하게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며 "국민적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세련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헌법재판소도 흡연권이 혐연권과 같이 헌법에 의해 보장된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합법적 제품의 소비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비흡연자에 간접흡연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생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흡연공간 마련을 통한 비흡연자 공존 노력이 광진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늘어난 세수만큼 각 지자체에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담배에 붙는 세금 조목조목 따져보니

흡연자들이 매일 구입하는 담배에 붙는 세금은 어떻게 구성될까. 우선 담배의 제세부담금은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기금, 개별소비세(올해 새롭게 부과), 부가세, 폐기물부담금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지방세인 담배소비세다. 지난해까지 갑당 641원이었지만 올해부턴 1007원으로 올랐다. 지방교육세 443원까지 합치면 1450원으로, 갑당 제세 부담금 총 3318원 의 44%를 차지한다.

지난 2012년 기준 담배소비세 징수액은 2조9000억원으로 전체 지방세수액 중 5.3%를 차지했다. 담배에 붙는 지방교육세는 1조4000억원으로 전체 지방교육세 의 27.4%나 차지하는 가장 큰 항목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 합본호(제370·3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