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올해는 세뱃돈 내가 가질래.”, “얘는? 엄마가 관리해준다는데 왜 자꾸 이러니?”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준철이는 설날을 앞두고 세뱃돈 사수하기 비밀작전에 들어갔다. 세뱃돈이 엄마은행으로 들어가면 끝이다. 이자도 없을뿐더러 돌려받을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엄마가 없을 때 친척어른들에게 몰래 세배를 하는 것이다. 올해는 어떻게든 성공해야 한다. 친구들은 다 있는데 준철이만 휴대용 게임기가 없다. 친구에게 빌려서 게임하는 것도 이젠 성에 안 찬다.

민족대명절 설날, 아이들은 세뱃돈 받을 생각에 한껏 들뜬다. 세뱃돈으로 그동안 갖고 싶었던 것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가 받는 세뱃돈이 걱정스럽다. 큰돈을 가진 아이가 돈을 잃어버리거나 엉뚱한 곳에 쓸까봐 불안하다.



 


◆‘세뱃돈테크’를 실천하라

준철이 엄마 윤소영씨(40·주부)는 요즘 인터넷을 통해 어린이에게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은행권 저축상품을 알아보는 중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이가 받아온 세뱃돈을 빼앗아 생활비에 보탰다. 목돈은 아니지만 의외의 수입이라 쏠쏠했다. 그러나 지난해 여고 동창 송년회에서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은 후 세뱃돈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아이의 세뱃돈을 무조건 뺏을 게 아니라 경제관념을 가르치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

초등 전과목 학습업체 와이즈캠프가 지난 1월21~27일까지 초등학생 25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총 응답자의 63.1%가 어른 1명당 5만원 이상의 세뱃돈을 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 입장에서도 5만원권이 등장하면서 세뱃돈으로 나가는 돈이 늘었다는 푸념이 많다.


세뱃돈의 규모가 커진 만큼 부모로서는 아이들이 큰돈을 손에 쥐는 게 불안하다. 게다가 무작정 세뱃돈을 뺏는 일은 아이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매년 명절 때마다 아이와 세뱃돈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는 것도 스트레스다.

이 같은 세뱃돈에 대한 고민이 부모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아이 명의로 예금이나 적금통장을 만들어주고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왕이면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을 골라 자녀에게 경제관념을 길러주는 교육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경제습관·재테크 두 토끼 잡기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제습관과 바람직한 재테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각광받고 있다.

유대인들은 자녀의 경제교육을 무척 중요시한다.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동전을 쥐어주고 아침저녁식사 전 저금통에 넣게 한다. 또 5세 전후가 되면 용돈을 주기 시작하면서 어릴 때부터 돈의 가치와 저축의 즐거움을 알려준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장난감이 아닌 통장을 선물 받은 자녀들은 소비가 아닌 저축을 익숙하게 여긴다. 세계경제를 주름잡고 미국도 눈치를 본다는 유대인들의 경제영향력은 여기서 비롯됐다.

금융전문가들은 아이의 재테크 첫걸음을 세뱃돈으로 시작하라고 입을 모은다. 또 설 명절 전후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이 많이 출시되는 만큼 경제관념을 가르치기에도 좋은 기회다. 어린이 대상 금융상품을 활용해 자녀에게 재테크 개념을 알려주면 자연스레 경제관념을 심을 수 있다.

장인태 신한은행PWM도곡센터 팀장은 “아이들에게 ‘세뱃돈은 저축해야 한다’고 강요하면 오히려 저축을 멀리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먼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저축습관과 동시에 합리적인 소비법을 알려줘 자연스레 용돈을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금융상품 속속 출시

시중은행들이 설 명절을 맞아 어린이 대상 금융상품을 속속 내놓았다. 어린이의 경우 첫 금융상품에 가입한 은행이 평생 주거래은행이 될 확률이 높아서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대금리 등을 통해 어린이 고객 잡기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신한아이행복적금’을 추천했다. 1년제 자유적립식 적금으로 총 4회 자동 재예치가 가능하다. 기본금리는 연 1.9%로 결제계좌가 신한은행이거나 키즈플러스통장을 보유하는 등 우대요건에 충족하는 경우 최고 연 0.8%포인트가 더해진다. 특정일 입금에 따른 연 0.1%포인트 보너스금리도 제공된다.

KB국민은행은 ‘KB주니어스타(Star)적금’을 소개했다. KB주니어스타적금은 학자금 등 미래를 위한 목돈마련상품이다. 가입기간은 1년으로 자동 재예치할 수 있고 기본이율은 연 2.5%다. 납입회차의 3분의 2 이상을 자동이체로 입금하거나 KB 주니어스타통장을 보유한 고객이 가입하는 등 우대요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0.3%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하나은행은 ‘하나은행 꿈나무적금’을 내놨다. 이 상품은 자유적립식으로 1개월 납입한도가 50만원, 가입기간이 1~3년이다. 연 2.8%의 기본금리에 최고 연 2.4%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돼 최고 연 5.2%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유후적금’은 월 100만원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적립되는 상품이다. 가입기간은 1~5년이다. 기본금리 연 2.4%에 유후통장에서 자동이체하거나 인터넷뱅킹으로 가입 시 추가 연 0.2%포인트를 우대한다. 매년 이자가 원금에 더해져 연복리형 상품으로 목돈마련에 유리하다.

NH농협은행의 ‘신난다~후토스! 어린이통장·적금’은 입출식통장과 적금통장으로 구성됐다. 통장잔액의 100만원까지 최고 연 2.0%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가입고객은 농협은행 및 지역농협의 CD·ATM 이용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외환은행은 ‘내자녀 성공기 적금’을 추천했다. 매월 1000만원까지 자유 적립할 수 있는 상품으로 1년 이상 18년 이내 연 단위 가입기간을 정할 수 있다. 금리는 매 1년 단위로 자동 변동된다. 중도해지 시에도 연 단위로 경과한 기간에 대해 중도해지금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 합본호(제370·3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