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지난해 10월1일부터 시행됐다. 정보에 취약한 소비자가 남보다 비싸게 사는 경우를 막자는 취지로 만든 법안이다. 단통법은 보조금 상한선을 30만원으로 정하고 대리점의 재량껏 최대 15%까지 지원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금액을 규제하니 소위 말하는 ‘공짜폰’이 없어졌고 모든 소비자가 평등하게 ‘비싼’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비난의 여론이 들끓었다. 여론은 소비자가 입는 피해액을 온전히 통신사가 챙겨간다고 생각했고 단통법을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단통법 이후 통신사의 실적이 양호해야 하지만 오히려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은 것. 통신업종의 주가도 우연인지 필연인지 단통법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이고 단통법이 통신사 3인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사진=뉴스1 허경 기자

◆ 마케팅비용 안줄고 판매점수수료만 늘어

단통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난해 5월2일. 이때부터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1일까지 통신 3사의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SK텔레콤의 주가는 이 기간 동안 39.5%나 상승해 52주 신고가인 30만3000원을 경신했다. KT도 마찬가지. 같은 기간 KT의 주가는 12.26% 증가했다. LG유플러스도 28.29% 상승하며 통신주들이 모두 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단통법 시행으로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 사라져 통신사의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자 심리에 선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안재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단통법이 통과된 후 지난해 5월7일자 보고서에서 “10월 이후 통신사 간의 마케팅 경쟁이 확연히 줄어들어 시장의 안정화가 기대되고 이로 인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용의 안정화를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후 크게 오를줄 알았던 통신사의 주가는 예상과 다르게 지지부진했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1일을 기점으로 지난달까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주가는 계속 박스권에서 맴돌았고 KT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달 말 공개된 실적 역시 주가를 따라가듯 시장예상치를 하회하는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900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것이고 당초 시장에서 전망했던 5210억원보다 310억원(5.95%) 적은 수치다.

KT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40억원으로 집계되며 전 분기 대비 89.8%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KT의 경우 전 분기와 비교한 이유는 전년 동기에 최고경영자가 교체되고 근로자의 명예퇴직으로 일시적 비용이 발생한 것이 적자의 원인이어서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전 분기와 비교하더라도 영업이익의 감소 폭은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1906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2.6% 증가했지만 자세히 보면 접속료 수익과 회계정책이 변경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LG유플러스의 매출은 7%가량 떨어지며 신규가입자 유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통신사 실적 부진의 이유로 단말기 판매대수가 줄고 대리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가 늘어난 점을 꼽았다. 또한 단통법 이후 마케팅비용이 예상처럼 크게 줄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통법 시행 후 이동통신의 마케팅비용은 전 분기 수준이었으나 유선통신 마케팅 경쟁이 심화되며 광고선전비가 33.6% 증가했다”며 “게다가 단통법 시행으로 단말기 판매대수가 13.8% 줄었고 가입자당 유치비용(이동통신업체 지원금+대리점 리베이트)도 16.8% 늘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뉴스1=안은나 기자

◆ 4분기 실적 부진, 이미 주가에 반영돼

그렇다면 단통법은 통신사 3인방의 올해 1분기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지난 분기와 마찬가지로 마케팅비용의 급감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단통법은 출시가 15개월 이상 지난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은 규제하지 않는다. 최근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15개월 이상 단말기에 몰리는 추세로 통신사 간 경쟁이 붙으면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사 간에는 과도한 경쟁구도를 피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우발적인 이슈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점진적으로 통신업체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올해 통신업계 전망에 대해 배당정책 확대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황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통신업체의 주주 환원정책은 SK텔레콤이 주당 9400원, LG유플러스가 주당 150원을 배당할 것으로 보이며 KT는 인력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배당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올해는 통신업체들의 이익성장과 더불어 주당 배당금이 커지거나 자사주 매입 등의 방법으로 주주 환원정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KT의 올해 배당액을 800억원으로 본다. 배당성향이 30% 이상으로 전망되는 LG유플러스도 수익호전으로 지난해보다 배당이 주당 110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통신 3사의 올해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측했다. 단통법 시행 초기인 4분기의 수익 부진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올해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실적 부진을 야기했던 대리점 리베이트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장조사가 이뤄지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황인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업종의 올해 합산조정 영업이익은 KT 명퇴금을 제외하고 3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배당수익률은 각각 3.5%, 2.7%, 2.2%에 달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배당주”라며 보유비중을 확대할 것을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 합본호(제370·3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