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이번 기회에 담배를 아예 끊겠다는 사람도 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가격 인상이 담배 구입을 줄이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4’에 따르면 한국 성인남성 흡연율은 지난 1999년 67.8%에서 2013년 42.1%로 줄었고 여성 흡연율은 4.6%에서 4.0%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성인남성 기준으로 한국 흡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이다.
◆흡연율 하락 원인 ‘갑론을박’
보건복지부는 담배 1갑당 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면 한국 성인남성 흡연율이 내년까지 35% 수준으로 떨어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995년 국민건강영양법 시행 이후 흡연율 감소 추이를 볼 때 가격정책 효과가 있다는 것. 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19세 이상 성인남성 5723만여명의 흡연에 대해 분석한 결과 성인남성 흡연율이 2003년 49.4%였는데 담뱃값이 오른 2005년에는 43.9%로 크게 하락했으며 이듬해인 2006년에는 추가로 42.3%로 낮아졌다.
복지부 금연종합정책 테스크포스(TF)팀은 2005~2006년 담뱃값 인상 이외에 특별한 가격정책이나 건강관련 이슈가 없었던 점을 고려해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반대주장도 만만찮다. 흡연자 동호회인 ‘아이러브스모킹’은 “담뱃값 인상이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지난 10년간의 흡연율 감소는 공공장소·음식점 금연 등 비가격정책의 효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담뱃값이 오르면 2005년처럼 당분간 흡연율이 떨어지겠지만 사재기 물량이 돌아오면 다시 흡연율은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상위계층 흡연율은 떨어지지만 하위계층은 큰 효과가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세차례 진행된 담뱃값 인상에서 소득수준 상위계층 남성의 흡연율 감소폭이 19.3%에서 21.3%로 커졌다. 그러나 소득수준 하위계층의 흡연율 감소폭은 15.2%에 불과했다.
담배 동호인·조세 관련 단체는 담뱃값 인상이 ‘증세 없는 세수 확보’를 위한 꼼수라고 꼬집는다. 강기윤 의원은 ‘담뱃세 인상 찬반 토론회’(2014년 9월16일)에서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고 하지만 조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0원을 올릴 때 세수가 극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WHO, 적절한 가격정책 권장
세계보건기구(WHO)도 정부의 가격정책에 동조한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담배소비 감소를 위한 적절한 가격정책을 강조하면서(협약 제6조) 소비자가격 및 소득수준의 증가분을 뛰어넘는 세금인상을 권장했다. 이는 흡연자가 위해성이 심한 저가제품을 선호·구매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을 포함한다.
WHO는 ‘담뱃세가 올라가면 죽음과 질병이 줄어든다’(Raise tobacco tax, lower death and disease)는 슬로건 아래 각 당사국에 담뱃세 50% 인상을 촉구한 바 있다. 또 모든 국가가 담뱃세를 50% 올리면 3년 내에 4900만명의 흡연자가(성인흡연자 3800만명, 잠재 흡연자 1100만명) 줄고 흡연으로 인해 사망하는 1100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별 성인남성의 흡연율과 담배가격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담뱃값이 비싼 국가의 성인남성 흡연율이 대체로 낮다. <그림 참조> 다만 담뱃값이 절대적으로 비싼 유럽 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나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담뱃값이 이들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담뱃값을 인상하는 가격정책과 더불어 비가격정책을 동시에 추진해 현재 42.1%인 성인남성 흡연율을 오는 202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인남성 흡연율의 평균인 29%로 낮추는 게 보건복지부의 목표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비가격정책으로는 담뱃갑에 흡연을 경고하는 그림을 게재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서는 담뱃갑 경고그림을 2001년 처음 시행한 후 흡연율이 24%에서 18%로 떨어졌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해 브라질에서는 흡연율이 31%에서 22.4%로 낮아졌고 태국에서도 30%가 넘던 흡연율이 20%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태국정부는 담뱃갑의 55%를 차지하던 그림의 크기를 85% 이상으로 확대했다. 경고그림의 시각적 효과가 흡연율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현재 77개 국가가 이를 도입했다.
◆금연 여부, 이젠 결정할 때
우리나라는 경고그림 법안이 지난 2002년 처음 발의된 후 담배회사, 잎담배 농가, 담배소매상 등의 반발로 매번 좌절됐다. 그러다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월 13년 만에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전체회의에서 법안심사소위로 회부되면서 이번 국회 처리가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담배 수입이 늘고 KT&G가 민영화된 후 2000~2013년 국내 농가의 담배 재배면적과 담배 재배농가의 수가 87%나 줄었기 때문에 흡연율이 낮아지더라도 담배농가와 소매상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만 20세 이상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사회조사(보건분야, 2012)에 따르면 금연이 어려운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61.1%)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습관’이 28.6%, ‘다른 사람이 피우는 것을 보면 피우고 싶어서’가 5.4%, ‘금단증세 때문’이 4.7%였다.
이처럼 흡연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를 피우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담배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물질이다. 니코틴은 중독성이 커 스트레스가 체내의 니코틴을 고갈시켜 담배를 피우고 싶게 만든다. 흡연을 통해 니코틴이 체내로 들어오면 잠시 스트레스가 해소됐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것뿐이다.
금연을 한 직후 일시적으로는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6개월 이상 금연하면 흡연자에 비해 스트레스 수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결국 애연가가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금연을 실천하느냐 여부는 단기적인 스트레스 해소와 스트레스 해소 사이에서 선택일 수도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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