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 분위기 반전을 꾀할 타개책으로 핀테크(Fin-Tech)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바코드 등 총 3가지 방식을 지원하는 ‘삼성페이’(Samsung Pay)를 선보이며 카드사의 모바일 결제 활성화 움직임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모바일결제시장의 주도권이 삼성전자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복합할부상품, 5년 만에 판매 중단 위기
지난해 11월 현대·기아차와 KB국민카드간 협상을 시작으로 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펼쳐졌던 복합할부수수료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결과적으로 현대·기아차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원하는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복합할부금융이란 고객이 캐피털사와 계약을 맺고 할부로 차를 살 때 중간에 카드결제 단계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 현대·기아차는 각 카드사에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수료율 수준까지 낮추라고 요구했다. 반면 카드사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현대차와 BC, 신한카드는 복합할부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기아차도 하나, 롯데, 현대, 신한카드와 카드복합할부상품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또한 복합할부 취급 비중이 가장 큰 삼성카드 역시 현대차의 전차종 할부 기준금리 인하 카드에 결국 무릎을 꿇고 복합할부 취급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현대차는 지난 10일부터 전차종 할부 기준금리를 평균 1%포인트 낮췄다. 현대차에 따르면 원리금균등납부 방식으로 현대차를 구입하는 고객이 선수금 15% 이상을 납부할 경우 기존 5.9%(12/24/36개월) 금리가 4.9%로, 6.9%(48개월)는 5.9%로, 7.5%(60개월)는 5.9%로 평균 약 1%포인트 할부금리가 인하된다.
기아차 역시 지난 1월 모든 차종에 대해 고객이 선수금으로 원금의 15% 이상을 납부한 뒤 원리금을 균등 납부하는 할부상품을 선택하면 할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해주는 강수를 뒀다. 이어 3월에는 K시리즈(K3, K5, K7)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납입 개월수에 따라 할부금리가 1.9~3.9%로 인하된 저금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할부금리가 내려가면 저금리를 앞세운 복합할부상품의 장점이 사라지게 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복합할부상품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예전만큼의 수익성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모든 차종의 할부 금리를 1% 인하함에 따라 그간 저렴한 금리를 앞세우던 복합할부상품의 장점이 사라졌다”며 “이로 인해 삼성카드의 복합할부상품 취급고 감소는 불가피하게 됐다”고 밝혔다.
◆1%대 인하 ‘부당수수료 시정법’ 발의?
이에 더해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율도 올해 안으로 평균 1%대로 낮아질 것이 유력시되는 것도 카드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올해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미 인하 여건은 충분히 조성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카드사들도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서는 이미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각 카드사는 올 상반기 중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산정 시 기준으로 삼는 ‘적격 비용’을 재산정할 예정이다. 적격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자금조달 비용인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지난 2012년 말 기준 2.75%에서 현재 1.75%로 1%포인트 낮아진 만큼 카드 수수료율도 떨어지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자금조달 비용 역시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현재 평균 2.1%인 가맹점 수수료율이 1%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이와 맞물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일명 ‘신용카드부당수수료 시정법’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카드사들의 근심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정 의원은 지난 18일 신용카드 전표를 신용카드업자뿐만 아니라 여신업을 하는 금융기관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행법상 신용카드 매출채권은 오직 신용카드사만 넘겨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범위가 전 금융사로 확대될 경우 자연스레 카드사의 파이는 줄어든다. 이와 관련 카드업계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는 상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인하와 맞물려 해당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이라며 “만약 다른 금융기관과 매입업무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수익성 유지를 위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일정 부분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염려했다.
◆삼성페이, 돌파구 될까?
이 같은 상황에 카드사들은 분위기 반전을 꾀할 타개책으로 모바일결제시장을 지목하고 모바일 카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온라인시장에서는 편리함이 장점인 ‘앱카드’를 등에 업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온 반면 오프라인에서는 제동이 걸린 모습을 보였다. 앱카드를 통해 결제를 하려해도 시중에는 앱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 보급률이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에서 ‘삼성페이’를 선보임에 따라 이 같은 문제점은 일정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삼성페이는 기존에 신용카드를 결제할 때 이용하던 단말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기술을 적용해 국내 90% 이상의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편리하게 이뤄진다. 또한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통한 결제도 가능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가 확산될 경우 카드사 입장에서는 오프라인시장의 입지를 넓힐 활로를 찾게 되는 셈”이라며 “또한 삼성페이의 경쟁상대는 카드사가 아닌 다른 간편결제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PG사로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삼성페이의 영향력이 커진 뒤 삼성전자가 점유율 등을 명목으로 내세우며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삼성페이가 지원되는 스마트폰이 국내 1000만대 판매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년 뒤 대중화된 모바일 결제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페이의 결제 플랫폼이 보편화될 경우 카드사들이 해당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고 수수료가 부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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