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오아시스.” 자취생활 5년차 김모씨(33)는 편의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편의점은 어느덧 김씨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침 출근길 삼각김밥 하나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모닝커피를 구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주머니 사정이 얇을 땐 3000원짜리 도시락으로 한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급하게 무언가 필요하거나 어떤 것을 잃어버렸을 때도 편의점에 가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현금서비스는 기본이고 휴대전화 충전, 소화제와 여행용품 등은 물론 속옷, 와이셔츠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어디 그뿐인가. 카페처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콘셉트의 점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김씨는 “몇년 전만 해도 편의점에서는 담배와 간편식 정도만 구매했는데 이제는 즉석에서 빵도 구워주고 커피도 내려주고 간단한 약까지 안 파는 게 없는 것 같다”며 “특히 나처럼 야근이 잦은 사람이나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 자취생에게는 거리의 해결사 같은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트렌드 따라 서비스 영역 확장
편의점이 어떤 물건이든지 다 파는 ‘생활만물상’으로 변모했다. 기존 ‘담배가게’ 이미지를 벗고 판매품목 확대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러 업종과 경쟁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 다양한 먹거리의 진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선 세븐일레븐은 ‘공간’에 대한 진화를 선도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1월 도시락을 중심으로 한 푸드 스토어와 복합편의공간을 갖춘 ‘도시락카페 1호점’을 서울 역삼동에 오픈했다. 세븐일레븐 도시락카페는 일반상품 구색 확대뿐만 아니라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알뜰폰, 보틀, 와이셔츠, 화장품 등 비식품군 상품도 대폭 늘렸다.

이뿐 아니다.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32석 규모의 테이블과 식사하며 회의를 할 수 있는 별도의 미팅룸도 마련했다. 미팅룸에는 스크린과 화이트보드를 설치했으며 빔프로젝터도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 ‘3D 프린팅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세븐일레븐은 도시락카페 방문고객에 한해 3D 프린터 이용권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CU편의점은 최근 대전시 대덕대학교에 ‘카페테리아점’을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피자와 45종의 베이커리, 16종의 도넛, 치킨 등의 먹거리를 메뉴화해 판매한다. 주문 즉시 매장에서 직접 조리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기존 편의점들이 가공식품만 판매하는 것과 차별화를 꾀한 것.

GS25의 경우 지난해 11월 대학가 2개 점포에 들여놨던 ‘키오스크 복합기’를 이달부터 10개 매장으로 확대해 서비스하고 있다. 키오스크 복합기는 컴퓨터와 인쇄·팩스·스캔이 가능한 복합기다. 팩스는 물론 주민등록등본까지 출력할 수 있다. GS25는 또 지난해 9월부터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유통체계인 ‘옴니채널’을 통해 스마트폰ㆍTVㆍ정수기 등의 가전제품도 판매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국내 편의점 평균면적이 일본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데 다소 한계가 있었다”며 “미래 편의점은 현재보다 공간이 넓어지고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하나의 장소에서 해결하는 ‘복합생활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 NB상품 안 부러운 PB상품

편의점 PB상품도 진화하고 있다. CU가 운영하는 PB상품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00개로 평균 운영상품수의 20~25% 수준이다. 최근에는 일반(NB)상품의 판매량을 뛰어넘는 PB상품이 속속 등장했다.

CU가 지난 한해 동안 주요상품 카테고리들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자이언트핫도그’와 ‘자이언트피자’는 동일 카테고리 내 NB제품보다 각각 8.6배, 9.1배 더 많이 팔렸으며 300ml짜리 ‘저지방우유’도 PB상품이 7.6배나 판매량이 많았다.

라면과 생수도 PB상품의 판매량이 30~40% 높았다. 기존 요구르트보다 4.5배 커진 ‘CU빅요구르트’는 출시된 지 한달도 안돼 카테고리 판매 1위에 올랐고 기존상품보다 무려 3.4배나 더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딸기 마카롱 아이스크림도 누적 판매량 70만개 이상을 기록하며 단숨에 아이스크림 판매 1위 자리를 꿰찼다. 세븐일레븐은 마카롱 아이스크림의 인기로 인해 모나카류 아이스크림 매출이 전년대비 47.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에서 출시한 오모리김치찌개라면 역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맛 후기를 남기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져 현재 GS25 용기면(컵라면)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한 것. GS25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은 숙성 김치의 깊은 맛으로 유명한 맛집 ㈜오모리와 손잡고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GS리테일 편의점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차별화된 품질과 맛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며 “편의점 먹거리가 하나의 음식 카테고리가 된 만큼 보다 맛있는 먹거리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식품뿐만 아니다. 비식품군도 강화하는 추세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8월 프랑스 스포츠 속옷브랜드인 ‘왁스’를 론칭했고 GS25는 글로벌 비타민업체 GNC와 손잡고 소포장 비타민을 판매해 지난해 100%에 가까운 매출신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앞으로 1인 가구를 위한 상품 구색을 강화하고 근거리 쇼핑족을 위한 경제적인 비식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전혀 다른 두가지 상품이 결합된 기존엔 없던 새로운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알뜰하게 이용하는 법

★ ‘편의점 원플러스원(1+1)’ 앱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 1+1이나 2+1으로 판매하는 행사제품을 모아놨다. 자주 가는 편의점에서 어떤 행사를 하는지 미리 살펴본 후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다.

★ 편의점 멤버십카드
편의점마다 단골고객을 위해 자체 멤버십카드를 발급해 할인·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BGF리테일의 CU 전용 멤버십카드 ‘CU멤버십’은 실적에 따라 최대 2%까지 포인트로 적립해 대형마트 0.1~0.5%, 타 편의점 0.5~1%을 뛰어넘는다. GS25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외부업체와 손잡고 포인트 적립기능이 있는 선불카드 POP카드와 캐시비카드를 선보였다. 결제뿐 아니라 교통카드로 쓸 수 있어 편리하다.

★ 골라 담아 할인이벤트
편의점의 할인이벤트를 주목하면 대형마트나 인터넷몰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실제 세븐일레븐은 최고 7500원에 상당하는 인기상품 5종을 골라 담아 33% 할인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CU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생필품의 할인행사를 자주 진행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