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모르는 황금알 시장. 여성 필수품인 생리대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생리대시장의 성장세는 타 산업에 비해 더디지만 가임기 여성이라는 고정 수요층이 있어 부침 없는 산업으로 통한다. 시장규모는 연간 4000억원대. 지난 10여년간 이 규모에서 눈에 띄게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았다는 점 역시 이를 방증한다. 즉 생리대는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필수품이자, 가격 부담이 커도 살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이 때문인지 업체들은 저마다 다양한 생리대 제품을 내세우며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절대강자는 생활·위생용품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 현재 국내 생리대시장에서 약 50% 이상 점유율로 1위를 질주 중이다. 그 뒤를 LG생활건강과 일본생활용품업체 유니참이 합작해 만든 LG유니참이 바짝 쫓는 모양새. 매달 돌아오는 여성들의 ‘그날’을 잡기 위한 경쟁을 펼치며 잘나가는 두 회사.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도 숨어있다.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 vs LG유니참의 '바디피트'. 국내 생리대시장은 이 두 브랜드가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두 업체는 이 분야에서 막강한 파워를 지닌다.
/사진=머니위크 DB
◆ 매출·영업익 승승장구… 기부는 0.01%
업계에 따르면 좋은느낌, 화이트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유한킴벌리는 올해 순면패드를 사용한 제품으로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출시한 ‘좋은순면’ 생리대가 6개월만에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면서 매출 역시 전년동기대비 25% 올랐다. 운동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지난 1~4월 체내형 생리대 화이트탐폰 매출도 전년대비 250% 이상 성장했다.
LG유니참도 재미를 보고 있긴 마찬가지. 한방 생리대 ‘귀애랑 네이처’가 최근 중국인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한 대형마트 중국인관광객 매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메가 브랜드인 바디피트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성장곡선도 가파르다. LG유니참은 생리대시장 후발주자지만 지난 2006년 진출 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소피'를 통해 시장에 안착한 후 ‘바디피트’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6%대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을 불과 5년 만에 21%까지 끌어올렸다.
잘나가는 생리대 2사. 문제는 이 업체들이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적 기업이라는 착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1조원이 넘는 매출액에 비해 기부금 씀씀이가 너무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매출액 차이는 크지만 LG유니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실제 본지 조사 결과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16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중 감사보고서에 명시된 기부금은 24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매출액의 0.1% 수준. 그마저도 지난 2012년 0.18%, 2013년 0.14%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사진=머니위크 DB
LG유니참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LG유니참의 매출액은 1380억원, 영업이익은 매출액의 10%를 넘어선 14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부금 지출은 없었다. 지난 2013년에 기부한 1000만원이 그나마 최근 기부한 기부금의 전부다. 당시 1000만원은 매출액의 0.01%다. 2012년에도 별다른 기부를 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한킴벌리와 LG유니참이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이익에 걸맞지 않은 기부금 실태를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재무제표에 집계되지 않는 금액도 있어 단순히 기부금 현황만으로 사회적 책임 수준을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유한킴벌리 한 관계자도 "기부금에 집계되지 않은 사회공헌활동도 많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자사의 이미지나 사업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분야에 대한 기부를 꺼린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한킴벌리의 메르스 마스크 기부처럼 기업의 기부행사가 어려운 이웃에 대한 실질적 도움보다는 광고와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두 회사 모두 덩치만 컸지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에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머니위크 DB
◆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반면 두 업체는 광고와 판촉비용에는 아낌없이 비용을 지출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502억4000만원의 광고선전비와 482억4000만원의 판매촉진비를 사용했고, LG유니참도 44억원의 광고선전비와 246억원의 판촉비를 썼다.
특히 유한킴벌리의 경우 배당금의 70%인 910억원을 해외로 내보냈다. 현재 유한킴벌리 지분은 헝가리법인인 킴벌리 클라크가 70%, 유한양행이 30%를 보유 중이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70%를 외국회사에 보내고 있는 셈.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사회적 환원에는 소극적인 반면 본사의 이익 챙기기에는 적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해외로 보내는 배당금은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생리대 가격은 꾸준히 상승, 현재 36개입 중형기준 제품가격이 평균 8000~1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전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그마저도 유통업체별로 차이가 크다. 마트인지, 편의점인지에 따라 최고 5배까지 차이가 난다.
소비자 고모씨(32)는 “비싸다고 안 살순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지만 생필품 가격이 이렇게 비쌀 필요가 있냐”고 지적했고,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부터 국내 생리대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생리대를 만들고 부가세를 쓰는 문제보다도 필수품인 생리대에 대한 지나친 홍보와 광고로 가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업체들이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배당과 가격인상에만 열을 올린다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가임여성(15~49세) 인구 1300만명. 이들의 ‘그날’을 잡고 있는 두 회사가 바람직한 변화로 이 같은 논란을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