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업계는 현재 치열한 판매가격 인하 경쟁으로 저평가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 타이어 핵심 원재료인 천연·합성고무가격이 반등세로 전환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원재료가격이 오르면 업체 간 판매가격 인하 경쟁이 점차 수그러들기 때문이다.
국내 타이어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증권가에서는 지금이 저가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개별적인 모멘텀을 고려할 때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핵심 원재료 가격상승, 긍정적 신호
우선 타이어업계의 판매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된 이유부터 살펴보자. 그동안 원재료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타이어업체들의 마진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메이저 타이어업체들의 자국통화 약세와 이를 통한 수출마진 개선은 동종업체들의 판매가격 인하 경쟁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최근 천연·합성고무가격이 각각 1600달러, 1400달러로 상승했다. 천연고무는 주요 생산국의 공급량 조절과 태국정부의 저가물량 수매로 반등세를 보였다. 기후여건을 고려하면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합성고무 역시 부타디엔(BD) 가격상승과 함께 원가상승 현상이 나타났다. 하반기로 갈수록 가격상승 압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이처럼 원재료가격이 오르자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천연·합성고무 가격상승을 타이어종목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타이어업체마다 주요 원재료의 믹스비율이 다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매출의 30% 정도는 고무와 관련된 매입금액이다. 고무가격이 10% 변동될 때마다 수익성은 3%포인트 바뀐다는 의미다.
물론 현재로서는 원재료 가격수준이 타이어 판매가격 인하 경쟁을 완전히 멈추게 할 수는 없겠지만 차츰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원재료가격 변화가 타이어업계의 경쟁환경과 관련업체들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이현수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재료가격 반등을 근거로 타이어업체들의 판매가격 인하 경쟁이 완화되고 더 나아가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업종 펀더멘털 개선을 전제할 때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금호타이어의 저가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넥센타이어, 미국 수출증가 최대수혜
특히 미국을 겨냥한 넥센타이어의 수출증가가 기대된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넥센타이어의 올 2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4590억원, 561억원으로 전망된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 15% 오른 수준이다.
현지 기준 판매가격은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유사한 가격이 유지됐다. 반면 투입원가는 14%가량 하락해 판매·원가 차이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넥센타이어 총매출의 6%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판매가격을 인하했다. 그러나 중국 매출규모가 적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회복 여부는 양산공장의 미국 매출증가에 달렸다. 미국의 중국산에 대한 상계관세·반덤핑 관세 부과로 2분기 우리나라의 타이어 미국수출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미국 매출은 넥센타이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해 국내 타이어업체 3사 중 미국 관련 이익회복이 가장 명확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2분기 환율이 원화 대비 유로화가 전년대비 14.2% 약세, 달러화가 6.6% 강세를 기록했다. 유럽 매출 감소 정도는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나 미국 매출에서는 수출채산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에도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넥센타이어의 전체 환율 포지션은 상반기 대비 하반기가 유리해질 전망이다.
유지웅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넥센타이어의 주가흐름은 북미향 타이어 수출증가가 이어져 우상향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1분기의 주요 컨센선스 하회요인이 유로화 환율이었음을 감안할 때 하반기는 동사의 주가가 회복될 시점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넥센타이어에 대해 업종 내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했다.
◆한국·금호타이어도 매력 부각
이처럼 판매가격 인하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원재료가격 반등은 수익성 하락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또 중국 내 완성차업체들의 경쟁심화와 현대·기아차의 생산량 증가세도 둔화돼 2분기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우호적인 수준이고 2분기 교체용 미국 타이어의 판매증가(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분기 실적발표 이후 국내 타이어업체들의 저평가 매력이 점차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넥센타이어만큼은 아니지만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도 현재 상황과 원재료 투입형태를 고려할 때 턴어라운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국타이어는 원재료 투입단가가 6개월 평균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원재료가격 반등 시 수익성 훼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또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인수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지분법이익 증가에 따른 저평가 매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는 넥센타이어와 비슷한 환경이지만 손익악화의 원인이 글로벌 가동률 악화였던 만큼 원재료가격 변동보다는 본업의 회복 여부가 저평가 매력을 끌어 올리는 데 더욱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현수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타이어업체들은 이미 주가 하락이 진행된 만큼 추가적인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예상보다 우호적인 원·달러 환경에서 하반기 미국지역 판매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핵심 원재료의 가격반등을 통해 업체 간 판매가격 인하 경쟁이 완화되면 국내 타이어업체들의 매출성장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수익성 악화가 먼저 반영될 수밖에 없어 단기투자 모멘텀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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