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로또처럼 아직 국어학적 표현이 정립되지 않은 단어가 또 있을까. 문법상 ‘로토’가 돼야 하지만 대부분 미디어에서는 고유명사로서 ‘로또’를 사용한다. 로또를 사는 행위도 ‘구매’정도로만 표현하지 ‘투자’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주식투자는 익숙하지만 ‘로또투자’는 아직 낯설다.

그런 면에서 보면 ‘즐긴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로또를 즐긴다는 말엔 로또를 구매하는 행위의 전후에 대한 해석도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 ‘로또게임’이란 단어도 적절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또를 도박은 아니지만 어른용 게임으로 본다. 따라서 19세 이상 성인이 한번에 10만원 이상 로또를 사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만원 이상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다.
현시대를 반영한 용어로는 ‘힐링’이 로또와 잘 어울린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로또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철저하게 ‘힐링’의 개념에서 로또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첨이 안 되도 좋은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66.3%였고 로또가 가진 ‘나눔 행위’에 공감하는 사람도 65.7%다. ‘로또가 있어서 삶이 재미있어졌다’고 답변한 사람이 65.2%, ‘복권이 있어서 좋다’는 사람도 62.9%에 달한다.

지금도 로또는 일주일에 600만명 이상이 즐긴다. 한번이라도 로또를 즐긴 사람까지 포함하면 한국에서만 거의 매주 1000만명이 로또에 열광한다. 이들이 로또를 즐기는 이유는 단 하나.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 때문이다.


학력이 높거나 부자일수록 로또에 무관심하지만 서민들은 삶이 괴롭고 힘들면 마치 교회나 절에 가듯 로또를 즐긴다. 1등은커녕 5만원짜리만 당첨돼도 대만족이다. 물론 이들 중 99%는 ‘설마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로또를 즐긴다. 그러나 나머지 1%가 채워주는 삶에 대한 희망과 의욕이 스스로에게 큰 위안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로또는 힐링’이란 말이 맞다.

그렇다면 ‘도전’이란 단어를 붙이면 어떨까. 필자와 조금 친분이 있는 한 주역 선생은 지금도 로또를 연구한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세대여서 그의 지나간 로또연구노트에는 매주 스스로 분석한 숫자와 실제 숫자를 대조한 결과물이 촘촘히 적혀있다.

그는 로또뿐 아니라 주식투자와 경마도 즐기는데 이 중 가장 쉬운 것이 경마란다. 경마는 말과 사람, 그리고 그 날의 일진만 잘 분석하면 꽤 높은 수익률이 나온다는 것. 반면 주식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한다. 주식투자는 회사와 주주, 업종의 생로병사를 모두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깨닫기까지 20여년이 걸렸다고.


반면 로또는 가장 어려워서 그는 아직도 연구 중이다. 물론 로또는 과학자의 영역이라 주역과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그는 매주 스스로의 방식으로 연구한 뒤 로또를 산다. 그는 자동구매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에게 로또는 ‘도전해 볼만한 영역’이고 ‘작은 힐링’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