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답지 않게 격의 없고 유연하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다. 곽 사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 국고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금융정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지난 5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어려운 시기에 예보 지휘봉을 잡았다.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을 맡았던 곽 사장은 김주현 전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곽 사장은 취임 이후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쌓인 난제들을 풀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앞에는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다. 번번이 실패한 우리은행 매각이 최대 난제다. 10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도 여전히 뇌관으로 도사리고 있다.

◆부채감축 총력… 스마트 소통 행보

올해 금융권은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시험받았다. 초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악화 위기를 넘어서야 하는 동시에 가계 및 기업대출 증가에 따른 건전성 지표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핫이슈’를 다루는 예보도 예외는 아니다. 곽 사장에게도 똑같은 시험이 주어졌다.


취임 당시 곽 사장은 예보의 목표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기금역량 확충 ▲자율과 책임이 조화된 예보서비스 제공 ▲질적 수준 향상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 이행 등을 제시했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사진제공=예금보험공사

취임 후 곽 사장의 시간은 숨 가쁘게 흘렀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예보는 창립 19주년을 맞았다. 이날 곽 사장은 “기금역량을 확충해 금융회사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예금보험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곽 사장은 부채감축을 위한 공적자금 회수에 온 역량을 쏟고 있다. 4년 전 ‘저축은행 사태’로 예보가 부담한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곽 사장은 저축은행 파산재단 통합사무실을 직접 방문, 일선 현장에서 회수를 위해 노력하는 파산관재인 대리인 및 직원들을 격려했다. 지난 10일에는 예보가 관리하는 파산재단에 근무하는 관재인을 위해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이어 지난 23일 예보는 4290억원 규모, 총 310건의 파산재단 보유자산을 예보 전국 10개 공매장에서 공개 입찰했다. 파산관재인인 예보가 파산한 저축은행의 숨겨진 자산을 찾아낸 뒤 이 재산을 매각, 파산재단을 통해 이 돈을 저축은행 채권자들에게 배당을 통해 나눠주는 식이다.

예보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의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로 발생한 부실채권을 넘겨받아 회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보가 관리 중인 490개 파산재단 가운데 파산절차가 진행되는 곳은 49개다. 이곳에 예보는 직원 36명을 파산관재인으로 파견했다.

곽 사장은 올해 저축은행 부실채권 회수목표로 3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예보가 역대 제시한 목표 중 최대규모다. 지난해(2조6000억원)보다 23% 증가한 수치다. 벌써 상반기 1조8000억원의 저축은행 부실채권을 회수했다. 이는 올해 회수목표의 5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예보가 보유하는 서울보증보험 등의 출자주식 매각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총 20조2000억원의 부채를 줄일 계획이다.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통한 내부경영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취임 이후 곽 사장은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직원들과의 스킨십이다. 지난 7월7일 곽 사장은 직원들과 ‘KDIC 뉴 스타트’(NEW START)라는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사장과 직원 간 토크콘서트는 예보 설립 후 처음 진행된 행사다.

그는 평소 스마트폰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7월17일에는 실무직원들과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e-타운홀미팅’을 가졌다. 이밖에 곽 사장은 점심식사, 체육행사 등을 통해 직원들과 다양한 소통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내부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예보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예금보험공사. /사진=머니위크 DB

◆‘난제’ 우리은행 민영화, 강한 의지 표명
하지만 곽 사장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우선 올해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선 점이 부담이다. 가계가 파산해 빚을 갚지 못하고 은행이 망하면 예보가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은행 매각이라는 커다란 산을 넘어야 한다. 금융권 내 최대 관심사인 우리은행 민영화는 지난 2010년 이후 네차례나 실패했다.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곽 사장은 우리은행과 맺은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조정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겪어야 할 진통은 많아 보인다.

곽 사장은 취임 때부터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곽 사장은 취임식에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포함 출자금융사의 매각에 적극 나설 예정이며 파산재단이 보유한 자산매각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해 지원자금 회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현재 우리은행의 주가는 1만원대를 기록 중이나 과거 7000원선을 보일 때 처음 우리금융의 블록세일을 주장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피력하기도 했다.

곽 사장은 지난 2004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 의사총괄과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세부내용을 면밀히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정부가 예보의 우리은행 지분을 주요주주에게 나눠 파는 방식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지분 51.4%를 보유하고 있는 예보가 당초 한꺼번에 매각하려 했던 우리은행 지분을 투자자 한사람당 최소 4%에서 최대 10%까지 쪼개 팔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예보의 복안이 성공할 수 있을까. 5수에 도전하는 우리은행 민영화가 커트라인을 넘어 최종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시장은 곽 사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프로필
▲1960년생 ▲한양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합격 ▲재정경제부 국고국 재정정보관리 과장 ▲ 기획재정부 자유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 지원대책단장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유통정책관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기획재정부 국고국 국유재산심의관 ▲기획재정부 국고국 국장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예금보험공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