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코모 한국지엠 영업·AS·마케팅 부문 부사장의 말이다. 국내시장 단종이 결정된 알페온을 대신해 준대형세단 임팔라를 투입한 판단에 명백한 이유가 있다는 속뜻이 담겨있다.
그는 이어 “임팔라는 국내 준대형세단 시장의 판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지난 14일 여수공항에서 남해 사우스케이프CC까지 약 100㎞ 구간을 달리며 그 자신감의 근거를 찾아봤다.
◆거대한 차체, 묵직한 가속감
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임팔라는 듣던 대로 거대했다. 소비자의 인식 속 준대형과 대형을 구분짓는 기준의 하나인 ‘5m’ 전장을 훌쩍 넘겼다.
시승한 차량은 3.6ℓ엔진이 탑재된 LTZ트림. 전반적인 디자인은 쉐보레의 패밀리룩이 적용됐지만 플래그십 세단답게 차량 곳곳에 디테일한 크롬장식이 가미돼 고급스런 인상을 준다. 보닛과 측면 캐릭터라인이 큰 덩치임에도 다부진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에 반해 후면부 디자인은 다소 밋밋하다.
실내는 외관에 비해 ‘크다’는 느낌이 딱히 들지 않는다. 5m가 넘는 전장에 비해 전폭은 1855mm로 그리 넓지 않기 때문이다. 그랜저와 비교하면 전장이 190mm길지만 전폭은 오히려 5mm짧다. 차체가 긴 덕에 뒷좌석 레그룸은 그랜저에 비해 훨씬 넉넉하고 헤드룸도 여유가 있다.
실내 인테리어는 모하비와 블랙 색상이 조화롭게 맞물렸다.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인테리어가 전체적으로 ‘미국차’ 특유의 투박함과 ‘유럽차’의 오밀조밀함이 섞인 느낌이다. 센터페시아에서 대시보드로 뻗어나가는 크롬라인이 디자인의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준다.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여수공항 주차장에서 나와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묵직하지만 부드러운 가속이 대형세단임을 증명한다. 요즘 나오는 스포츠 세단처럼 급하게 치고나가는 느낌이 아니라 묵직한 가속감이 속도를 아무리 높여도 계속된다.
소음차단도 수준급이다. 고속에서 종종 노면소음이 있었지만 남해고속도로가 놓인 지 오래된데다 아스팔트 도로보다 소음이 심한 시멘트 포장도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편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갈 때 쯤 다소 정체가 있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켰다. 속도를 시속 70㎞에 설정하고 페달에서 발을 모두 떼자 앞차의 속도에 맞춰 스스로 가속과 감속을 하고 앞차가 정지하자 따라 정지한다. 신호가 있어 시내구간에서는 사용이 어렵지만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의 피로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 기능은 3.6ℓLTZ트림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고속도로를 나와 사우스케이프CC로 향하는 해안도로로 접어들었다. 연속 커브 구간이라 코너링 성능을 시험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다소 높은 속도로 주행했음에도 코너링은 안정적이다. 큰 스티어링휠도 민첩하게 움직인다. 서스펜션은 단단하기보다는 다소 무른 느낌인데 ‘패밀리 세단’으로서 차량의 정체성에 맞게 튜닝했다는 게 한국지엠 측의 설명이다.
시승 중 임팔라의 연비는 차량 테스트를 위해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했음에도 리터당 9㎞에 근접했다. 정속주행을 한 타 기자의 차량은 리터당 12㎞를 상회했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후부방향지시등이 붉은색이라는 점이다. 한국지엠 측은 법규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운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실패 통해 배운 한국 대형세단시장
시승 후 한국지엠 측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앞서 출시한 대형세단들의 실패에서 많은 레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대우자동차가 제너럴 모터스(GM)에 인수된 후 GM은 한국시장에 2006년 스테이츠맨을 시작으로 2009년 베리타스, 2010년에는 알페온 등 글로벌시장에서 검증된 대형세단을 들여온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이유는 한국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다. 스테이츠맨의 경우 외부에 달린 안테나 때문에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한국 소비자들의 눈밖에 났고 알페온의 경우 하이패스가 룸미러에 내장되지 않았다는 작은 이유로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는 “GM이 이제야 한국소비자들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인식했다”며 “임팔라에는 ‘한국형’ 사양들을 대거 추가해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국내 수입되는 임팔라에 탑재된 ‘한국형’ 편의사양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전동식 사이드 미러, 하이패스 단말기, 연료 캡 잠금 장치, 우적 감지 와이퍼, 한국형 내비게이션, 220V 인버터, 뒷 좌석 열선 및 오디오 컨트롤 기능 등 일곱가지 사양인데 향후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편의사양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게 한국지엠의 전략이다.
이뿐 아니라 한국지엠 측은 휴대폰 무선충전 시스템과 휴대폰 거치공간에 배치한 에어컨 송풍구를 통한 액티브 쿨링기능과 같은 섬세한 배려가 임팔라의 판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에서 대형세단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인 골프백 적재의 강점 또한 기대를 모은다. 4개의 골프백을 싣고도 여유가 남는 트렁크 공간은 한국지엠이 차기 대형세단으로 임팔라를 선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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