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초콜릿을 입에 넣기까지 사용된 물은 얼마일까. 집집마다 놓인 세탁기 한대에는 얼마나 많은 물이 쓰일까. 최근 이 같은 ‘물음표’에 답을 던지는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이란 개념이 화제다.
물발자국은 제품 생산이나 서비스의 전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소모되는 물의 양을 산정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1kg의 초콜릿이 재배·가공·유통과정을 거치면서 1만7196ℓ(커피 한잔 기준 140ℓ)의 물을 소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물 부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우리사회에 물발자국이란 개념은 모호하기만 하다. ‘국내 물발자국 1호 박사’ 김영득 농어촌연구원 주임연구원을 만나 물발자국의 오늘과 미래에 대해 조명했다.
김영득 농어촌연구원 주임연구원
◆‘보이지 않는 물’을 아껴라 “우리사회에 물 사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흥미로운 도구(지표)입니다.” 김영득 연구원은 물발자국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물발자국이 최종소비자가 소비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산정함으로써 소비자가 이 과정에서 물 사용량을 줄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 2013년 일본 도쿄도시대학에서 물발자국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해 국내 물발자국 1호 박사로 통한다. 그는 물발자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가상수’의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상수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농산물을 비롯한 재화를 생산하는 데 있어 완성품이 만들어질 때까지 소모되는 물의 양을 말한다.
“물발자국의 핵심은 ‘보이지 않는 물’, 즉 간접수예요. 물 절약을 위해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물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물발자국을 통해 보이지 않는 물을 관리하면 장래 물 부족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죠.”
예컨대 재배부터 유통까지 무려 140ℓ가 투입된 커피 한잔은 당신이 하루 동안 화장실에 8번 다녀오는 것과 동일한 양의 물을 사용한다. 이에 그는 “물발자국이 우리들의 물 사용패턴에 새로운 인식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이를 위한 작업이 현재진행중이다. 김 연구원이 개발한 물발자국 DB(데이터베이스)는 국내에 물발자국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초자료로 쓰인다.
“물발자국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물발자국 DB가 필수예요. 그런데 국내에서 전산업부문에 적용할 수 있는 DB는 사실상 전무합니다. 기존의 해외 DB를 가져다 쓰는 것은 국내 사정, 특히 농업분야에 맞지 않기 때문에 농업을 포함해 403개 산업분야에 대한 물발자국 인벤토리(검색도구의 일종)를 개발했죠.”
그는 물발자국의 도입 전과정을 요리에 빗댔다. 예컨대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밥과 당근, 시금치, 계란 등의 식자재다. DB는 이 재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비빔밥을 만들고, 가격을 정하고, 제품을 최종서비스하는 과정은 추후의 일이다.
“현재 국내의 물발자국 도입은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DB를 구축 중인데 앞으로 기업 등 생산자가 DB를 토대로 제품이 얼마인지, 서비스가 얼마인지 산정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이를 제품별로 표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물발자국을 인증하기 위해 인증기관도 필요하죠.”
◆탄소발자국 쌍둥이 물발자국
◆탄소발자국 쌍둥이 물발자국
그는 앞으로 물발자국이 가야 할 길이 탄소발자국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의 환경경영지표로 활용 중인 탄소발자국은 기업이 상품을 생산, 소비하고 폐기하는 전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제품에 표시해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국내에서도 두부나 화장품, 소주, 자동차, 우유 등에 탄소라벨을 부착해 환경경영의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물발자국 역시 탄소발자국처럼 하나의 시스템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똑같은 제품에 동일한 양과 질, 가격까지 같다면 제품에 표시된 탄소발자국과 물발자국이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물발자국이 적은 제품의 수요가 높아지면 기업 역시 더 적은 물발자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런 과정이 물 부족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최초로 세탁기제품에 해외 물발자국 DB를 적용해 글로벌 인증기관 UL(Underwrites Laboratories)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세탁기제품의 생산부터 유통·사용·폐기 등에 이르는 전과정에 거쳐 직·간접적으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산출해 최종인증을 받은 것이다.
앞으로 물발자국의 도입까지 가야 할 길은 멀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현재 준비과정이 결코 늦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강 하나를 함께 쓰는 유럽의 경우 보이지 않는 물의 이동에 주목해 연구를 일찍 시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물발자국을 빨리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고 전했다.
“방대한 양의 DB를 만드는 작업인 만큼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부족한 실정이에요. 기초데이터를 충실히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물’ 아끼는 법
◆화장실
-기존 변기(13리터급) 대신 절수형(6리터급) 또는 대소변 구분형(9리터급) 변기 사용하기
-양변기 수조에 1~1.5ℓ 용량의 물병이나 벽돌 넣기
-물탱크 안에 양변기용 절수부속 설치하기
-에티켓 벨 혹은 화장실 내 라디오 설치하기(용변 소리 감추기 위해 물을 계속 내리는 것 방지 차원)
◆주방
-설거지통 사용하기
-수도꼭지 끝은 샤워기 모양(물 조리개)으로 사용하기
-적정 용량의 식기세척기 사용하기
◆세탁실
-적절한 용량의 세탁기 선택, 10kg보다 6~8kg이 적당(4인 가족 기준)
-빨랫감은 한번에 모아서 세탁
-추가 헹굼 없이 세탁기에 설정된 헹굼 수 사용
◆욕실
-샤워시간 절반으로 줄이기
-절수형 샤워헤드 설치
-양치컵 사용하고 수도꼭지 완전히 잠그기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보이는 물’ 아끼는 법
◆화장실
-기존 변기(13리터급) 대신 절수형(6리터급) 또는 대소변 구분형(9리터급) 변기 사용하기
-양변기 수조에 1~1.5ℓ 용량의 물병이나 벽돌 넣기
-물탱크 안에 양변기용 절수부속 설치하기
-에티켓 벨 혹은 화장실 내 라디오 설치하기(용변 소리 감추기 위해 물을 계속 내리는 것 방지 차원)
◆주방
-설거지통 사용하기
-수도꼭지 끝은 샤워기 모양(물 조리개)으로 사용하기
-적정 용량의 식기세척기 사용하기
◆세탁실
-적절한 용량의 세탁기 선택, 10kg보다 6~8kg이 적당(4인 가족 기준)
-빨랫감은 한번에 모아서 세탁
-추가 헹굼 없이 세탁기에 설정된 헹굼 수 사용
◆욕실
-샤워시간 절반으로 줄이기
-절수형 샤워헤드 설치
-양치컵 사용하고 수도꼭지 완전히 잠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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