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화장품 등이 고평가된 지금이 반대쪽의 소외된 종목에 투자할 기회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공동대표는 지난 1일 본지 주최로 열린 머니톡콘서트에서 이같이 밝혔다. ‘가치투자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한 최 대표는 주식시장에 트렌드업종의 쏠림현상이 나타난 지금이 가치투자 전략을 쓰기 가장 좋은 때라고 역설했다. 13년간 가치투자의 신념을 지키며 고객의 자산을 600% 이상 불린 최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이 황소처럼 달아오르자 가치투자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졌다. 바이오나 화장품 종목이 두세배가량 쉽게 오르자 상대적으로 점진적 수익을 추구하는 가치투자의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최 대표도 자신이 고루한 투자자로 묘사된 상황에 대해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소외된 종목의 저평가상황이 심화됐다며 어느 때보다 싸고 좋은 종목을 발굴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가치투자의 정수 ‘저위험·중수익’

최준철 대표는 가치투자의 목표를 ‘저위험·중수익’의 달성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위험과 수익이 비례한다는 이론에서 위험 부분을 축소한 셈이다. 이는 가치투자의 창시자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의 정의를 인용한 것이다. 벤저민 교수는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원금의 안전성과 적당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행위”를 투자라고 정의 내렸다.


최 대표는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투자대상에 대한 면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역삼동 사는 사람과 여의도 사는 사람이 같은 시기에 여의도에 집을 구한다면 동네에 대해 잘 아는 여의도 사람이 더 좋은 집을 고를 것”이라며 기업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또 꾸준히 버는지를 염두에 두고 기업을 분석하라고 덧붙였다.

/사진=머니위크 임한별 기자

하지만 그는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기업을 분석해도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생길 수 있어서다. 최 대표는 “아무리 여의도에서 오래 살았더라도 잘못된 집을 고를 확률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싸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의도의 집을 10억원에 샀는데 갑자기 물이 새고 층간소음이 발생해 9억원으로 떨어졌다면 손해를 본 셈”이라며 “만약 처음부터 9억원에 집을 샀다면 손해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위와 같은 이론을 접목해 밀가루회사, 지방백화점, 방직회사의 주식을 샀고 큰 수익을 냈다. 버핏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비싸더라도 기업의 퀄리티가 있다면 싸게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퀄리티 있는 기업을 지칭하는 단어가 바로 ‘스노우볼’(Snowball)이다. 놔두면 눈덩이처럼 알아서 가치가 커지는 종목을 뜻한다. 최 대표는 “가격이 절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과 퀄리티가 강조된 스노우볼의 교집합인 종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집합 종목에 투자해 중수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2년간 자문사를 운영하면서 단 한해도 100% 이상 수익이 난 적이 없다”며 “하지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을 제외하고 단 한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금을 까먹지 않고 꾸준히 수익을 내면 복리의 마법이 수익률에도 적용돼 결국 하이리턴이 되는 것”이라며 “25살부터 펀드를 시작한 버핏도 50세 이후에 부를 창출했다”고 덧붙였다.

◆‘떨어지지 않을’ 종목 사라

최준철 대표는 오를 것 같은 종목에 투자하는 대신 떨어지지 않을 종목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그가 첫사례로 꼽은 종목은 광주신세계다. 광주신세계는 지난 2009년 주가가 9만원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30만원선까지 올랐다. 최 대표는 “2009년 당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1450억원이었는데 회사가 현금만 940억원을 보유하고 매년 영업이익을 390억원씩 냈기 때문에 이 회사를 통째로 산다면 1년 반이 지난 후 원금을 회수하는 셈”이라며 “명백하게 싼 주식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광주 출신인 동업자 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에게 광주의 상황을 물었고 그 회사를 직접 탐방한 후 주가가 싸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광주신세계 주식을 샀지만 주가가 3배가 되기까지는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다른 곳에 투자했으면 더 많은 수익을 냈을 것이라는 의견에 그는 “광주신세계에 투자하면서 크게 깨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없었다”며 “단기간에 두세배 오른 종목이 허다한데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지 못한 이유는 종목을 확신하지 못해 많이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 대표는 광주신세계를 믿고 많은 비중을 실었다. 결국 낮은 리스크를 유지하며 편안하게 투자했다는 얘기다.

최준철 대표가 소개한 두번째 종목은 동서다. 그는 대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01년 동서를 처음 알았고 2010년까지 장기보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동서의 기업분석 자료를 봤을 때 순이익 300억원대에 배당도 잘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높은데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 배당수익률이 8%였다”며 “왜 이렇게 주가가 싼지 궁금해서 기업분석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동서가 저평가된 이유를 ▲커피라는 아이템이 성장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 ▲정보를 잘 안주는 회사 ▲코스닥 상장 등 세가지로 압축했다.

최 대표는 당시 우리나라의 강한 기업을 하나 산다는 생각으로 동서에 투자했다. 동서는 그때부터 매년 순이익의 앞자리를 바꿔가며 성장하더니 지난해에는 1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가 됐다. 그는 “당시 동서 외에도 농심, 풀무원 등 식품업체에 같이 투자했지만 동서는 지속적인 리서치를 하는 와중에도 팔 이유를 주지 않았다”며 “반대로 풀무원은 CJ와 종갓집이 두부시장에 진출하면서 안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골프존, 한국전력, 무학 등에 투자한 경험을 이야기한 최준철 대표는 최근 바이오·화장품 등에 투자하지 못한 점이 억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한건에 맛들이면 결국에는 망한다는 지론을 폈다.

최 대표는 “가치투자는 기다림과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투자는 아니다”며 “하지만 주식투자를 한두해 하고 말 게 아니고 궁극적으로 이기고 싶다면 가치투자만이 유일하게 검증된 투자수단”이라고 강조했다.

☞ 프로필

▲2003년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2014년 대한민국 펀드 어워즈 투자자문사 최우수상 ▲2015년 Korea Wealth Management Awards 100인의 PB가 뽑은 올해의 투자자문사 ▲저서 <열정: 가치투자 10년의 기록>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 등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