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빨간 빛이 차오른 해는 온 하늘에 잔영을 수놓으며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흘러들어간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남겨진 하늘은 푸른색 띠를 겹겹이 두른 채 마지막 장관을 이룬다. 해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선명한 노을빛은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따라 흐른다. 하늘과 바다가 구분되지 않는 힐링의 섬. 이곳은 일본 열도의 남쪽 끝자락, 오키나와다.

얼마나 근사하기에 ‘아시아의 하와이’란 이름을 얻었을까. 일상의 번잡함을 벗어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얻고 싶을 때, 일본인들은 가장 먼저 ‘오키나와’를 떠올린다. 시시각각 빛깔을 바꾸는 바다와 물살의 숨결에 녹아드는 파도, 평화롭게 일렁이는 바람이 머무는 곳. 3박4일 힐링 여행의 시작점. 오키나와를 향한 심장은 그렇게 뛰기 시작했다.

/사진=김설아 기자

◆ 일상을 떠나 따뜻한 남쪽나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여. 일본열도를 따라 남쪽으로 날아가다 깜빡 든 잠이 깰 때쯤 크고 작은 160여개의 섬이 모여 있는 오키나와 본섬에 다다른다. 마치 다른 세상에 떨어지는 듯한 느낌. 착륙 직전 내려다본 오키나와의 첫 인상은 그랬다.


나하국제공항을 벗어나는 순간 마주치는 풍경은 이국스러움 그 자체다. 밀집한 건물도,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의 모습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아열대 기후 특유의 따뜻한 햇살과 공기, 푸른 하늘과 짝을 이룬 울창한 열대 나무들만이 여행객을 반긴다.

휴양지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셈. 그렇다고 눈으로만 즐기는 힐링이 오키나와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독특한 오키나와의 문화와 전통이 가옥과 춤, 축제 등에 녹아들어 전해지고 있기 때문.

/사진=김설아 기자

첫 관광 일정인 테마파크 오키나와월드는 그러한 오키나와의 문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1879년 일본으로 편입되기 전 하나의 독립된 왕국이었던 류큐왕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 그 옛날을 재현해 놓은 마을과 류큐 유리, 도자기, 염색제품 등의 전통공예품이 특히 인상적이다.

하루 4차례 열리는 류큐 전통춤 ‘에이사’ 공연도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핫!’ ‘하!’ 에이사 춤꾼들은 신명나는 추임새와 함께 어깨에 커다란 북을 짊어지고 흥을 돋운다. 석회동굴인 옥천동(교쿠센도)도 오키나와월드의 자랑거리다.

/사진=김설아 기자

오키나와월드를 나와 나하시에서 가장 번화한 ‘고쿠사이(국제)거리’로 향했다. 우리네 남대문시장과 닮아있는 곳. 약 1.6㎞의 거리에 백화점, 특산물 가게, 시장, 레스토랑, 선술집 등이 이어져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어둠이 깔리면 더욱 활기를 띤다는 그 거리.
아쉬움을 뒤로하고 호텔로 향했다. 나하공항 근처에 위치한 ‘세나가지마 류큐 온센’.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전망과 지중해 풍으로 꾸며 놓은 숍들, 비행기 활주로를 볼 수 있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온천이 가능하다는 점. 야외 노천탕에서 신선한 바람과 밤하늘을 보며 몸을 담그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 몸으로 즐기는 힐링… 피로를 씼다


다음날 아침에도 오키나와의 하늘은 맑음이다. 조식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류큐온열치료원. '열과 영양으로 대사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높인다'는 치료이념을 바탕으로 온열요법을 제공하는 곳이다.

체험 시간은 1시간 정도. ‘치료의 돌’로 알려진 주열기를 통해 척추 곳곳에 열을 전달해준 뒤 돔 형태의 관에 들어가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빼주는 방식이다. 이곳 온열요법이 잘 알려진 이유는 열을 이용해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효능이 높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돔모양의 관은 천연 방사성 물질인 라듐 성분이 녹아있는 일본 다마가와 온천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는 설명. 그래서인지 단 1회의 체험에도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또 다른 힐링의 명소인 간나타라소 오키나와. 해수치료로 심신을 리프레시 할 수 있는 곳으로 물놀이를 즐기면서 건강도 찾기에 적당하다. 신선하고 따뜻한 바닷물을 이용한 14종류의 자쿠지, 운동 목욕 수영장, 사우나시설을 갖추고 있다. 성인 1인당 입장료는 한화로 약 2만5000원이다.

/사진=김설아 기자

힐링 여행에선 식도락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쓴맛을 내는 오이의 한 종류인 고야 요리와 자색 고구마인 베니이모, 통삼겹살찜인 라후테 등이 오키나와 전통요리로 유명하다. 오키나와에서는 기름기를 쫙 뺀 돼지요리를 즐겨 먹는데 식감이 좋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아열대기후답게 당도 높은 파인애플이 재배되는데 파인애플 와인이나 사케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추천한다.

◆ 지상으로 내려온 천국을 걷다
바다왕국인 오키나와에서 에메랄드빛 바다를 놓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셋째날은 오키나와 본연의 바다와 마주했다. 눈이 시릴 정도로 빛나는 푸른 바다를 하얀 모래가 휘감은 해변은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밀려올 정도로 장엄했다.

남국의 태양이 내려쬐는 해변에는 휴양객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고, 바다 위로 아래로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이들로 넘쳐났다. 투명하리만큼 맑은 물과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속까지 다 시원해진다.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마지막 날, 숙소는 자단초의 ‘미하마 아메리카 빌리지’에 있는 몬트레이 오키나와. 미하마는 미국 서해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오키나와 속 미국이다. 실제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시포트 빌리지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60m 높이의 대형 관람차는 아메리칸 빌리지의 상징.

아메리칸 빌리지에서는 어디서든 쉽게 외국인을 만날 수 있으며 기념품들을 파는 쇼핑몰과 극장, 레스토랑 등이 많아 일본 속 미국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사진=김설아 기자

이곳의 해변은 아름다운 석양이 포인트. 해안선을 따라 태양이 구름과 바다와 어우러져 붉게 타들어가는 일몰은 잊지 못할 장관을 연출한다. 그래서 해질녘이면 연인들이 석양을 감상하거나 신혼부부들이 웨딩촬영을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멋진 해변의 일몰과 함께 오키나와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갔다.
일본의 남쪽 끝, 그림같이 떠 있는 섬. 이곳에 와보니 알겠다. 오키나와가 왜 아시아의 하와이로 불리는지. 많은 일본인이 왜 오키나와로의 여행을 꿈꾸는지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도시의 삶을 벗어나 진정한 힐링을 느끼고 싶은 여행객에게 이곳은 보석과도 같은 곳임에 틀림없다. 그야말로 지상 낙원. 태평양 저멀리 푸른 바다를 머금은 오키나와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여행 길라잡이
비행 소요시간 = 인천국제공항에서 약 2시간10분.
기후·옷차림=아열대성 기후로 여름에는 27~29도, 겨울에는 15~18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사시사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상품정보=투어희스토리 ‘건강과 장수’를 콘셉트로 한 오키나와 관광 4일 신상품을 출시한다. 오키나와월드를 비롯해 건강 온열체험, 해수치료 등을 방문하며 오키나와 정취와 함께 건강을 찾는 일정이다. (www.투어희스토리.com)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