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머니위크 DB
삼성전자가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삼성생명 등 4개의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외국인들은 이 같은 삼성의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반기며 삼성관련주 매수에 나섰다. 이에 한동안 소외받던 삼성그룹주펀드에 볕이 들고 있다.◆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 주가↑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이사회는 1년 동안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1차로 향후 3개월 동안 4조1841억원 규모를 집행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3년간 현금흐름의 30~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방식으로 주주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도 내년 1월29일까지 자사주 650만주(7085억원어치)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삼성화재 또한 166만주(5320억원어치)를, 삼성증권은 245만주(1188억원어치)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주주가치 제고 강화 정책은 외국인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았다는 점이 해외투자자들 사이에서 삼성그룹주에 대한 할인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3거래일간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지속되던 삼성전자에는 자사주 매입 발표 당일 9억원의 순매수가 유입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외국인이 들어오는 상태다. 삼성생명도 자사주 매입이 시작된 지난 2일 21억원의 외국계 자금이 몰렸다.
삼성전자의 주가도 상승세다. 자사주 매입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3.55% 급등했다. 초대형주인 삼성전자가 평균 1% 안팎의 변동성을 지닌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상승임에 틀림없다.
자사주 매입 호재와 함께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SDI, 삼성정밀화학 등의 양호한 실적 발표는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또한 화학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매각하면서 사업구조개편에 나선 점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 삼성펀드, 환매 서두를 필요 없다
삼성그룹주가 강세를 보이자 그동안 울상짓고 있던 삼성그룹주펀드가 다시 꿈틀거렸다. 최근 한달간 수익률 상위 15개 펀드 중에서 8개 펀드가 삼성그룹주펀드인 것.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1개월 수익률 기준으로 삼성그룹주펀드 8개의 평균수익률은 6%를 넘나든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부진했던 삼성그룹주의 여파로 아직 중장기 성과는 일반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삼성그룹주펀드에서 빠져나가는 자금규모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반면 3분기 주가 하락으로 인한 저가 매수가 몰리면서 국내주식형펀드로는 4조원이 순유입됐다. 투자자들이 중소형주와 가치주의 상대적 강세로 그룹주펀드에 대한 투자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주펀드의 부진으로 환매 기회를 기다려온 투자자들은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환매를 늘리고 있다”며 “기다림이 컸던 만큼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과 주주친화 정책은 중장기적인 이슈이고 대형주 강세와 함께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직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삼성그릅주펀드의 환매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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