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금리·고령화시대를 맞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펀드로 쏠린다. 개별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크다. 따라서 여럿의 돈을 펀드에 담아 이를 전문가에게 운영하도록 맡겨 위험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펀드 중에서도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ETF는 상장종목의 움직임을 종합한 주가지수를 추종해 설계된 상품이어서 개별종목의 등락보다 진폭이 덜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상당수의 ETF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및 코스피 등 특정 주가지수를 추종할 뿐만 아니라 채권, 원자재, 환율 등에도 투자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주식과 채권 등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해외자산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느냐로 시선이 옮겨졌다. 투자자의 관심이 해외로 쏠리고 있는 것과 맞물려 해외ETF가 집중 조명되는 이유다. 증권전문가는 “ETF를 통하면 해외투자에 대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자금 유입되는 해외ETF
올 들어 ETF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지난 12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 초 19조6600억원이던 ETF 순자산은 이달 초 21조8200억원으로 연초보다 10.99% 증가했다. 규모로 따지면 국내ETF의 순자산 덩치가 해외ETF를 크게 앞지른다. 국내ETF는 지난 2002년 도입 후 이달 초 기준 순자산이 20조27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해외ETF 순자산은 이달 초 현재 1조1700억원 수준으로 규모가 국내ETF에 못 미친다.
하지만 올 초부터 현재까지의 순자산 증가율로 따지면 해외ETF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음을 알 수 있다. 올 1월 초 8600억원 수준이던 해외ETF 순자산은 이달 초 1조1700억원으로 증가했다. 36.05%나 몸집이 불면서 올해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올 1월 초 18조6400억원이던 국내ETF 순자산은 현재 8.74%가 늘었다.
유형별 수익률을 분석해보면 최근 3년 동안의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가 국내펀드보다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주식형펀드는 1년 4.08%, 2년 1.70%, 3년 5.66%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반면 해외주식형펀드는 1년 8.69%, 2년 14.64%, 3년 21.90%로 국내주식형펀드보다 꽤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다만 5년 동안의 수익률로 따지면 국내주식형펀드가 1.25%인데 반해 해외주식형펀드는 -0.50%로 낮았다.
국내채권형펀드의 경우 1년 2.47%, 2년 7.27%, 3년 9.41%의 수익률을 보인 반면 해외채권형펀드는 1년 0.07%, 2년 5.41%, 3년 8.52%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해외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은 국내채권형펀드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5년 새 수익률은 해외채권형펀드가 높았다. 해외채권형펀드와 국내채권형펀드의 최근 5년 수익률은 각각 22.85%, 20.77%였다.
◆해외ETF 투자 포인트 ‘분산투자’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현명한 해외ETF 투자전략은 무엇일까. 그동안 투자자들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해외ETF에 자금을 넣는 방법을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ETF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원칙을 실현하려면 글로벌증시에 상장된 ETF에도 투자해야 수익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국내에 상장된 해외ETF는 언제든 주식시장을 통해 장중 매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까진 선택폭이 제한적이다. 국내상장 해외ETF는 미국 및 중국주식·리츠·금·은·원유 등 가장 대표적인 상품 위주로만 거래된다. 해외에 상장된 ETF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다.
일간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고 시장가치와 순자산가치(NAV)의 차이를 나타내는 괴리율 격차가 큰 점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과세제도도 불리하다. 해외상장 ETF에 투자하면 발생한 매매차익에 대해 250만원까지 기본공제가 적용된다. 그 이상에 대해서는 22%의 양도소득세가 분리과세돼 종합소득과세 부담을 덜 수 있다. 반면 국내상장 해외ETF에 투자해 매매차익이 발생하면 15.4%의 배당소득이 생겨 종합과세대상이 된다.
내년부터 국내상장 해외ETF도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면제되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상장 해외ETF는 유동성이 부족한 상품이 많고 해외투자가 가능한 상품 또한 제한적이다. 이에 반해 해외상장 ETF는 지수형펀드처럼 저비용 분산투자가 가능하면서도 주식처럼 주식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외자산 투자, 해외증시 타고 상승
투자자들이 해외자산 투자에 집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해외펀드 수익률의 증가는 해외증시 상승세가 두드러진 영향 때문이다. 국내에는 증시를 이끌만한 강한 모멘텀이 없었지만 글로벌경제에는 호재가 많았다.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유로존과 일본에서 추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졌다. 또 중국 5중전회를 앞두고 경기부양 정책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개선돼 상하이지수가 상승세를 탔다. 반면 국내에는 삼성그룹이 주주환원정책 강화로 코스피를 잠시 이끌었지만 증시 전반으로 영향이 퍼져나가진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달에도 국내에는 특별한 상승 모멘텀이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달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지만 오는 12월 FOMC 회의가 다가올수록 투자자 심리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까워지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한달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4.05%, 1.17% 올라간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8.4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74% 상승했다. 범유럽권 지수인 Stoxx유럽600지수는 9.32%,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7.85% 올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두달 반 만에 3500선을 회복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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