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 동탄2기 신도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제공=LH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저금리와 미친 전세난으로 인한 주택시장 거래가 활황을 이루면서 올해 국내 부동산시장은 모처럼 활짝 웃었지만,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서는 12월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의 기온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그동안 주택거래가 활발해 당분간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던 서울과 영남 지역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나오면서 올해 초부터 이어진 분양시장 활황세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미경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3분기에 전국에서 아파트 초기 분양계약률이 80%를 밑돈 시군구는 13곳으로 2분기(4∼6월 6곳)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활황을 보였던 서울 부산 등의 지역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며 정부는 물론 건설부동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서울에서는 3분기 은평구(84%) 등의 일부 단지가 미계약으로 남았다. 인천도 서구(76%) 연수구(77%) 등의 초기 계약률이 2분기 100%에서 3분기 70%대로 떨어졌다.

분양 열기가 뜨겁던 부산 울산 경남 경북 대구 등 영남 지역에서도 미계약분이 많이 나왔다. 2분기에 거제시를 제외한 모든 곳이 초기 분양계약률 90%를 넘은 지역이다. 거제시(44%)와 경북 상주시(58%) 등 비교적 외진 지역의 계약률이 특히 저조했다.

분양특수를 누렸던 부산의 사하구(64%) 동래구(84%)에서도 미분양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경기의 경우 3분기 초기 분양계약률이 92%로 전 분기(89%)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광주(74%), 이천(85%) 등 외곽 지역 계약률은 1분기(1∼3월)보다 낮아졌다.

◆ 너무 쏟아냈나… 역대 2번째 분양물량


최근 분양 아파트의 계약률이 떨어진 이유는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올해 건축 인허가를 받은 주택(아파트, 다세대, 단독·다가구주택 포함) 물량이 70만가구를 넘어 약 71만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0월 전국 건축 인허가 주택은 60만434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증가했다.

주택 인허가 물량이 70만가구를 넘은 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7년 이후 75만가구가 공급된 1990년 단 한 차례뿐이다. 아파트 분양 물량도 마찬가지다. 올해 50만가구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 전망을 묻는 설문에 참여한 주택시장 전문가 25명과 전국 307개 부동산중개업소의 58%가 “공급물량 과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2~3년 후 수도권 주택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설문 참여자의 33.3%는 당장 내년부터 충청권과 대구‧경북 등 지방은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문제는 심각한데… “마땅한 방법이 없다”

상황이 이렇자 결국 그동안 국내 주택시장에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 정부까지 움직이고 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지난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택 업계와 만난 자리에서 제일 먼저 ‘공급 조절’을 당부하고 나선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주택 인허가가 과거 추세에 비해 빠르게 늘어 앞으로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신규 주택수요와 지역여건 등을 감안해 적정한 수준의 주택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써 가장 큰 문제는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조정되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돼 국내 경기에 큰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물론 금융당국 조차 가계부채 대책이 부동산경기 둔화 우려에 밀려 주춤거리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이번 주중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가계부채 관리방안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서 “주택경기를 급속히 둔화시킬 수도 있다”며 난색을 표하자 발표를 이달 말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현재 가이드라인이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재검토하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처별 입장수렴 과정에서 그나마 마련된 대책마저 또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