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도토리는 진화 중이다. 발행자도 없고 금융기관의 개입도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실물화폐를 위협하는 대안화폐이자 대체투자 수단으로 떠올랐다. 아직 대중의 관심 바깥인 비트코인의 대중화를 위해 지난 9~1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비트코인 관련 각계각층의 인사가 모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5년 내 송두리째 바꿀 것”
‘조나단 모한 비트코인 뉴욕 설립자, 레오나르도 위즈 홍콩 비트코인 협회장, 박소영 한국핀테크포럼 의장, 인터넷 초기 개척자 저스틴 뉴턴, 세계 최초 비트코인 스타트업 투자가 로거 버….’
가상화폐 및 핀테크분야의 세계 정상급 관계자 50여명이 지난 9~11일 3일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를 찾았다. 뉴욕, 런던, 시카고 등 매년 세계 12개 주요도시를 순회하는 비트코인 국제컨퍼런스 ‘인사이드 비트코인 콘퍼런스&엑스포’(인사이드 비트코인)의 참여연사로 한국을 찾은 것.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서울에서 개최된 인사이드 비트코인은 올해 서울행사에서부터 브랜드명을 ‘블록체인 어젠다’로 바꿔 가상화폐뿐 아니라 비트코인의 작동원리인 블록체인 기술과 핀테크 혁신부문까지 아우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사이드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레오나르도위즈 홍콩비트코인 협회장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킨텍스 사무국
사무국 측은 “비트코인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차가 있지만 비트코인의 작동 원리인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계에 접목시킬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된다”며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후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가 오늘날 제도권 내 금융제도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일반 지폐나 동전처럼 물리적인 실체는 없지만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 누구와도 공간의 제약 없이 간편하게 거래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화폐 발행 구조도 다르다. 기존 실물 화폐와 달리 프로그램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공급하는 비트코인은 발급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기관의 개입이 없다. 제3자의 개입이 없다는 점은 기존의 전자화폐나 사이버머니와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예컨대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도토리를 통해 음악이나 아이템 등을 구매하거나 선물한다. 도토리는 싸이월드란 가상공간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공통점을 갖지만 발급주체가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는 다르다.
지난 9일 첫 강연자로 나선 조나단 모한 비트코인 뉴욕 설립자는 “비트코인이 현재 사용되는 통화시스템을 교란시켜 결국에는 세상을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대체투자 수단으로 자리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대체 투자수단으로써의 비트코인’을 설명하며 “현재 전통적인 투자자산인 주식·채권 등은 제 수익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와인·부동산처럼 비트코인이 새로운 금융투자자산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호주, 영국 등 해외에서 비트코인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송금·환전, 수수료서 해방
컨퍼런스의 강연장 밖에서는 비트코인 관련업체들의 홍보가 활발히 이뤄졌다. 코빗과 케이코빈, 코인베스트와 코인플러그 등 국내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 주요 스타트업들이 부스를 마련하고 국내외 투자가들에게 선진기술을 자랑했다.
이중 금융플랫폼 벤처기업 코인플러그는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해외 소액 송금 플랫폼서비스를 시연했다. 전자지갑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 가입하면 현지 모바일 전화번호로 실시간 해외 송금이 가능하다. 은행계좌나 공인인증서, 액티브X 등이 필요하지 않아 1분 이내 송금을 할 수 있다. 시중은행을 이용한 송금거래보다 수수료도 저렴하다.
/사진제공=킨텍스 사무국
/사진제공=킨텍스 사무국
또다른 스타트업 코인베스트는 송금환전시스템인 ‘시크릿월렛’의 상용화에 나선다. 비트코인을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기술인 블록체인(공공거래장부)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것이다.
이정한 코인베스트 대표는 “시중은행의 환전시스템은 중앙집권형 방식으로 내부에 서버가 존재하다 보니 보안, 해킹이나 디도스 방지를 위해 보안서버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든다. 또 은행과 은행을 연결하기 위해 국제연결망인 스위프트망을 사용해 수수료가 많이 붙는다”면서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온라인상에서 개인과 개인 간 ‘P2P’ 상태로 연결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줄어들고 이는 결국 수수료 절감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로 내부구조는 복잡할 수 있지만 이용자들은 카카오의 송금시스템인 카카오월렛처럼 앱을 통해 달러를 원화로 바꿀 수 있어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비트코인 사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원화로 이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는 존재하지만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상점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트코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거래가 즉시 이뤄져 빠를 뿐 아니라 수수료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