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미국 대법원이 28개주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을 시행토록 한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이 임박하면서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트남이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한국도 관세율 등 무역 조건에서 불리한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부터 각국에 상호관세율을 명시한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이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각 교역 상대국에 서한을 보내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부과할 관세율을 통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2일 57개국에 국가별 상호과세를 발표하고 10% 기본 상호관세는 같은달 5일, 국가별 상호관세는 9일부터 발효했다. 그러나 상호관세는 발효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10% 기본관세만 붙은 구조로 90일 유예 처분을 받았다. 한국은 오는 8일 유예가 마무리되는 만큼 긴장을 끈을 조이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무역 합의는 영국과 베트남뿐이다.

특히 베트남이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관세를 확정, 향후 한국의 대미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단 관측이다. 2일 양국은 베트남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대한 관세를 46%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제3국을 우회한 수출품에 대해선 40% 관세를 부과한다.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를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은 자국산 제품을 베트남에 무관세로 수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베트남이 역사상 처음으로 '전면적인 시장 접근권'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미국 제품은 베트남에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의 무역 협상이 사실상 미국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기존의 베트남 평균 관세율이 9.4% 정도인 데다가 미국은 자국산 제품을 베트남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어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과 베트남의 합의가 향후 미국과 아시아 다른 국가의 협상에서 최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베트남 합의보다 불리한 내용을 아시아 다른 국가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또 "이번 합의가 다른 아시아 무역 협상에도 영향을 주면서 높은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목전에 둔 한국도 전략적인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단 분석이다. 협상을 통해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이끄는 게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트럼프 1기 이후 미국 수입시장 수출 경합 구조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가별 상호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보다 낮은 관세율이 적용될 수 있는 일본, 독일 등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한국의 상호관세율은 25%로 일본(24%), 독일(20%)보다 높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번 주말 미국을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 고위 당국자와의 면담을 통해 최선을 결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여 본부장은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 및 품목관세 일체 면제를 추진하되 최소한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협의하겠다"며 "국익 최우선 원칙을 바탕으로 상호호혜적 합의 도출을 목표로 실용주의적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재로선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 유예를 도모하는 것이 우선시 된다"며 "미국이 서한을 통해 상호관세를 확정한다고 해도 양국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려 있는 만큼 꾸준히 협상을 이어가면서 관세율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