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낙담하긴 이르다. 아직 5~8% 가까이 수익을 내는 상품 중 ELS를 대신할 만한 게 흔치 않다. 펀드와 주식의 장점을 고루 갖춘 ETF도 획일적인 지수추종형에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 ELS, 위기는 곧 기회… 적립식 투자하라
지난해 상반기 ELS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ELS 발행액은 약 73조원이다. 이 중 70%에 가까운 47조원가량이 상반기에 발행된 물량이다. 특히 과거 원금손실을 보였던 종목형 ELS보다 단 한번도 손실구간에 진입하지 않았던 지수형 ELS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지수형 ELS 돌풍은 HSCEI(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덕분이었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하면 기존 지수형 ELS보다 1%포인트가량의 수익률을 더 보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HSCEI 기초 ELS의 신화도 지난해 6월 중국증시가 폭락하면서 깨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HSCEI 기초 ELS 신규발행을 제한했다.
규제에 막혀 HSCEI를 이용하는 데 제약이 따르자 증권사들은 수익률이 좋은 상품을 내놓기 위해 HSCEI에 버금가는 기초자산을 찾거나 새로운 형태의 ELS를 개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50개 우량종목으로 구성된 HSI(항셍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출시했다. 또 녹인구간을 35%까지 낮춰 안정성도 확보했다.
동부증권은 코스피200 레버리지지수로만 구성된 ELS를 내놨다. 기초자산 1개로 녹인배리어(손실구간)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레버리지지수의 변동성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유로스톡스(EUROSTOXX)50 등 선진국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선보였다. 변동성이 큰 신흥국 관련지수를 애초에 넣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6% 이상의 수익을 돌려주도록 설계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의 발행규제와 HSCEI의 급락으로 ELS 투자가 다소 감소됐지만 올해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반기 글로벌 주식시장과 원자재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시점에서 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ELS와 DLS에 대한 투자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ELS는 상품의 특성상 한번 투자하면 몇개월동안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중국증시 폭락과 같은 상황이 갑자기 벌어져도 대응하기 힘든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ELS도 적립식으로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ELS의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투자에 앞서 6개월 이내에 기초자산 가격이 10% 이상 급락하는 상황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단순히 12개월에 걸쳐 분할투자하는 것도 평가기준가를 평균화해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 ETF, 진화 거듭… 올해 주식형 선호도 높을 것
지난해 국내 ETF의 순자산은 21조원을 넘어섰다. ETF는 일반펀드처럼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펀드의 분산투자 효과와 주식의 유동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또 일반펀드보다 1%포인트가량 수수료가 저렴해 한푼이 아까운 초저금리시대에 각광받고 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10년간 크게 성장한 ETF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일부 ETF에 거래대금이 몰리며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다양한 ETF가 상장되며 질적 성장을 거듭했다. 기초지수 상승폭의 배로 오르는 레버리지, 떨어지면 상승하는 인버스 등은 물론이고 여러가지 전략을 구사하는 스마트베타 ETF가 출시되며 인기를 끌었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타이거(TIGER)우량가치를 상장하며 기존에 출시한 타이거로우볼, 타이거모멘텀, 타이거가격조정 등을 포함한 스마트베타 ETF를 확장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아리랑(ARIRANG)스마트베타퀄리티, 아리랑스마트베타모멘텀, 아리랑스마트베타밸류 등 스마트베타 ETF를 3개 연달아 상장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ETF 투자가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ETF시장 발전방안’을 통해 연금 등의 장기저축성 계좌를 활용한 ETF 투자를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일반투자자의 ETF 접근성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저금리 기조 속에 연금과 같은 세제혜택상품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며 “국내 ETF시장의 도약은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증시에 상장된 ETF는 200개에 달한다. 코스피200이나 각 업종지수를 추종하는 것부터 해외주식, 원유, 금, 달러 등 실물자산에 연동되는 것까지 다양하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안도랠리가 지속되며 주식형 ETF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올해에는 주식형 ETF에 대한 선호도가 단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유럽·일본으로 대표되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글로벌 투자심리를 안정적으로 지속시키며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글로벌 유동성 효과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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