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현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증강현실은 2차원 현실에 3차원의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그래픽기술. 가상현실은 증강현실을 토대로 한 유사한 현상 혹은 기술을 일컫는다. 증강현실기술로 현실에 가상물체를 합성하면 물체의 생동감이 배가 된다.
증강현실을 경험한 사람들은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리기 일쑤고 보이지 않는 사물을 쫒아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증강현실은 가상현실을 실제 상황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과거 시간으로의 여행, 보이지 않는 곳의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19세기 작품, 그림 속 동물도 재탄생
“21세기 현대인이 19세기 천재 화가의 그림을 재탄생시켰다.” 지난 8일부터 서울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린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 전시회를 다녀온 관람객이 내놓은 평이다. 전시회는 고흐의 작품 속 ‘아를의 카페’를 가상현실에서 재현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많은 관람객이 3D환경에서 2D의 그림을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그림을 향한 갈증과 호기심을 풀고 있었다.
전시는 반 고흐 10년의 발자취를 4가지 시공간으로 구분, 작품을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인터랙티브 체험관들로 구성했다. 기자도 테이블에 놓인 오큘러스 리프트와 기어VR을 착용해 약 8분간 가상현실에서 아를의 카페를 거닐며 작품을 즐겼다.
‘비치된 패드를 켜고 앱을 실행하세요’란 문구에 따라 아이패드를 작품에 가져가면 파리, 아를 지역 등 반 고흐가 작품을 그렸던 풍경사진이 명화로 전환된다. 증강기술을 통해 작품의 그림과 실제 배경이 얼마나 다른지, 풍경이 그림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그래픽전시회는 기존 미술관의 큐레이터나 도슨트의 설명에서 벗어나 흥미로운 영상과 소리를 통해 감감적인 콘텐츠를 전달한다. 그림이 걸린 순서대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아닌 증강현실 속에서 여러 캔버스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전시회 못지않게 증강현실을 활용하는 분야는 교육. 물체의 생동감에 호기심이 많은 아동의 교구재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 AR·VR전문회사들은 종이에 그림을 그리면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증강현실 기술을 개발했다.
교구재 속 증강현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3D놀이와 교육적인 아이템으로 표현된다. 아이들은 종이와 색연필,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증강현실과 접목된 색칠공부를 즐길 수 있다.
3D 입체로 튀어나온 동물은 터치를 통해 여러 각도로 움직이고 먹이를 줄 수 있다. 영상은 성우의 목소리를 지원해 동물의 서식지역, 식성 등의 교육정보를 전달한다. 스마트폰에서 재탄생한 그림은 간단한 게임으로도 활용된다. 자신의 그림이 영상으로 움직이고 게임도 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최근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많이 활용된다.
증강현실전문회사 인솔엠앤티의 관계자는 “증강현실 색칠놀이는 아동의 사고와 창의력 발달의 매개가 되고 인지와 지능발달에도 도움을 준다”며 “증강현실을 도입한 콘텐츠 개발을 확대해 체험형교육 솔루션인 교구재 등에 접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똑똑한 길 안내, 고소공포증 치료도
증강현실은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재미를 넘어 실생활에서 또 다른 ‘진실’을 구현하기도 한다.
자동차 마니아에게 잘 알려진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아이나비 X1’은 운전자가 예측하지 못한 다음 경로를 미리 알려줘 차선변경을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실제도로 영상과 경로정보를 증강현실에서 파악해 빠르고 안전한 길로 인도한다. 또 안전운행구간과 과속카메라 단속구간 등 운전자가 주의해야 할 운행구간에 따른 경로선도 알려준다.
3D지도인 ‘익스트림 에어 3D’의 경우 기존 그래픽지도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건물의 디테일과 색감, 지형을 3차원 실사사진으로 그대로 제공한다. 무인항공기 드론을 띄워 도로를 촬영하는 것처럼 정확한 경로파악이 가능해 운전자는 직관적으로 주행지역의 특징을 인지할 수 있다. 또 순간연비, 차량점검상태, 배터리 전압, 유류비 등도 내비게이션에서 실시간 안내해 차량관리를 효과적으로 지원한다.
증강현실은 사람들의 육체적·지적·사회적 능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해낸다. 의료분야에선 가상현실에 환자를 노출시켜 공포증을 치료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등 생활 속 미래유망기술로 떠올랐다.
실제 뇌졸중 환자의 재활치료는 가상현실을 통해 수영, 축구, 스키, 보행 등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의 운동을 선택하고 팔과 몸통을 움직이면서 치료를 받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정신과 치료의 경우 환자를 컴퓨터가 만들어낸 상황에 규칙적으로 노출시켜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고 공포증을 치료한다.
증강현실은 의사가 수술을 진행할 때 더 다양한 정보를 수술시야에서 보여주고 원격지의 의사가 수술과정을 보면서 조언하는 등 의료서비스의 발전을 이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질병 치료나 의료진의 수련에 적극 활용된다”며 “적절한 임상실험을 통해 올바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VR콘텐츠 개발이 저렴해지면 건강의학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