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당뇨·관절염은 노후의 삶을 힘들게 하는 질병이다. 그러나 바이오기술은 인간이 ‘100년을 건강하게’ 사는 것을 가능케 한다. 그중 ‘바이오시밀러’는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개발이 이뤄지는 분야 중 하나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이기 때문에 시밀러(Similar)라는 단어가 붙었고 오리지널 대비 가격이 30% 정도 낮다.
삼성전자는 47년 전 수원의 작은 수출기업으로 출발해 세계 1위의 IT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 중 13.8%를 차지한다. 하지만 글로벌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최근 가전사업부문을 매각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IT시장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이 바이오사업에 눈을 돌린 건 2010년 그룹 차원의 5대 신수종사업을 선정하면서부터다. 세계 바이오시장 규모는 1790억달러로 메모리반도체시장의 2.2배를 넘어섰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에 있어 첨병 역할을 한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이 회사는 2012년 삼성물산에 의해 설립됐다. 현재로서는 연구진이 150명에 불과하고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과연 삼성전자가 쌓은 ‘세계 1위 아성’을 바이오가 더욱 견고히 지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규모 크고 시간 오래 걸려
인천 송도국제도시 5공구에 자리 잡은 삼성의 바이오 캠퍼스. 생산공장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연구센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입주한 곳이다. 삼성은 송도에 27만3900㎡(약 8만3000평) 부지를 확보해 두 회사를 지었다. 각각 5040억원, 3300억원의 자본금이 투입됐다.
바이오산업은 유전자의 조합이나 세포융합, 핵 이식을 통해 새로운 약품을 개발하는 기술이다. 바이오시밀러는 개발이 어려워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오리지널 제약사와 특허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수익을 내려면 해외 판로를 확보해야 하는데 개발 소요시간이 긴 점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실패하면 기업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 삼성 역시 사업 경험이 없는 탓에 내부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인수·합병(M&A) 전략 없이 조기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삼성 바이오사업의 투자와 성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삼성은 바이오사업에 7000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까지 투자액을 2조1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2014년에는 500억원을 들여 개발 설비를 매입했는데 이는 총자산의 20%에 해당하는 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유럽과 미국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 류머티즘과 유방암을 치료하는 엔브렐, 레미케이드, 휴미라, 허셉틴, 란투스 등을 개발했다.
그러나 제품 개발을 마치고 오리지널 제약사와 특허전을 치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허가뿐 아니라 특허를 무력화 시켜야 한다. 류머티즘 치료제 휴미라와 유방암 치료제 엔브렐의 특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13년 437억원가량의 연결 매출을 기록했으나 현재까지 적자를 계속하고 있다. 차자명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보통 10년이 소요되는 점을 볼 때 4년 만의 개발 성공은 매우 빠르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전진환 기자
◆삼성물산, 제2의 삼성전자로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불리는 뉴욕 맨해튼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가 그려진 전광판이 반짝인다. 미국인이나 유럽인이 한국의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손에 든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삼성은 스마트폰, TV, 반도체사업에 투자해 결실을 맺었지만 바이오사업은 성격이 다르다. 병원 처방이 있어야 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제품이고 투자 실패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바이오신약 대신 바이오시밀러를 먼저 시작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안에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는 중에도 삼성은 바이오 계열사를 키웠다. 지난해 삼성은 삼성전기·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의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바이오 계열사의 채용을 늘렸다. 삼성전자는 20년 넘게 해온 광소재사업을 미국 코닝에 매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영향력을 미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삼성전자와 에버랜드에서 출자해 설립됐다.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으로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46%다. 이어 2012년에는 미국기업 바이오젠 아이덱(Biogen Idec)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지분 90%를 가졌다.
두 회사는 각자 국내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을 계획 중이다. 앞으로 상장에 성공하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도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의 67개 계열사 중 유일하게 해외에 상장한 기업이 된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2대 주주이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대 주주로 부상했다. 구도재편 흐름을 감안할 때 사업의 정점에 위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룹 내 흩어져 있는 건설사업의 일원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물산은 지난해 제일모직을 합병하며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지분 16.5%를 소유하며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의 두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을 합하면 30.4%에 이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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