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충전한다. 생활 속 습관으로 자리 잡았지만 가끔 피곤한 날이면 충전하는 것을 잊어버려 그 다음날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스마트폰 배터리처럼 매번 전부 소비하기 전에 채워줘야 생활이 불편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예컨대 세제를 다 쓰기 전에 구비해 놓아야 빨래를 밀리지 않고 할 수 있다. 커피, 우유, 달걀 등 식료품은 물론 휴지, 기저귀 등 생필품까지 막상 없으면 크게 불편해지는 것이 꽤 많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마트에 갈 시간을 내는 것도 일이다. 시간을 쪼개 마트에 가면 꼭 필요한 생필품 외에 이것저것 더 담게 돼 생활비가 낭비되는 것 같다. 이런 불편함을 채워주는 서비스가 바로 아마존의 ‘대시버튼’(dash button)이다. 


◆버튼만 누르면 바로 배달
대시버튼은 북미지역을 대상으로 맥스웰, 하기스, 타이드, 브리타 등의 소모품을 버튼 한번만 누르면 아마존닷컴에서 바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세탁기에 세제를 주문하는 대시버튼을 붙이고 커피머신에 커피캡슐이나 커피원두를 주문하는 대시버튼을 붙여놓으면 한번의 터치로 생필품을 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 아마존 대시버튼은 이미 50만여개의 제품을 서비스하는데 3년 후에는 2000만개로 늘릴 예정이다.


물론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제품을 구경하고 고르는 것도 일종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대시버튼 서비스에 해당하는 제품은 주로 생필품으로 매번 구입할 때마다 크게 고민하지 않는 저관여(?) 제품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계속해서 사용해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제품군이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

대시버튼은 유통업계에서도 혁신적인 유통방식으로 여겨진다. 복잡한 기술 없이도 소비자에게 적재적소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대시버튼 안에 와이파이(WiFi)가 내재돼 있어 버튼을 누른 후 소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확인하면 구매와 배송이 이뤄지는 것으로, 사물인터넷 세상이 구현된 전형적인 예다.

전세계에서 배달문화가 가장 발달한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관련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음식이나 각종 물품 등을 주문하는 형태라면 앞으로는 버튼만 누르면 생필품부터 식사까지 배달이 가능한 세상이 오는 것이다.


앞으로의 소비트렌드는 옴니채널(omnichannel)을 압도하는 옴니프레즌스(omnipresence)에 주목해야 한다. 옴니채널이 온·오프라인 매장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쇼핑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면 옴니프레즌스는 소비자가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것이 목표다. 사물인터넷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생활패턴 속에서 소비욕구를 충족시키는 전략인 셈이다.

글로벌 소비트렌드를 소개하는 트렌드워칭닷컴은 언제 어디서나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옴니프레즌스 전략을 2016년 주요 소비트렌드로 꼽았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아직 생소한 대시버튼도 글로벌시장에서는 꽤 핫한 화두로 거론된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동닷컴이 대시버튼을 카피한 제이디나우(JD now)를 출시해 논란이 됐다. 제이디나우는 12개 브랜드의 81개 제품을 서비스하며 버튼을 1만원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징동닷컴은 제이디나우를 중국의 첫 스마트쇼핑 디바이스로 부르며 앞으로 서비스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원클릭 주문결제버튼이 널리 사용된다면 국내에도 보급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에 아직 국내에는 서비스되지 않지만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주목받는 옴니프레즌스 서비스를 소개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옴니프레즌스

유럽 주요 도시에 위치한 부티크호텔인 뱅크스호텔(Banks Hotel)에 묵으면 방에 구비된 ‘미니 패션바’에서 큐레이트된 아이템을 고를 수 있다. 프랑스 패션브랜드 핌키(Pimkie)과 협업해 액세서리와 옷을 그 도시의 날씨와 활동에 맞게 구비해놓기 때문이다. 갑자기 비가 오면 미니 패션바에서 장화를 꺼내 신을 수 있다. 호텔 방에서 마음껏 패션아이템을 입어보고 체크아웃할 때 꼭 맞는 사이즈를 주문해 결제하면 된다.

스페인 최대통신사 텔레포니카(Telefonica)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모바일 활동성을 분석해 지루해하는 사용자를 구분(명중률 83%)한 후 그들에게 적절한 콘텐츠를 알려준다. 이 경우 이들이 콘텐츠를 실제로 읽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서비스는 콘텐츠업계에서도 핵심으로 작용한다. 최근 국내에도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가 전세계적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유해서가 아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촘촘한 분석을 바탕으로 유저별 혹은 가족 구성원별 추천영화의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옴니프레즌스 전략을 고려한다면 도미노피자의 ‘어디서나(AnyWare) 전략’에서 배워야 한다. 도미노피자는 현존하는 서비스를 활용해 피자를 주문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만들어냈다. 소비자는 시리(Siri) 앱 등으로 목소리를 이용하거나 트위터로 피자 이모티콘을 보내기만 해도 피자 주문이 가능하다. 주문 후 스마트시계 앱을 이용해 피자가 도착하는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소비트렌드의 핵심으로 떠오른 옴니프레즌스 전략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소비자는 소비할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판매자는 앞장서서 소비자에게 자신의 제품이 필요할 때가 언제일지 마음을 읽어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

◆주식투자자가 주목할 종목은?

주식투자자를 위해 두 종목을 소개한다. 국내주식 중에는 아이콘트롤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인 이 회사는 1999년 설립된 빌딩솔루션·스마트홈 전문업체다. 아이콘트롤스는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홈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수혜가 기대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대시버튼으로 앞서가는 아마존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주가가 급등해 고평가 논란이 일었지만 드론을 이용한 배달, 로봇을 이용한 창고관리,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주문관리,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객서비스 등 IT업계의 눈부신 변화의 한가운데 위치한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